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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Jan 31. 2023

우울의 해부학 (12)

로버트 버턴


Hugo G. Simberg의 Wounded Angel




(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네, 여러분은 이것이 이교도들에게나 해당하는 진실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성경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오죠. "이 세상의 지혜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미련한 것이요, 땅에 속한 것이요, 마귀에 속한 것입니다."  "그들의 생각은 허망하며, 그들의 미련한 마음은 어둠으로 가득합니다." "그들이 스스로를 현명하다고 공언할 때, 그들은 바보가 됩니다." 그들의 재치 있는 작품은 지상에서는 찬사를 받지만, 그들의 영혼은 지옥 불에서 고통받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기독교인은 지혜를 따르는 자입니다. 그 지혜와 비교하면 누구도 바보보다 나을 게 없죠. 누가 정말 현명한가요? 오직 하나님뿐입니다. 피타고라스①는 "신만이 현명하다"라고 했습니다. 바울②은  "신은 오직 선한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오스틴③이 주장하는 것처럼  "살아있는 어떤 사람도 그의 눈에는 의로워 보일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혹시 깨닫는 자가 있는지 보려고 하늘에서 사람의 자녀들을 굽어보십니다." 그러나 사람은 모두가 타락합니다. "선을 행하는 자가 없고, 없으며, 하나도 없습니다." 욥은 이것을 좀 더 밀고 나갑니다. "보십시오, 그는 그의 종들에게서 견고함을 찾지 못하셨으며, 그의 천사들마저 어리석게 여기셨습니다." "하물며 진흙집에서 사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어리석고, 성경만이 미네르바의 요새④이며, 우리와 우리의 글은 얄팍하고 불완전합니다.  그러나 저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비록 일상적인 처리에서 우리가 바보보다 나을 것이 없을지라두요. 어쨌든 플리니우스⑤가 트리야누스⑥에게 말했듯이, "우리의 모든 행동"은 "우리의 어리석음을 질책합니다." 우리의 전 생애는 웃음거리일 뿐입니다. 우리는 참된 의미에서 현명하지 않습니다. 휴고 데 프라토 플로리도⑦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지요. 자신이 지내온 세월의 이치로 인해 결국 현명해져야 할 세계는 "스스로를 바보로 만들며, 매일 다른 날보다 더 어리석어집니다. 채찍질할수록 더 나빠지고, 어린아이처럼 의지는 여전히 꽃과 장미로 장식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원숭이와 같습니다. 두 발로 걷는 당나귀지요. 모든 곳이 두 다리로 걷는 변형된 당나귀들과, 변질된 침묵과, 아빠 품에서 자고 있는 두 살짜리 아이 같은 유치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조반니 폰타노⑧는 한 노인을 비웃었습니다. 노인의 많은 나이가 좀 우스꽝스럽게 생각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노인은, 자신에게만 놀라서는 안된다고 훈계했습니다. 이 도시 전체가 이상하니까요. 우리는 바보들의 무리입니다. 시인에게 그에 대해 묻지 마세요. 이 노인을 미치게 만든 유령이 있냐구요? 이 노인은 정신 나간 유령이지만, 과연 우리는 또 어떤 정신 나간 유령이란 말입니까. 단 한 번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모두가 당장, 동시에, 그리고 항상미쳐있기 때문에 그걸 더하면 노인만큼이나 나빠지죠. 노인은 자신의 두 번째 어린 시절을 겪고 있고, 노파는 노망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말하세요. 락탄티우스⑨가 세네카⑩에게 말한 것처럼요.  아이들, 젊은이, 노인들 모두가 망령이 든다구요. 우리와 아이들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그저 우리가 더 큰 세상에 속해있을 뿐이죠. 그들이 천조각과 장난감들과 함께 아기들과 노는 동안, 우리는 더 큰 싸구려를 가지고 놉니다. 스스로 불완전한 우리는 서로를 비난하거나 정죄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요. 여러분은 멍하게 얘기하고, 또는 미티오⑪가 데미아⑫를 꾸짖었던 것처럼 단단히 화가 나있군요. 왜냐하면 우리는 스스로 화가 나있고 우리 중 어느 쪽이 더 최악인지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니, 일반적으로 삶은 지혜가 아니라 운으로 좌우되는 게 사실이지요.

