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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Dec 27. 2021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보았을 연극 - 5



     코로나가 7000명 안팎을 넘나들고 있는 지금, 과연  내년에는 다시 연극을 보러 갈 수 있을까 의심이 부정적인 확신으로 굳어지는 지금, 구태여 보러 가는 것도 의미 없다 자기 합리화에 빠진 지금, 그냥 인터파크 티켓 예매 페이지나 보며 자위나 하자 컴퓨터를 켠 지금, 설사 보러 가려해도 볼만한 연극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 왜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 가지 않아도 연극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연극이란 늘 그랬으니까? 나는 코로나 전에도 예매한 사람이 나밖에 없다며 오지 말아 달라는 연락을 - 그것도 가는 도중에 -  받은 적이 있다.  나는 네, 네, 할 수 없죠, 하면서도 속으로는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서라도 공연을 해야 그게 연극이지 하며 불평을 했었다. 하지만 이미 그 단계도 넘어선 모양이다. 비대면 연극의 미학이라는 건 개소리라고 내가 말한 적이 있지만, 그 개가 사람의 목소리로 또박또박 분통을 터트릴 지경에 이른 것이다. 나는 어쩌면 집 밖에서는 평생 마스크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고 이미 각오하고 있다. 과연 연극은 지금 어떤 각오를 하고 있을까?









연극 : 외투

공연장소 : 아름다운 극장

공연기간 : 2022년 1월 5일 ~ 2022년 1월 16일



     나는 예전부터 연극 포스터가 (최소한 나에게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고 의외로 많은 공연이 그것을 간과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 연극 포스터는 보자마자 눈에 확 띄었다. 내가 이 연극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80% 이상이 이 포스터 덕분일 것이다. 막상 설명 페이지에서는 단체사진을 찍은 배우들의 검은 선글라스와 빨간 넥타이의 촌스러움이  나의 흥미를 상당히 반감시키기는 했지만 다행히 나의 신뢰를 모두 꺾지는 못했다. 특히 누더기를 기운 외투의 뒷모습은 다시 나의 입맛을 돋우어 주기에 충분했다. 내용은 잘 알려진 뻔한 이야기.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감각.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기대가 된다.








 



연극 : 정의의 사람들

공연장소 : 대학로 열린극장

공연기간 : 2022년 1월 22일 ~ 2022년 1월 30일



     포스터도 별로인데 설명 페이지는 더 별로였다. 설정 사진만 잔뜩 올렸을 뿐이지 도대체 무슨 연극인지,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어떤 분위기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정의'에 대한 다른 입장, 다른 이상, 다른 방식의 문제인 것 같기는 한데 설명 페이지만 봐서는 기대감을 전혀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왜 특히 연극은 선전에 대해서 이리도 무성의한 걸까? 예술가들이라서? 딱히 아쉽지 않아서? 아니면 단지 감이 떨어져서? 만약 이토록 연극 가뭄이 아니었다면 이 연극을 보러 가는 데 조금쯤 망설였을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결국 나는 보러 갔을 것이다. 이런 주제를 다뤄주는 연극조차 흔치 않기 때문이다. 









연극 : 클리테메스트라

공연장소 : 뜻밖의극장

공연기간 : 2022년 1월 4일 ~ 2022년 1월 30일




    내가 오늘 올리는 연극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작인 듯싶다. 단지 그리스 비극을 각색했기 때문이 아니라 설명 페이지에 올라온 몇몇 사진의 이미지가 꽤나 강렬했기 때문이다. 작품의 설명은 다소 거창하다. [ 기자회견, 방송 형식의 축하공연 등의 사회성을 담고 있는 동시대적 양식, 배우들의 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적극적인 래스터티브 사용과 ('래스터티브'라는 단어는 따로 검색해 봐야만 했다. 안 나오더라. 이게 무슨 짓인가.) 한국적 채색의 음향, 그리고 인형극 양식까지 그동안 축적되어온 연극적 기술을 총동원하여 공들여 구성했습니다.] 조금 낯 뜨거운 선전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건 사실이다. 물론 기대감이 크며 실망감이 큰 법이고, 연극에 있어서는 특히 이 고언이 잘 들어맞기 때문에 염려가 되기는 하지만, 나는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이 연극의 표를 예매했을 것이다. 







     샅샅이 뒤져봤지만 내가 보고 싶은 연극은 이 정도뿐이었다. 황정민 배우가 나오는 [리차드 3세]는 뺐다. 개인적으로 [리차드 3세]라는 연극을 좋아하지만, 그리고 영화배우 황정민을 좋아하지만, 연극배우 황정민에게는 매번 실망했기 때문에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이것이 꼭 배우만의 문제는 아니고, 그저 연극배우로서의 개인적인 만족감을 챙기고 싶은 유명 배우와, 전 좌석 매진 행렬이라는 경제적 만족감을 챙기고 싶은 제작자의 이해관계가 만나 정작 연극 자체는 비루해지는 흔한 비극이자 희극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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