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해부학 (4) - 서문 시작

로버트 버턴

by 곡도


aaaaa.jpg Salvador Dali의 [밀레의 만종에 대한 고고학적 회상]




(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데모크리토스⟦1⟧ 주니어가 독자에게.



점잖은 독자여, 다른 사람의 이름을 가로챈 채 무례하게 이 공동의 무대, 세상 앞으로 난입한 이 우스꽝스럽고 가장한 배우가 누구인지 여러분은 알고 싶을 것입니다. 그가 어디 출신인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그리고 뭘 말하려고 하는지 궁금하시겠죠. 비록 그는 이렇게 말했지만요. 내가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가 나에게 강요할 수 있습니까? 나는 자유인으로 태어났으며 말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누가 나에게 강요할 수 있나요? 누가 나를 다그친다면, 플루타르코스⟦2⟧의 글에서 언급된, 바구니 안에 뭐가 있는지 기어코 알기를 원했던 호기심 많은 사람에게 이집트인이 대답했던 것처럼 말할 것입니다. 가려서 감춘 것인데 왜 캐묻는 것입니까?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게 하려고 그것을 덮어두었던 것인데요. 숨겨진 것을 찾지 마세요. 만약 이 책의 내용이 여러분을 기쁘게 한다면, "저자는 달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좋고 당신이 원하는 누구라고 해도 좋습니다."⟦3⟧ 저는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어느 정도 만족을 주기 위해, 이는 내게 필요한 것 이상의 일이지만, 내가 가로챈 이름과, 제목과, 주제의 근거를 밝히겠습니다. 먼저 데모크리토스⟦1⟧라는 이름부터. 누구든 이 이름에 속아, 비방 풍자문이나 풍자, 어떤 우스꽝스러운 논고 (나 역시 그랬을 법하지만), 혹은 지구의 운동이나 무한한 세계들에 관한 기괴한 교리나 역설, 무한한 공허 속에서 원자들의 우연한 충돌로, 그리고 태양 속 티끌 같은 것들의 우연한 충돌로 생겨났다는 끝없는 황무지 같은 것을 기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 모든 것은 데모크리토스⟦1⟧가 주장했던 것이며, 에피쿠로스⟦4⟧와 고대의 대가인 레우키포스⟦5⟧, 그리고 최근에는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6⟧와 조르다노 브루노⟦7⟧, 그리고 몇몇 다른 사람들에 의해 부활된 것입니다. 아울루스 겔리우스⟦8⟧가 관찰한 것처럼 다음 같은 현상은 일반적인 관습이지요. "차후에 작가들과 사기꾼들은 어리석고 무례하기 그지없는 꾸며낸 얘기들을 퍼트리면서 신용과 존중을 받기 위해 데모크리토스⟦1⟧ 같은 고귀한 철학자들을 끌어들일 것입니다." 보통 제작자들이 자신의 새로운 조각 작품에 프락시텔레스⟦9⟧ 이름을 덧붙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나는 그렇지 않지만요.


여기에는 켄타우로스⟦10⟧도, 하르피이⟦11⟧도, 고르곤⟦12⟧도 없으며

내 주제는 사람과 인류입니다.

바로 여러분이 내 담론의 주제인 것이죠.


사람들이 하는 일, 그러니까 맹세, 두려움, 분노, 쾌락,

기쁨, 방황이 내 작은 책에 뒤섞여 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쓰는 의도는, 메르쿠리우스 갈로벨지쿠스⟦13⟧나 메르쿠리우스 브리타니쿠스⟦14⟧가 ‘머큐리⟦15⟧’라는 이름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독교인 데모크리토스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가면 뒤에 숨어야 하는 몇몇 상황도 있고, 또 지금은 분명하게 말로 옮기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도 있습니다. 이건 그의 삶의 요약과 함께 과연 데모크리토스⟦1⟧가 누구인지, 그 인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어야만 제대로 전달될 것입니다.