     소크라테스가 현명한 사람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때,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철학자들과 시인들, 장인들에게 상의했을 때, 그는 모든 사람들이 바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것이 그에게 분노와 노여움을 일으켰고 그는 자신의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고백했습니다. 폰트노⑬는 현자와 상담하기 위해 전 유럽을 여행했지만 한 명도 찾지 못하고 결국 아무 소득 없이 돌아왔습니다. 카르다노⑭도 그에게 동의합니다. "(내가 아는 한) 지혜가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툴리⑮도 말했습니다. "나는 모든 일들이 어리석고 분별없이 행해지는 것을 봅니다."

  

하나는 여기에 또 하나는 저기에

그들 모두를 속이는 것은 똑같은 오류입니다.


    그들은 모두 미쳤지만, 서로 같지 않으며 같은 종류도 아닙니다. 하나는 탐욕스럽고, 또 하나는 음탕하고, 세 번째는 야망이 있고, 네 번째는 시기심이 많죠. 금욕주의자인 다마시포스⑯는 그것을 시에서 잘 표현했습니다.


동등한 요구로서 여러분을 바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그 이름에 대한 명칭을 자신도 충분히 획득할 수 있습니다.


      어리석음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질병입니다. 우리는 어리석음의 보육원이고, 어리석음의 신학교입니다. "그것이 휘저어지거나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면, 마치 우리가 여러 번 반복해서 중독된 것처럼 무한히 실행되고 무한히 변화될 것"이라고 카스틸리오네⑰는 말했습니다. 그것은 쉽게 뿌리 뽑을 수 없으며 단단하게 고정됩니다.  툴리가 주장한 것처럼 어리석음의 뿌리는 깊지요. 그래서 우리는 자라고 계속 나아갑니다. 어떤 사람들이 말하길 지혜에는 오류와 무지라는, 다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두 가지 결함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무지로 인해 필요한 것을 알지 못하고, 오류로 인해 그것을 잘못 알게 됩니다. 무지는 결핍이고 오류는 적극적인 행동입니다. 무지로부터 악덕이 나오고, 오류로 부터 이단이 나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만큼 만들고, 나누고, 세분화하면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어떤 종류나 다른 것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은 무지의 먹이가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관찰한다면 그 점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루시안⑱이 재치 있게 만든 이야기가 있습니다. 카론⑲은 머큐리⑳에 의해 모든 세상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장소로 안내되었습니다. 그가 충분히 주위를 둘러본 후, 머큐리는 그가 무엇을 관찰했는지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는 거대하고 난잡한 무리들, 두더지가 파놓은 굴 같은 그들의 집들, 개미 같은 사람들을 보았다고 머큐리에게 말했습니다. "그는 모든 벌이 독침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벌집 같은 집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쏘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벌들보다 큰 일부 벌들은 말벌처럼 횡포를 부렸습니다. 일부는 도둑질을 하는 것 같았고, 다른 이들은 빈둥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의 머리 위에는 불안, 희망, 두려움, 분노, 탐욕, 무지 등의 혼란스러운 기운이 맴돌고 있었고, 그들이 잡아당기고 있는 자신의 정수리에는 수많은 질병이 걸려있었습니다. 일부는 말다툼을 하고, 일부는 싸우고, 일부는 말을 타고, 일부는 달리고, 일시적인 것들에 불과한 장난거리나 하찮은 것 때문에  진지하게 고소하거나 교활하게 논쟁했습니다. 그들의 마을과 지방은 빈자들에게 대척하는 부자들, 부자들에게 대척하는 빈자들, 기술자들에게 대척하는 귀족들, 귀족들에게 대척하는 기술자들,  그리고 그 밖의 사람들의 단순한 분파에 불과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그들 모두를 광인, 바보, 멍청이, 당나귀라고 비난했습니다. 오 바보들아, 이게 무슨 미친 짓이야? 오 바보들, 오 미치광이들! 그가 외쳤습니다. 미친 탐구, 미친 활동, 미친 노력, 미친 행동, 미친, 미친, 미친, 어리석고 추한 시대, 현기증 나는 시대여.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㉑는 인간의 삶에 대한 진지한 명상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들의 고통, 광기, 어리석음을 통탄했습니다. 반면에 데모크리토스㉒는 웃음을 터트렸지요. 그에게는 삶 전체가 우스꽝스러워 보였거든요., 이런 모순적인 열정에 사로잡힌 그를 압데라㉓의 주민들은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를 치료하기 위해 내과 의사인 히포크라테스㉔에게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 이야기는 대체로 히포크라테스가 다마게투스㉕에게 보낸 서신에서 설명되고 있는데, 이 서신 전체는 이 담론에 적당하지 않기 때문에  히포크라테스 자신의 말을 문자 그대로 삽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Pythagoras - 기원전 6세기 경 그리스의 정치가, 수학자, 철학자.



