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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Feb 01. 2021

고닌



5人 고닌 (1995)






밑바닥 삶이란 어떤 걸까.


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문학적이고 영화적으로) 


짐작해 볼 뿐이다. 아마도 그것은


어둡고, 궁핍하고, 불결하고, 천박하고, 잔인하고, 납작하고,


빨아도 빨아도 빨아지지 않는 무엇처럼


구질구질한 것. 


나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 사실이 부끄럽다. 불행한 자들에게 미안해서가 아니라


내 삶이 참으로 어중간하다는 사실 때문에. 내가


선인도 악인도 아니고,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고, 


사랑하지도 사랑받지도 못하고,


동성애자도 이성애자도 아닌 그저


그럭저럭한 인간이라는 게.


그리하여 쓸데없고 괴이한 환상이 점점 돌처럼 굳어져


저 아래를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그 밑바닥에 무슨 대단한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 깊은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건 보물이 아니라


찌꺼기일 뿐일 테지만


그 찌꺼기가 바로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그곳에서는 거리낌 없이 살아볼 수도 죽어볼 수도 있을 거라는,


어쩌면 밑바닥 삶이 삶의 밑바닥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런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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