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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Aug 19. 2021

포제션

Possession 포제션 (1981)






악에는 어떤 아름다움이 있다.


만약 내가 이렇게 말한다면 지나치게 문학적인 걸까?


이 문장이야 말로 냉담하고 악랄한 걸까?


일상에서 겪게 되는 전쟁, 살인, 폭력, 강간, 학대의 어디에


아름다움이 있단 말인가. 


사방에서 비난이 쇄도한다. 


악마주의자, 범죄자, 낭만주의자, 사디스트, 마조히스트....


그럼 문장을 고쳐보도록 하자.


그저 단어의 순서를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어떤 악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럼 돌연 비난이 멈춘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문득 자신도 악에 끌릴 뻔한 적이 있음을 슬그머니 고백한다.


유혹에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이 부분을 힘주어 강조하며)


쉽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뭐? 그런데 혹시


거침없이 악에 자신을 내던지는 사람이 부러웠던 적이 있느냐고?


상상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끔찍한 악을 저지르며 인간 이하가 됨으로써 인간 이상이 되는


그런 사악한 기쁨과 고통을 동경한 적이 있느냐고?


무구한 시간 동안 인류가 삶과 죽음과 희생으로 쌓아 올린


도덕이니 정의니 인격이니 하는 것들을 종이장처럼 박박 찢어서


하늘에 꽃가루처럼 날려버리고 세상을 향해 똥오줌이라도 갈기며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어리처럼 처참하고 비루하게 죽고 싶은 적이 있느냐고 묻는 건가?


그럼 돌연 입을 다문다. 


그리고는 꽃이니 양이니 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자신은 원래 지구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어디 멀리 돌아갈 고향이라도 있는 것처럼.


자신의 아이들은 티끌 없이 순수하게 태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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