2) Paul -  초기 그리스도교의 최대의 전도자이자 최대의 신학자. 



3) Austin - 누군지 찾지 못함. '성 아우구스티누스'일 수도 있지만 성인이라는 (St.) 표시가 없음.



4) Minervae - 로마의 신으로서 그리스의 아테네에 해당한다. 지혜, 생각의 여신이다. 여기에서 '미네르바의 요새'란 진정한 지혜, 진리를 뜻하는 듯하다.






5) Pliny - 1세기 경 고대 로마 사람으로, 이 시절 두 명의 플리니우스가 있었다. 나이가 많은 쪽은 대(大)플리니우스 나이가 적은 쪽은 소(小)플리니우스로 불렸는데 여기서는 어느 플리니우스를 지칭하는지 모르겠다. (대)플리니우스는 정치가, 박물학자, 백과사전 편찬자이며 (소)플리니우스는 정치가, 저술가이다.  



6) Trajan - 1세기경 로마 제국의 13대 황제이자 로마 최전성기를 이룩한 황제.



7) Hugo de Prato Florido - 12-14세기 경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신학자이자 작가.



8) Jovianus Pontanus - 15세기 경 이탈리아 중부에서 활동했던 인문주의자이자 시인. 


 

9) Lactantius - 3-4세기 경 로마에서 활동했던 호교론자. 



10) Seneca - 1세기 경 로마 제정 시대의 정치가이면서 후기 스토아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이다. 네로 황제의 스승이기도 하다.



11) Mitio - 누군지 찾지 못함.



12) Demea - 누군지 찾지 못함. 



13) Pontanus - 15세기 경 이탈리아 중부의 인문주의자이자 시인.



14) Cardan - 16세기 경 이탈리아의 박식가로써, 수학자, 의사, 생물학자, 물리학자, 화학자, 



15) Tully - Marcus Tullius Cicero (키케로)를 뜻하는 듯하다. 기원전 1세기 경 고대 로마의 웅변가, 정치가, 법률가, 작가로서 연설을 잘하기로 유명했다.



16) Damasippus - 누군지 찾지 못함.



17) Balthazar Castilio - 15세기-16세기 경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외교관.



18) Lucian - 2세기 경 헬리니즘 시대 시리아의 풍자가, 수사학자, 작가.



19) Charon  - 그리스 신화에서 죽은 자들이 저승을 흐르는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는 뱃사공. 그리스에서는 카론에게 주는 뱃삯을 위해 죽은 자의 입 안에 동전을 물려주는 관습이 있었다.




20) Mercury - 그리스의 '헤르메스'에 해당하는 로마의 신. 올림포스 12신 중의 하나로 도둑, 나그네, 상인의 수호신이다. 보통 뱀 두 마리가 엉켜있는 지팡이를 들고, 날개 달린 모자와 날개 달린 샌들을 신고, 마법의 망토를 입고 있는 젊은이로 묘사된다. 





21) Heraclitus - 기원전 5-6세기 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만물의 근원은 불이라고 주장했다.



22) Democritus  - 기원전 5세기 말에서 4세기 초에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원자론을 기반으로 한 우주론을 체계화시켰으며 유물론적 철학을 지향했다. 거의 동시대 사람이었던 플라톤의 관념론과 대립했다. (작가는 자신을 데모크리토스의 후계자로 자처하고 있다.)



23) Abdera - 그리스 북부 지방 트라키아의 해안 도시로 데모크리토스의 고향이다. 



24) Hippocrates - 기원전 4세기 경 고대 그리스에서 활동했던 의사. 우울에 빠진 데모크리토스를 진찰하고는 미친 것이 아니라 모두 이렇게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런데 또 다른 일설에 의하면 반대로 데모크리토스가 너무 웃어서 히포크라테스의 진찰을 받았는데 히포크라테스는 데모크리토스가 미친 것이 아니라 지혜로워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25) Damagetus - 헬레니즘 시대의 작가인 듯한데 확실치 않다.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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