히포크라테스⟦16⟧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17⟧가 묘사한 것에 따르면 데모크리토스⟦1⟧는 작고 쇠약한 노인으로 천성적으로 매우 우울했으며, 말년에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꺼리면서 고독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는 당대의 유명한 철학자였고 소크라테스와도 동시대 사람으로서 마지막에는 자신의 연구와 은둔 생활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디아코스모스'⟦18⟧와 그 밖의 저작들이 입증하다시피 그는 수많은 훌륭한 책들을 집필했고, 그 시대의 신학 기준으로 위대한 신학자에 뛰어난 의사였고, 정치가였으며, 훌륭한 수학자였습니다. 콜루멜라⟦19⟧에 따르면 데모크리토스⟦1⟧는 농경을 연구하는 것에도 큰 기쁨을 느꼈다고 하는데, 콘스탄티누스⟦20⟧와 다른 이들이 그 주제를 다루면서 그를 인용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자연에 대해 잘 알아서 모든 짐승, 식물, 물고기, 새의 성질과 차이를 구별했고, 또 혹자가 말하길 그는 그것들의 가락과 소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그는 만방에 박식한 사람이었고, 만사에 통달한 학자였으며, 훌륭한 연구자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가 좀 더 잘 숙고하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눈을 멀게 하여 노년에 스스로 장님이 되었다고도 하지만, 그는 그리스 전체보다 더 많이 보았고, 모든 주제에 대해 글을 썼으며, 그가 저술하지 않은 자연의 작업은 없습니다. 뛰어난 총명함과 깊은 사유를 가진 사람. 그는 젊은 날 더 나은 지식을 얻고 학자들과 토론하기 위해 이집트와 아테네를 여행했는데 "어떤 이들에게는 존경받고 어떤 이들에게는 멸시를 받았습니다." 방랑 생활을 마친 후, 어떤 이들은 그가 트라키아⟦21⟧의 한 도시인 아브데라⟦22⟧에 정착해 입법자, 기록관, 서기로 임명되었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그가 거기서 나고 자랐다고 합니다.” 어쨌든 그는 결과적으로 그곳 교외에 있는 정원에서 살면서 자신의 연구와 은둔 생활에 몰두했으며, 때로는 "가끔 항구로 내려가 걸으면서" "다양하고 우스꽝스러운 광경들을 보고 박장대소하곤 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데모크리토스⟦1⟧입니다.

