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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Sep 08. 2021

하관

박목월





        하관(下棺)


                               박목월




  관(棺)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 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下直)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全身)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스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 좋아하는 시를 댓글로 소개해 주시면 소중하게 감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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