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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Mar 03. 2021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블레이드 러너 (1982)






이것은 [인조인간이 인간인가 아닌가]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혹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문제도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의 문제는 더더욱이나 아니다.  


오히려 이런 모든 지리멸렬한 문장에서 


[인간]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려는 것이다. 


인간적인 테두리에서, 모든 인간적인 시선에서,


그 절대적으로 인간적인 삶에서,


무엇보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영원히 이어지는 


인간적인 질문들에서 벗어나 보려 하는 것이다.


벗어나서 그 다음은? 


그저 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다워지기 위해,


인간이 되기 위해,


 정작 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답게 죽어가고만 있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것만이 인간답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력의 지구를 벗어나 무중력의 우주로 나아가듯


인간이라는 이 고도화된 영혼에서 유체 이탈해서


한 번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리는 모두 인조인간이며


인간은 이미 모두 멸종했다고.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을 흉내 낼 필요도 없고


인간다운 고민을 할 필요도 없고


인간을 대신할 필요가, 


그 누군가를 대신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이제


모든 책을 불태워버리고


모든 언어를 금지하고


모든 거울을 부수어 버리고


[진정한 나 자신]이라는 허튼수작도 떨지 말고 


살아보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도


생전 처음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뭐?


그런데, 사랑, 그건 어떻게 되었느냐고? 


에, 그건 잠시 보류하도록 하자. 


과연 그것이 인간적인 것인지 아닌지


중력인지 무중력인지


거울인지 흉내인지


여전히 의심스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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