하지만 그와 내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나는 무슨 근거로 그의 모습을 참칭하는 걸까요? 사실 고백하건대, 이제까지 내가 한 말들로 나 자신을 그와 견주려 한다면 그것은 뻔뻔하고 오만한 일입니다. 주제넘게 겨루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는 삼천 명만큼이나 우뚝 서있습니다. 반면 나는 보잘것없고, 아무것도 아니며, 위대한 일은 꿈꾸지도 바라지도 않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내게 어떤 자부심이나 자만심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불식되기를 바란다고 말입니다. 나는 조용히 머물면서 고독하고 사적인 삶을 살았고, 나 자신과 뮤즈⟦23⟧들을 위해 크세노크라테스⟦24⟧가 아테네에 있었던 것만큼이나 오래 대학에 머물렀으며, 거의 노년까지 그가 한 것처럼 지혜를 배우기 위해 서재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나는 유럽에서 가장 번창하는 대학 부속 단과 학원, 가장 존귀한 단과 학원에서 연구자로 수학했는데 다음과 같이 말한 요비우스⟦25⟧처럼 그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나는 37년 동안 바티칸 거처의 빛 아래에서 유익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30년 동안 저는 (그가 그랬듯이 좋은 도서관을 사용하면서) 학자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게으른 벌처럼 살면서 학식 있고 고결한 공동체의 무익하고 무가치한 구성원이 되거나, 왕립·대규모 설립기관에서 불명예스러운 집필을 하는 것 모두를 꺼렸습니다. 내가 이제까지 해온 것들은 내 직업이 성직자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말한 것처럼 재능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번뜩이는 재치 때문에 생긴 변덕스럽고 불안정한 마음으로 인한 (어느 하나에서도 얄팍한 솜씨조차 얻지 못하면서) 크나큰 갈망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것에 조금씩 손을 댐으로써, 모든 것에서 ‘조금 있는 사람’이되 어느 하나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플라톤이 권하고, 유스투스 립시우스⟦26⟧ 역시 인정하고 더 발전시켰던 것으로 "호기심 많은 모든 총명함에 새겨 둘 만한 말입니다. 단 하나의 학문의 노예가 되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오직 한 주제에만 완전히 몰두하지 말며, 밖으로 떠돌아다녀야 합니다. 백가지 재주를 가진 아이란 먼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남의 배에 노를 하나씩 얹어두며, 모든 음식을 맛보고 모든 잔에서 한 모금씩 마시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몽테뉴⟦27⟧가 말하듯,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와 자신의 학식 있는 동포 아드리안 투르네부스⟦28⟧에 의해서도 잘 이행되었습니다. 나는 이런 떠돌아다니는 기질을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하지만) 늘 품어왔습니다. 마치 눈앞에 보이는 모든 새를 향해 짖고는 자기 사냥감을 내버려 둔 채 떠나버리는 스패니얼 개처럼, 내가 따라야 할 것만 빼고는 모두 따라다녔습니다. 그래서 나는 정당하게, 참으로, 어디에나 있는 자는 어디에도 없다고 불평을 하게 됩니다. 콘라트 폰 게스너⟦29⟧가 겸손한 태도로 했던 말처럼 많은 책을 읽었지만 성과가 적었던 것은 좋은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방법, 체계, 기억, 판단력이 부족해서 도서관에서 갖가지 종류의 저자들을 닥치는 대로 뒤적였으나 얻은 것은 적었습니다. 나는 지도나 해도에서만 여행했을 뿐입니다. 그 안에서 내 무한한 생각은 자유롭게 돌아다녔고, 특히 우주지리학⟦30⟧에 대한 연구를 즐겼습니다. 토성은 내 출생천궁도⟦31⟧의 지배자이고 절정이며, 화성은 성향의 주된 지시성으로써 내 상승점과 정확히 합을 이루었습니다. 둘 다 자신들의 집에서 운이 길했죠. 나는 가난하지도 않고 부자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지만 부족한 것은 없습니다. 