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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Apr 15. 2022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보았을 연극 - 8






연극 : 전락

공연장소 : 더줌아트센터

공연기간 : 2022년 4월 26일 ~ 2022년 5월 1일




     인터파크 연극 페이지를 아무리 뒤져보고 또 뒤져봐도, 세상에, 보고 싶은 연극이 없었다. 이래서야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보았을 연극]이라는 이 연재의 제목이 무색하지 않은가. 코로나라서 연극을 보러 가지 않고, 코로나라서 연극을 만들지 않고, 코로나라서 볼 연극이 없는 악순환이 끝없이 반복되는 듯하다. 한 때 연극 관람이 취향이라고 말해도 크게 부끄럽지 않았던 나 자신마저도 연극을 끊은 지 2년이 넘었으니, 이해가 가지 않는 일도 아니다. 지금은 솔직히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연극을 보러 다녔는지 의아하기까지 하다. 어쨌거나 볼만한 연극이 너무 없어서 이번에는 연재를 건너뛰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이 연극을 발견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 연극의 포스터를 발견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나는 전에도 연극 포스터의 중요성과 그것을 간과하는 연극 제작자들의 무신경함에 대해 여러 번 얘기한 적이 있었다. 수십억 짜리 사업을 벌여놓고 싸구려 명함을 돌리는 격이라고 말이다. 나는 연극을 고를 때 연극 포스터를 주의 깊게 보는 편이다. 연극 포스터에서 이미 제작자의 감각과 수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연극 포스터는 좋은 데 연극이 좋지 않은 경우는 있어도 연극 포스터가 나쁜 데 연극이 좋았던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중력을 거스르고 공중부양을 하는 정도의 미스터리한 힘이 작용한 것이리라. 

     연극 [전락]은 알베르 카뮈의 소설을 기반으로 했다고 한다. '전락'이라는 소설을 읽지는 못했지만 나는 알베르 카뮈의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 그의 진지하고 얄팍한 댄디함을 싫어한다 -  아마도 이 연극을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 포스터가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이런 포스터를 내 건 연극이라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포스터는 호크니의 '더 큰 풍덩'이라는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건조하기 그지없는 정적과 평화 속에서 강박적인 난간의 반복을 뚫고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는 건너편 남자는 자살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다이빙을 하고 있는 걸까? 다이빙이라고 하기에는 복장이 적절하지 않다. 그렇지만 또 자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기세가 넘치지 않나. 아니, 다이빙이든 자살이든 크게 상관없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땅을 박차고 올라 물속으로 다이빙한다. 사람들은 삶을 박차고 올라 죽음 속으로 다이빙한다. 어쩌면 그 둘은 정확하게 같은 걸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땅과 물 그 사이, 삶과 죽음 그 사이의 짧은 순간. 그런데 그걸 바라보며 여유 있게, 혹은 냉소적으로, 혹은 모든 걸 이해한다는 듯이 웃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구일까. 구경꾼일까? 아니면 당사자일까?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일까? 혹은 같은 사람의 다른 운명일까. 아니면 그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거나, 보지 못한 척 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그도 곧 뛰어내릴 참인 걸까? 누가 배우이고 누가 관객인가?

   이 연극은 [양손프로젝트]라는 연극 그룹의 [1인극 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친김에 [양조아]라는 첫 번째 작품도 찾아보았다. 어엉? 이 포스터도 괜찮네? 오, 어쩌면 [전락]은 정말 재미있는 연극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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