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곡도 Sep 13. 2021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2011)





우리는 늘 꿈꾸었지.


모험이 가득한 삶.


마치 한낮의 눈부신 태양처럼, 혹은 한 밤의 거친 파도처럼, 


장대하게 빛나는 어떤 위대함의 일부가 되어


담대하고 용기 있게 일어서며


사소하게 상처 받지 않으며


치사하거나 비열하게 굴지 않으며


좌절하지 않으며 


오직 멀리 내다보고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의지와 명석함을 지니고


영광이든 고난이든 결코 뒤돌아 보지 않고


병들지 않은 건강함으로 빛나는


몸도 마음도 반질반질한 인간.


이 넓고 넓은 세상의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는


분명 삶과 영광을 모두 쟁취한 위대한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우리는 꿈꾸었지. 


그러나 세상 구석구석 사람 하나하나를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단 한 명도


사는 게 구질구질하지 않은 자가 없고


서럽고 원통하지 않은 자가 없고


누군가에게 모욕당하지 않는 자가 없고


열등감과 비겁함과 허영에 오염되지 않은 자가 없고


속이 좁아터져서 스스로의 목을 조르지 않는 자가 없고 


사랑이니 외로움이니 하는 사소한 감정 앞에 무너지지 않는 자가 없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걸 함부로 희생하지 않은 자가 없고


회한에 회한을 더해 사무치지 않는 자가 없고


죽음이 초라하지 않은 자가 없더라. 


그렇게 우리는 꿈을 잃고, 대신


누구보다 시시한 우리의 삶에 대한


누구보다 열등한 나 자신에 대한


모든 이들의 공감을 얻었지. 


마지막에 슬쩍 무심한 미소를 지어 보임으로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해보려고 하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포제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