밑바닥 삶이란 어떤 걸까.
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문학적이고 영화적으로)
짐작해 볼 뿐이다. 아마도 그것은
어둡고, 궁핍하고, 불결하고, 천박하고, 잔인하고, 납작하고,
빨아도 빨아도 빨아지지 않는 무엇처럼
구질구질한 것.
나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 사실이 부끄럽다. 불행한 자들에게 미안해서가 아니라
내 삶이 참으로 어중간하다는 사실 때문에. 내가
선인도 악인도 아니고,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고,
사랑하지도 사랑받지도 못하고,
동성애자도 이성애자도 아닌 그저
그럭저럭한 인간이라는 게.
그리하여 쓸데없고 괴이한 환상이 점점 돌처럼 굳어져
저 아래를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그 밑바닥에 무슨 대단한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 깊은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건 보물이 아니라
찌꺼기일 뿐일 테지만
그 찌꺼기가 바로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그곳에서는 거리낌 없이 살아볼 수도 죽어볼 수도 있을 거라는,
어쩌면 밑바닥 삶이 삶의 밑바닥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런
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