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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Aug 04. 2022

망년

황지우




                망년

                                           황지우




세브란스 병원 영안실 뒤편 미루나무 숲으로


가시에 긁히며 들어가는 저녁 해


누가 세상에서 자기 이외의 것을 위해 울고 있을까


해질녘 방바닥을 치며 목놓아 울었다는 자도 있으나


이제 얼마나 남았을꼬


아마 숨이 꼴깍하는 그 순간까지도


아직 좀더 남았을 텐데, 생각하겠지만


망년회라고 나가보면 이제 이곳에 주소가 없는 사람이 있다


동창 수첩엔, 벌써 정말로 졸업해버린 놈들이 꽤 된다


배 나오고 머리 빠진 자들이


소싯적같이 용개치던 일로 깔깔대고 있는 것도


아슬아슬한 요행일 터이지만


그 속된 웃음이 떠 있는 더운 허공이 삶의 특권이리라


의사 하는 놈이, 너 담배 안 끊으면 죽는다이, 해도


줄창 피우듯이 또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 잊는다








* 좋아하는 시를 댓글로 소개해 주시면 소중히 감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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