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책

앙리 구고

by 곡도






[ 사랑의 책 ] 앙리 구고





사랑에 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

사랑은 그 자체가 곧 법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 책은 성(性)에 관한 세계의 민담 설화집이다. 오호, 그렇단 말이지? 독자들은 매력적인 애인의 옷을 풀어헤치듯이 서둘러 책을 펼쳐 든다. 벌거벗겨진 책 안에서 무언가 크-고, 길-고, 깊-은, 뭐 그런 게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김 빠지게 첫 페이지부터 사랑 타령이라니? 뜨거운 침상 위에서 사랑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이 아닌가.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사랑과 섹스는 같은 말이라는 것을. 사랑과 섹스를 분리하는 것, 심지어 사랑을 육체가 아닌 영혼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소위 '교양인'이라는 요즘 사람들의 오해이거나 기만, 더 정확하게 말하면 타락에 가깝다. 그것은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 일종의 게임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사랑은 복잡하지 않다. 사랑은 단일하다. 사랑은 성기와 성기가 결합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성교를 '사랑을 나누다'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것은 실은 진실의 표명이었던 셈이다. 그러한 두 사람의 결합은 지극히 원초적이고, 자연스러우며, 인간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스럽다. 그것은 모든 경계를 초월하는 힘이며, 결국 하나가 된 둘은 둘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사랑의 결과라기보다는 오히려 사랑의 상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여기에 수치스러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자의 성기 속에 남자의 성기가 쑤셔 넣어지는 쾌락에서 온 인류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우리가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이 책은 그러한 부끄러움이 우리를 정화시키기 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은 욕망의 강을 헤엄치는 한 마리 악어라오.

이 책은 음란하다. 그리고 얄궂다. 페이지마다 남녀의 성기에 대한 온갖 종류의 애칭들과 비유들이 가득하다. 처음 들어본 비유도 있으며 곰곰이 생각한 끝에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기발한 애칭도 있다. 게다가 더 재미있는 건 이 성기들이 말을 하고, 돌아다니고, 주인을 선택하고, 직접 유혹까지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들은 주체적이고, 독립적이며, 적극적이다. 부끄러움은 성기의 주인들의 몫일뿐, 정작 성기 본인들은 당당하기만 하다. 인간이 성기를 달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성기가 인간을 달고 다니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태초에 성기가 있었다. 성기들은 선과 악이 생기기 전부터, 생명과 죽음이 생기기 전부터, 심지어 아이들이 생기기 전부터 존재했다. 가장 오래된 이야기의 가장 오래된 남녀에게조차 사랑은 번식이 아닌 본연의 쾌락을 위한 것이었다. 그래, 쾌락을 '사랑'이라고 바꾸어 말해도 좋을 것이다. 남자의 성기가 발기하고 여자의 성기가 축축해지면 신들조차 허둥지둥 자리를 피한다.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한 신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배꼽 아래 그곳, 세상의 모든 신앙이 다 모였네.


나는 특히 아프리카 편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성에 대해 아직 편견이 없는 어린아이 같은 정직한 반응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생전 처음 이성의 성기를 본 사람은 욕망보다는 호기심이 앞설 것이다. 솔직히 이것은 우리 모두가 겪었던 일이 아닌가. 왜 나의 것과 너의 것은 다르게 생겼을까. 다르게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보아하니 여기에 이게 들어갈 것 같은데? 아니, 어쩜. 신기하게도 딱 들어맞지 않나. 아하, 그 순간 우리는 왜 이 세상에 남자와 여자가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본질과 자신의 현상이 일치한다는 기쁨,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기쁨, 자신이 불완전하며 그렇기때문에 완전해질 수 있다는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된다. 사실 우리는 성(性) 보다는 젠더에 더 익숙한 세대다. 더 이상 나의 성기가 나의 성을 결정짓지 않는다. 더 이상 나의 성별이 상대의 성별을 결정짓지도 않는다. 성기는 태고적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두 종류뿐이지만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여자와 남자 두 종류가 아니다. 우리의 성은 보다 복잡하고 내밀하며, 현대 의학의 발전은 모든 걸 한 번씩 더 꼬아버렸다. 심지어 각각의 사람이 각각 자신만의 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거기에 동의한다. 여자, 혹은 남자 오직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다니, 연필 한 자루를 사려해도 수천 가지 중에서 고를 자유가 있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 아닌가. 우리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린다. 나는 단순히 여자, 혹은 남자 그 이상이야. 글쎄,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우리의 성기에게 직접 물어보도록 하자. 그럼 그는 자랑스럽게 대답할 것이다. 자신은 그저 여자, 혹은 남자일 뿐이라고. 그거면 충분하다고.


악마조차도 사랑을 할 권리가 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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