나는 가진 것이 조금이지만 원하는 것도 없습니다. 내 모든 보물은 미네르바⟦32⟧의 탑 안에 있습니다. 더 높은 직책을 가질 수 없었기에 나는 그것에 빚진 것이 없고, 비록 아직 대학 부속 단과 학원 연구자이긴 하지만 고귀하고 아낌없이 주는 후원자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하라.) 또한 자신의 정원에서 머무는 데모크리토스⟦1⟧처럼 생활하면서 수도자 같은 삶을 사는 것이 나 자신에게는 극장이 되고, 세상의 소란과 번거로움으로부터도 격리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망루에 놓인 듯 (그가 말했듯이) 여러분 위의 높은 곳에 있으면서 마치 스토아 철학자처럼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대를 통찰합니다. 나는 논쟁적인 소송과는 멀리 떨어진 채, 외국에서 행해지는 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달리고, 타고, 소동을 피우는지 듣고 봅니다. 나는 그런 다툼 많은 소송, 궁정의 허영, 법정의 야심에서 멀리 떨어져 혼자 웃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웃어넘기며 걱정이 없습니다. 내 소송이 잘못되거나, 내 배들이 난파당하거나, 곡물과 가축이 탈이 나거나, 무역이 쇠퇴한다 해도 말입니다. 나는 좋든 나쁘든 부양할 아내도 아이도 없습니다. 나는 단순한 구경꾼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운과 모험,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지켜봅니다. 생각건대 그것은 극장이나 장면처럼 내 앞에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나는 매일 새로운 뉴스를 듣습니다. 점령된 도시, 포위된 도시에서의 전쟁, 전염병, 화재, 홍수, 절도, 살인, 학살, 유성, 혜성, 유령들, 이변들, 환영들, 그리고 프랑스, 독일, 터키, 페르시아, 폴란드 등에서 포위된 도시들, 매일 이루어지는 소집과 준비 같은 것들에 대한 일상적인 소문을 듣습니다. 이 격렬한 시기에는 전투가 벌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일대일 결투, 난파선, 해적질 및 해상 전투가 있습니다. 평화, 동맹과 조약, 책략, 그리고 생생한 경고. 맹세, 소원, 행동, 명령, 청원, 소송, 탄원, 법률, 선언, 불만, 불평의 거대한 혼란이 매일 우리의 귀에 들려옵니다. 매일 새로운 책, 소책자, 코란토⟦33⟧, 이야기, 모든 종류의 책에 대한 전체 목록, 새로운 패러독스, 의견, 분열, 이단, 철학의 논란, 종교 등등. 이제 결혼, 가면무도회, 가장극, 여흥, 축제, 사절단, 경기와 마상 시합, 트로피, 승리, 연회, 스포츠, 연극에 대한 소식이 밀어닥칩니다. 다시 새롭게 전환된 장면에서처럼, 반역, 속임수, 강도, 모든 종류의 흉악한 악행, 장례식, 매장, 군주들의 죽음, 새로운 발견, 원정은 희극적이고도 비극적입니다. 우리는 오늘 새로운 영주와 장교가 창설되고, 내일은 몇몇 위대한 사람들이 폐위되며, 또다시 새로운 영예가 수여된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한 사람은 풀려나고 한 사람은 투옥됩니다. 누군가는 사들이고 누군가는 망합니다. 그는 번성하고 그의 이웃은 파산합니다. 지금은 풍족하지만 다시 흉년과 기근이 옵니다. 하나는 달리고 다른 하나는 말에 탑니다. 말다툼, 웃음, 울음 등등등. 나는 세상의 화려함과 비참함 한 복판에서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뉴스를 매일 듣습니다. 유쾌함, 자부심, 당혹과 근심, 단순함과 악독함. 교묘함, 교활함, 솔직함, 진실함이 서로 뒤섞이며 스스로를 제공합니다. 나는 그저 사사로운 개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 여전히 이전 상태 그대로 고독한 삶과 가정적인 불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기 위해 사실대로 말하자면, 때때로 유행을 보기 위해 디오게네스⟦34⟧가 도시로, 데모크리토스⟦1⟧가 항구로 간 것처럼, 나 역시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보고 약간의 관찰을 합니다. 예리한 관찰자라기보다는 오히려 단순한 서술자지요. 그들이 한 것처럼 비웃거나 웃는 것이 아니라 혼란한 감정으로 임했으니까요.







