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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Sep 20. 2022

시간의 횡포

세사르 바예호





                   시간의 횡포 


                                                세사르 바예호 




    안또니아 아줌마도 죽었다, 시골 마을에서 제일 싼 빵을 만들던, 늘 목이 쉬어 있던 여자.



    산띠안노 신부도 죽었다. 우리 젊은 청년들이나 처녀들이 인사하는 것을 제일 좋아하시던. 

인사할 때마다 한결같이 답해주시곤 하셨지: <호세, 안녕! 마리아도 안녕!>



    그 금발머리 아가씨 까를로따도 죽었다. 몇 달 안된 갓난아기 하나를 남겨두고. 아이도 

엄마 죽은 지 여드레만에 죽고 말았다.



    나의 아줌마 알비나도 죽었다. 전래 동요와 풍습과 세월을 노래하곤 하시던 아줌마.

토방마루에서 집안 하녀인 곱디곱던 여인 이사도라를 위해 바느질을 하시다가 돌아가셨다.



    한 외눈박이 노인도 죽었다. 이름은 생각이 안난다. 하지만 동네 어귀의 함석장이 집 문 

앞에서 노상 주저앉아 아침 햇살을 받고 졸곤 하셨다. 



    라요도 죽었다. 내 키만큼 큰 개 한 마리, 누군가 길가는 사람의 총을 맞고 죽었다.



    루까스도 죽었다. 허리 가득 평화를 안고 다니던 나의 외삼촌. 비가 오면 나는 외삼촌이 

생각난다. 그러나 내 경험 속에는 아무도 없다.



    나의 권총 속에서 나의 어머니는 죽었다. 나의 주먹 속에서 나의 누이는 죽었다. 나의 

피투성이 허벅지 속에서 나의 동생도 죽었다. 계속 되는 세월의 8월에 모두 죽었다, 

슬픔의 슬픈 핏줄로 이어진 세 사람.



    악사 멘데스도 죽었다. 키가 크고 술이 항상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있던. 나팔로 옛날 슬픈 

곡조를 따라랑거리면 그 처량한 음악 소리에 우리 마을 암탉들이 해도 지기 전에 잠들곤 했던.



   나의 영원은 죽었다. 그리고 나는 그 죽음을 보고 있다.







* 좋아하는 시를 댓글로 소개해 주시면 소중히 감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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