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해부학 (3)
로버트 버턴
Edvard Munch의 '우울' (1893)우울에 대한 작가의 관점
홀로 사색하러 나갈 때
나는 익히 알려져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한다.
슬픔도 근심도 없이
허공에 성을 지을 때면
달콤한 환상이 나를 기쁘게 하고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만 같다.
이러한 내 기쁨은 어리석고
우울만큼 감미로운 것은 없다.
홀로 깨어 누운 채
잘못했던 것들을 다시 되새길 때면
내 생각들이 나를 짓누르고
근심과 슬픔이 나를 놀라게 하며
내가 한 곳에 머무르던지 움직이던지 간에
시간은 매우 느리게 가는 것 같다.
이러한 내 슬픔은 지독하고
우울만큼 광적인 것도 없다.
시냇가나 초록빛 나무 옆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운 생각들과 함께,
스스로 기꺼이 행동하고 웃을 때,
듣지도, 찾지도, 보지도 못한
천 가지 즐거움이 나를 축복하고
내 영혼에 행복의 관을 씌운다.
이러한 내 기쁨 외에는 모두 어리석고
우울만큼 감미로운 것은 없다.
어두운 숲이나 지긋지긋한 소굴에서
내가 불만과 분노에 휩싸여
한숨 쉬고, 슬퍼하고, 크게 신음하며
누워있거나, 앉아 있거나, 홀로 걸을 때,
한 번에 천 가지 고통이
무거운 마음과 영혼의 안식처를 파괴한다.
이러한 나의 슬픔은 지독하고
우울만큼 씁쓸한 것도 없다.
나는 듣고 있고,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
감미로운 음악, 감탄스러운 선율,
마을들, 궁전들, 훌륭한 도시들.
지금 여기든, 그때 거기든, 세상은 내 것이고,
흔치 않은 미녀들과 화려한 숙녀들은 생기가 있고,
무엇이든 사랑스럽고 신성하다.
이것 외에 다른 기쁨은 어리석고
우울만큼 감미로운 것은 없다.
나는 듣고 있고,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
유령들, 고블린들①, 마귀들, 이러한 나의 환상은
천 가지 추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머리 없는 곰들, 흑인들, 원숭이들,
애처로운 아우성들, 공포스러운 광경들이
나의 슬프고 비참한 영혼을 놀라게 한다.
이러한 나의 슬픔은 지독하고,
우울만큼 지랄 맞은 것도 없다.
나는 구애하고, 키스한다고 생각해 본다.
나는 지금 내 연인을 품에 안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
오, 축복받은 날들이여, 달콤한 삶이여,
천국에서의 시간 같구나.
그러한 생각들이 공상의 움직임을 고요하게 함으로써
나는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나의 기쁨은 어리석고
우울만큼 감미로운 것은 없다.
내가 사랑의 수많은 두려움에 대해 상세히 말할 때,
그러니까 나의 한숨과 눈물, 잠 못 이루던 밤들,
질투에 사로잡힌 격정에 대해서. 오 내 힘겨운 운명이여.
나는 이제 후회하지만, 너무 늦었다.
어떤 고통도 사랑만큼 나쁘지 않으며
내 영혼에게 가혹하다는 건 자명하다.
이러한 나의 슬픔은 지독하고,
우울만큼 무자비한 것도 없다.
친구들과 동료들이 모두 물러가고
홀로 있는 것이 내가 바라는 바다.
내 생각들과 내가 은밀하게 으스댈 때에는
결코 잘 되지는 않지만.
이와 같은 보석도, 이와 같은 보물도 없다.
이것은 나의 환희, 나의 왕관, 나의 행복.
이러한 나의 기쁨은 어리석고
우울만큼 감미로운 것은 없다.
내 유일한 불운은 혼자라는 것이다.
나는 짐승, 장성한 괴물,
나는 빛도 친구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의 불행이다.
장면이 바뀌고 나의 기쁨이 사라지면,
두려움, 불만, 슬픔이 온다.
이러한 나의 슬픔은 지독하고
우울만큼 난폭한 것도 없다.
나는 어느 왕과도 인생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나는 황홀하다. 즐거운 놀이 시간의
웃음과 미소보다 이 세상이 더 많은 기쁨을 가져올 수 있을까?
아, 안돼, 나를 괴롭히지 마라. 달콤한 삶을 보고 느낄 수 있구나.
이러한 나의 기쁨은 어리석고
우울만큼 신성한 것은 없다.
당신이 감옥이나 오물더미에서 찾아낼 수 있는
어떤 가련한 자와도 역할을 바꾸겠다.
나의 고통은 과거의 치유, 또 다른 지옥,
나는 이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절망에 빠진 내 인생이 이제는 싫다.
고삐나 칼을 빌려달라.
이러한 나의 슬픔은 지독하고
우울만큼 저주받은 것은 없다.②
1) Goblin - 잉글랜드 신화에서 흉측한 난쟁이 모습을 한 사악한 정령.
2) 이러한 나의 OO은 XX 하고
우울만큼 ~~한 것도 없다.
이 형태의 문장을 기준으로 삶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교차되고 있다.
같은 장면, 같은 상황, 같은 대상도 극과 극의 반대로 느껴진다. 마치 조울증처럼.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