1) Democritus - 기원전 5세기말에서 4세기 초에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원자론을 기반으로 한 우주론을 체계화시켰으며 유물론적 철학을 지향했다. 그는 세계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입자, 곧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고, 이 원자들이 텅 빈 공간 속에서 운동하며 결합과 분리를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사유에서 자연은 신의 의도나 목적이 아니라 필연과 우연의 결과로 움직인다. 감각은 원자들의 배열이 우리에게 남기는 인상일 뿐이며, 단맛·쓴맛 같은 성질은 관습적이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원자와 공허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웃는 철학자’라는 별칭으로 전해지는데, 인간사와 운명의 어리석음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태도 때문이었다. 윤리에서도 쾌락을 단순한 방종이 아니라 영혼의 평정, 균형 잡힌 기쁨으로 이해했다. 후대의 에피쿠로스와 루크레티우스가 그의 사상을 이어받아 서양 유물론의 한 줄기를 만들었다. 거의 동시대 사람이었던 플라톤의 관념론과 대립했다. (작가는 자신을 데모크리토스의 후계자로 자처하고 있다.)



2) Plutarch - 플루타르코스는 1세기말에서 2세기 초에 살았던 그리스 출신의 작가이자 도덕철학자다. 로마 제국 시대에 활동했지만 정신적 뿌리는 고전 그리스에 두었고, 델포이의 사제이기도 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작업은 '영웅전'이다. 셰익스피어가 이 책에서 많은 소재를 가져갔다. 또 다른 저작 묶음인 '도덕론'에서는 종교, 우정, 교육, 미신, 영혼의 문제까지 폭넓게 다뤘다. 그는 극단보다 절도를 중시했고, 철학을 추상이 아니라 일상의 기술로 보았다. 플루타르코스에게 역사는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 마음의 실험실이었다.



3) 달에 사는 존재라면 우리의 규칙과 도덕, 취향에서 벗어나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칭찬을 받을 때조차 이름을 숨기고 싶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4) Epicurus - 에피쿠로스는 기원전 4세기 후반 아테네에서 활동한 철학자다. 그는 인간의 목적을 쾌락이라고 불렀지만, 그 쾌락은 떠들썩한 향락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와 마음의 평정이었다. 가장 큰 행복은 배부른 축제가 아니라 두려움이 사라진 조용한 상태, 아타락시아다. 그는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을 받아들여 세계를 신의 계획이 아닌 원자들의 자연적 운동으로 설명했다. 신들은 존재하더라도 인간 일에 간섭하지 않으며, 죽음은 감각의 소멸일 뿐이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테네의 정원에서 제자들과 함께 살며 우정과 소박한 생활을 강조했고, 정치적 야심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사적인 삶을 중시했다. 후대에는 쾌락주의자로 오해되었지만, 그의 철학의 중심에는 절제와 이성, 그리고 불필요한 욕망을 줄이려는 냉정한 계산이 있었다.



5) Leucippus - 레우키포스는 기원전 5세기 무렵 활동한 그리스 철학자로, 원자론의 최초 제안자로 전해진다. 그의 생애는 거의 안개 속에 가려져 있고, 사상의 대부분은 제자 데모크리토스의 이름으로 전해졌다. 그는 세계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입자와 빈 공간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았고, 모든 변화는 이 입자들의 운동과 배열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신화적 원인이나 목적 대신, 필연적 기계 법칙을 자연의 근본으로 삼은 점에서 이전 사상과 갈라선다. “존재는 공허 없이, 공허는 존재 없이 있을 수 없다”는 그의 사상은 이후 서양 물질주의의 출발점이 되었다.



6) Nicolaus Copernicus -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16세기 폴란드의 천문학자이자 성직자다. 그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오래된 도식을 뒤집고, 태양을 중심에 두는 체계를 제안했다. 행성들은 태양 주위를 원운동으로 돌고, 지구 역시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지구가 왕좌에서 내려오자, 신학과 철학도 함께 흔들렸다. 코페르니쿠스는 혁명을 의도한 예언자가 아니라, 계산을 맞추려던 조용한 수학자였다. 하지만 그의 계산은 세계의 중심을 바꾸어 놓았다.



7) Giordano Bruno - 조르다노 브루노는 16세기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사상가다. 그는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을 단순한 천문 가설이 아니라 우주의 형이상학으로 확장했다. 우주는 하나의 닫힌 구가 아니라 무한하며, 별들은 저마다 또 다른 태양이고, 그 주위에 수많은 세계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브루노에게 신은 특정한 장소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 전체에 스며 있는 무한한 생명력이었다. 이런 생각은 교회의 교리와 충돌했고, 결국 베네치아에서 체포되어 사상의 철회를 거부한 끝에 1600년 화형을 당했다. 그는 과학자라기보다 형이상학자였지만, 그의 무한 우주 개념은 근대 세계관의 균열을 미리 보여주었다.



8) Aulus Gellius - 아울루스 겔리우스는 2세기 로마의 학자이자 문필가다. 그는 체계적인 철학자라기보다, 읽고 들은 것을 밤마다 공책에 적어 두는 수집가에 가까웠다. 그 기록이 훗날 '아티카의 밤들'이 되었다. 이 책에는 법률, 문법, 역사, 기이한 일화, 잊힌 시 구절이 뒤섞여 있다. 겔리우스는 옛 문헌의 목소리를 보존하는 일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다. 그의 글 덕분에 사라졌을 수많은 라틴 작가들의 흔적이 오늘까지 남았다.



