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인조인간이 인간인가 아닌가]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혹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문제도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의 문제는 더더욱이나 아니다.
오히려 이런 모든 지리멸렬한 문장에서
[인간]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려는 것이다.
인간적인 테두리에서, 모든 인간적인 시선에서,
그 절대적으로 인간적인 삶에서,
무엇보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영원히 이어지는
인간적인 질문들에서 벗어나 보려 하는 것이다.
벗어나서 그 다음은?
그저 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다워지기 위해,
인간이 되기 위해,
정작 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답게 죽어가고만 있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것만이 인간답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력의 지구를 벗어나 무중력의 우주로 나아가듯
인간이라는 이 고도화된 영혼에서 유체 이탈해서
한 번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리는 모두 인조인간이며
인간은 이미 모두 멸종했다고.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을 흉내 낼 필요도 없고
인간다운 고민을 할 필요도 없고
인간을 대신할 필요가,
그 누군가를 대신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이제
모든 책을 불태워버리고
모든 언어를 금지하고
모든 거울을 부수어 버리고
[진정한 나 자신]이라는 허튼수작도 떨지 말고
살아보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도
생전 처음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뭐?
그런데, 사랑, 그건 어떻게 되었느냐고?
에, 그건 잠시 보류하도록 하자.
과연 그것이 인간적인 것인지 아닌지
중력인지 무중력인지
거울인지 흉내인지
여전히 의심스러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