9) Praxiteles - 프락시텔레스는 기원전 4세기 아테네의 조각가다. 고전기의 엄격한 균형에서 벗어나, 인체에 부드러운 곡선과 숨결 같은 온기를 불어넣은 인물로 기억된다. 프락시텔레스의 조각은 정지한 순간보다 움직임의 직전, 무게가 한쪽 발로 기울어지는 찰나를 붙잡는다. 그래서 그의 대리석은 차갑지만, 어딘가 숨을 고르고 있는 듯이 보인다.



10) Kentauros - 켄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마 존재다.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말로 이루어져 있어 이성과 야성이 한 몸에 묶인 형상이다. 전승에서 그들은 대부분 난폭하고 충동적인 종족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케이론 같은 인물은 지혜롭고 온화하여 아킬레우스와 아스클레피오스를 가르친 스승으로 기억된다. 켄타우로스는 인간 안의 두 힘, 절제와 본능의 분열을 눈에 보이게 만든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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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Harpyasque - 하르피이(Harpies)는 그리스 신화에서 사람과 음식 등을 낚아채 가는 약탈자의 성격을 지닌 새-여성형 괴물로, 문학에서는 재난·불결함·폭풍과 같은 공포의 징표를 상징하는 존재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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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Gorgon - 고르곤은 그리스 신화의 괴물 자매들이다. 머리카락 대신 뱀이 꿈틀거리고, 눈을 마주친 사람을 돌로 만든다는 존재로 전해진다. 세 자매 가운데 메두사만이 죽을 수 있는 몸을 가졌고, 나머지 스테노와 에우리알레는 불사의 존재였다. 고르곤의 얼굴은 공포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보호의 문장이다. 사원 문기둥과 방패에 새겨져 악을 물리치는 부적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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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Mercurius Gallobelgicus - 1594년 유럽에서 인쇄 형태로 나온 첫 정기 간행물. '메르쿠리우스'는 그리스의 '헤르메스'에 해당하는 로마의 신으로 여행과, 상업, 거래, 도둑질의 신이다.



14) Mercurius Britannicus - 17세기 영국 내전 시기에 발행된 정치 팸플릿이자 주간지의 이름이다. 왕당파와 의회파가 서로를 향해 종이 위에서 전쟁을 벌이던 시대에, 이 제목은 의회파의 대표적인 선전 매체로 기능했다. ‘브리튼의 메르쿠리우스’라는 이름은 로마 신 머큐리의 전령 역할을 빌려, 자신들이 진실을 전하는 목소리라는 뜻을 내세운 것이다. 지면에는 전투 소식, 소문, 상대 진영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뒤섞였다. 사실 보도라기보다 정치적 무기로서의 글이었고, 당대의 여론을 움직이는 도구였다



15) Mercury - 메르쿠리우스는 로마 신화의 신이고, 그리스의 헤르메스와 같은 존재다. 그는 신들의 전령이다. 발에 날개 달린 샌들을 신고, 한 손에는 뱀이 감긴 지팡이 카두케우스를 든 채 세계와 세계 사이를 오간다. 하늘과 땅, 삶과 죽음, 인간과 신을 잇는 통로 역할이 그의 본질이다. 그래서 상인·여행자·도둑·웅변가의 수호자가 동시에 된다. 경계에 서는 자들의 신이다. 그는 질서의 바깥을 미끄러지듯 통과하지만 그 속임수는 파괴보다 중개에 가깝다. 연금술에서는 수은과 동일시되어, 형태를 바꾸며 모든 금속을 잇는 원리로 해석되었다. 메르쿠리우스는 고정되지 않는 운동, 경계 그 자체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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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Hippocrates -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5세기 코스 섬에서 활동한 그리스 의사다. 그는 병을 신의 벌이 아니라 자연의 현상으로 보았고, 관찰과 경험을 치료의 근거로 삼으려 했다. 그 이전의 주술적 의학과 갈라서는 지점이 여기다. 그의 이름 아래 전해지는 '히포크라테스 전집'에는 체액 이론, 예후 판단, 생활 습관의 중요성이 반복된다. 의사는 병과 싸우는 전사가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도록 돕는 조력자라는 태도가 중심에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을 기술이 아니라 윤리와 관찰의 결합으로 만들려 한 첫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우울에 빠진 데모크리토스를 진찰하고는 미친 것이 아니라 모두 이렇게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런데 또 다른 일설에 의하면 반대로 데모크리토스가 너무 웃어서 히포크라테스의 진찰을 받았는데 히포크라테스는 데모크리토스가 미친 것이 아니라 지혜로워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17) Diogenes Laertius -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3세기 무렵 활동한 그리스의 전기 작가다. 철학자였다기보다 철학자들의 기록자였다. 그의 책 '유명 철학자들의 생애와 학설'은 고대 철학사를 통째로 보존한 창고와 같다.



18) Diacosmus - 데모크리토스의 초기 원자론에서 쓰인 말이다. 원자들이 공허 속에서 무작위로 움직이다가 일정한 결합을 이루면 하나의 코스모스가 생기는데, 그 형성과 구조 전체를 디아코스모스라고 불렀다. 목적이나 신적 설계가 아니라, 충돌과 필연의 결과로 생긴 질서의 우연한 형태라는 점이 핵심이다.



19) Columella - 콜루멜라는 1세기 로마의 농학자다. 히스파니아 출신의 토지 소유자이자 실무 농부였다. 그는 경험을 글로 옮긴 드문 로마인이었다. 대표 저작 '농업에 대하여'에서 포도 재배, 가축 사육, 토양 관리, 노예 감독까지 세세히 다루었다. 단순한 기술서가 아니라, 땅을 돌보는 삶의 윤리를 말하려 했다. 농업이 무너지면 국가의 도덕도 함께 기운다는 믿음이 그의 문장 아래 흐른다. 콜루멜라에게 농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미래의 질서였다.



20) Constantinus - 콘스탄티누스는 4세기 로마 황제다. 제국을 재통합하고 권력의 중심을 동방으로 옮겨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세웠다. 가장 큰 전환은 기독교에 대한 태도였다. 그는 밀라노 칙령으로 신앙을 합법화하고, 니케아 공의회를 열어 교회의 분열을 정리하려 했다.




21) Thrace - 에게해 북쪽 지방. 발칸 반도의 동쪽, 오늘의 불가리아 남부와 그리스 북부, 튀르키예의 유럽 쪽 일부를 아우르던 고대 지역이다. 하나의 통일 국가라기보다 여러 부족이 흩어져 살던 땅이었다.



22) Abdera - 아브데라는 고대 그리스의 트라키아 지역(오늘날 그리스 북동부)에 있던 항구 도시로, 상업과 교역이 활발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원자론으로 유명한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의 고향으로 자주 언급되며, 고대 문헌에서는 때때로 “아브데라 사람”이 우스꽝스럽거나 어리석은 인물의 상징처럼 풍자적으로 쓰이기도 했다.



23) Muses - 뮤즈는 그리스 신화에서 예술과 학문을 관장하는 아홉 여신을 말하며, 문학에서는 “뮤즈”가 곧 학문·시·글쓰기·창작 활동 전체를 가리키는 관용적 표현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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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Xenocrates - 크세노크라테스는 기원전 4세기 플라톤 학원의 세 번째 원장이었다. 스페우시포스의 뒤를 이어 아카데미아를 이끌며, 플라톤의 형이상학을 더 엄격한 체계로 굳히려 했다. 그는 존재를 하나와 둘, 정신과 감각의 이원적 구조로 나누고, 수와 기하를 세계의 뼈대로 보았다. 윤리에서는 절제를 중심에 두었고, 철학자는 무엇보다 성품의 안정으로 증명된다고 믿었다. 전해지는 일화에서 그는 말수가 적고 청렴했으며, 아테네 시민들이 세금을 면제해 주려 했을 만큼 신뢰를 받았다.



25) Jovius - 요비우스는 16세기 이탈리아의 역사가이자 의사, 그리고 수집가였다. 그는 교황청 주변에서 활동하며 당대의 전쟁과 정치, 인물들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26) Justus Lipsius - 유스투스 립시우스는 16세기 후반의 플랑드르 인문주의자다. 그는 스토아 철학을 르네상스 시대에 다시 불러낸 인물로 기억된다. 종교 전쟁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인간이 붙잡을 수 있는 버팀목을 고대의 절제와 인내에서 찾으려 했다. 그의 글은 금욕적이면서도 현실적이어서, 군주와 학자 모두에게 읽혔다.



27) Montaigne - 몽테뉴는 16세기 프랑스의 사상가다. 직업 철학자라기보다 은퇴한 지방 귀족이었고, 성탑 서재에 틀어박혀 자기 생각을 적기 시작했다. 그는 체계를 세우지 않았지만 대신 자기 자신을 실험대에 올렸다. 몽테뉴에게 지혜는 위대한 교리보다 평범한 삶의 균형이었다. 말 타는 법, 몸의 병, 여행의 불편까지 사유의 재료가 된다. 그는 인간을 낮은 자리에서 보려 했고, 그래서 근대적 ‘자아’의 문을 열었다.



28) Adrian Turnebus - 아드리안 투르네부스는 16세기 프랑스의 인문주의 학자다. 파리 대학과 왕립 학원에서 그리스어를 가르치며, 당대 가장 정밀한 고전 문헌 교정가로 이름을 얻었다. 그의 엄격한 문헌 감각은 프랑스 인문학의 기준이 되었다.



29) Konrad von Gesner - 콘라트 폰 게스너는 16세기 스위스의 학자이자 의사, 박물학자다. 그는 자연을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처럼 보았고, 흩어진 지식을 분류해 묶는 일에 생을 바쳤다. 가장 유명한 작업은 '동물사'로, 고대 문헌과 여행자의 보고, 자신의 관찰을 뒤섞어 당대 동물 지식을 집대성했다. 실존 생물과 전설의 괴물이 한 책 안에 공존하는 모습이 르네상스 자연학의 경계를 보여 준다. 게스너에게 학문은 발견보다 정리였다. 자연과 책을 같은 방식으로 배열하려 한 사람, 혼란을 표로 바꾸려 한 인물이었다.



30) Cosmography - 세계 전체를 그려서 설명하는 학문을 뜻한다. 고대·중세·근세 초기에 쓰인 말로, 오늘날처럼 분야가 분리되기 전의 개념이라 천문학(하늘), 지리학(땅), 지도 제작, 해도, 기후·지역 구분 같은 것들이 함께 들어간다. 즉 우주와 세계의 구조를 지도처럼 한꺼번에 묘사하는 학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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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geniture - 출생 시의 항성의 위치



32) Minervae - 미네르바는 로마의 지혜와 기술의 여신, 그리스의 아테나와 같은 존재다. 전쟁의 폭력보다 전략·공예·학문·도시 문명을 맡는다. 투구와 창을 들지만, 힘보다 계산과 질서를 상징한다. 미네르바는 여신 자체보다 지성의 원천을 가리키는 기호로 자주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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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Coranto - 17세기 초 유럽에서 나온 초기 형태의 신문이다. 주로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인쇄되었고, 전쟁 소식·외교 정보·상업 뉴스를 짧게 묶어 주 1회 정도 배포했다. 개인 의견보다 외국에서 들어온 보고를 번역·요약한 전단에 가까웠다.



34) Diogenes - 디오게네스는 기원전 4세기의 그리스 철학자로 키니코스 학파의 인물이다. 그는 아테네의 거리를 집 삼아 살았고 통 속에서 잤다고 전해진다. 부끄러움과 체면을 인간을 묶는 사슬로 보았고, 자연에 맞는 단순한 삶만이 자유라고 믿었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를 찾아와 원하는 것을 말하라 했을 때, “햇빛을 가리지 말라”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남아있다.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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