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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울의 해부학 ㅡ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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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Feb 21. 2023

우울의 해부학 (14)

로버트 버턴

Pablo Picasso의 [우는 여인] (1937)

(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이러한 조악한 변명을 들은 데모크리토스①는 다시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동요와 평온에 대한 자신의 말을 히포크라테스②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며 완전히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만약 신중함과 섭리로 자신의 행동을 잘 다스릴 수 있다면 사람들은 오늘날처럼 자신을 바보라고 선포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이 웃을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말을 인용하자면) ③ "사람들은 자신들이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단지 이해력이 좀 부족한 반신인 것처럼 의기양양합니다. 만약 사람들이 이 세상의 변화무쌍함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확고하거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숙고한다면 그들은 충분히 현명해질 것입니다. 지금 위에 있는 자는 내일 아래 있는 법입니다. 오늘 이 편에 앉은 자는 내일 저 쪽으로 내동댕이쳐지죠.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사람들은 불평과 근심에 빠져들고, 이익도 없는 것을 탐하며, 그런 것들에 갈증을 느끼고, 재난 속으로 거꾸로 굴러 떨어집니다. 만약 사람들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시도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며, 자신에 대해 아는 법을 배운다면, 자신의 야망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슬픔과 장애 외에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는 불필요하고 무익한 것들을 추구하지 않아도 자연은 여전히 충만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텐데요. 살찐 몸이 병에 더 잘 걸리듯이, 부자는 부조리와 어리석음, 응급 상황과 중첩되는 불편에 더 취약한 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적절한 대화를 나누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명백한 위험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스스로의 잘못으로 인해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망치곤 합니다. 거기에는 나를 웃게 하는 (그의 말에 따르면, 광기 이상인)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탐욕, 시기, 악의, 대단한 악행, 폭동, 만족을 모르는 욕망, 음모, 그 밖에 치료할 수 없는 악덕 같은 것들이죠. 여러분들의 이러한 사악함이 주는 고통이 나를 웃게 합니다. 그 밖에도 선한 얼굴로 감추고서 치명적인 증오를 부추기는 여러분들의 가식과 위선, 한계가 없이 뻗어나가는 불결한 욕정, 자연적이건 문명적이건 모든 법에 대한 위반이 있습니다. 농사나 항해와 같이 자신들이 그만두었던 모든 일들에 사람들은 다시 빠져듭니다. 그리고 그들이 변하기 쉽고 변덕스러운 만큼 다시 그만둬버립니다. 그들이 젊었을 때 그들은 늙어버리고, 그들이 늙고 나면 그들은 젊어지지요. 군주들은 서민적인 삶을 권합니다. 그러나 정작 서민들은 명예를 쫓지요. 고위 공직자는 조용한 삶을 추천합니다만 조용한 사람은 자신의 직무에 머물면서 순종해야 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의 원인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떤 이들은 파괴하는 걸 좋아합니다. 어떤 이들은 건설하는 것을 좋아하죠. 다른 이들은 어떤 사람들과 자신을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걸 좋아합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은 그들이 판단력과 사려가 깊지 않은 어린아이 같기 때문입니다. 짐승이나 마찬가지지만 자연상태 그대로를 만족하며 사는 짐승이 이들보다 더 나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사자가 금을 땅 속에 숨기고 황소가 더 좋은 풀밭을 위해 다투는 것을 보았습니까? 멧돼지는 목이 마르면 있는 것만큼만 마시고 더 이상 욕심내지 않습니다. 배가 부르면 먹는 것을 멈추죠. 그러나 사람은 마시는 것이나 먹는 것에서 절제를 모릅니다. 그들이 유한한 삶 동안 그토록 육체관계를 탐식하는 것처럼요. 사람들은 항상 건전한 육체를 해치고 맙니다. 욕정에 안달 난 바보가 하찮은 처녀 아이 때문에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웃을 가치가 없나요? 흉하고 단정하지 못하고 때로는 상스럽기까지 한 여자 때문에 울고 악을 쓰잖아요. 마치 그녀가 그가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듯이 말입니다. 이것을 위한 치료제가 있을까요? 이러한 질병, 허영심, 어리석음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나는 이 불쌍한 동물들을 해부하고 조각냅니다. 그러나 만약 나의 진실한 본성이 견뎌낼 수만 있다면 그러한 증거는 사람의 육체에서 더 잘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약하고 병약해서 태어난 날 이후부터 가장 비참해지는 사람에게서 말입니다. 젖을 빨 때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고, 커서는 불행을 겪으면서 강건해지고, 다시 어린아이가 되는 노년에는 과거의 자신과 자신의 삶을 뉘우치게 되지요." 그리고 그는 책을 가져오는 사람에 의해 방해를 받고는 모든 사람이 미쳤고, 부주의하며, 어리석다는 생각에 다시 빠져들었습니다. "내가 한 말들을 증명하려면 법원이나 개인 사정들을 살펴보십시오. 재판관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판결하며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 죄가 없는 불쌍한 사람에게 명백한 잘못을 행합니다. 공증인은 판결문을 고치고, 돈을 위해 증서를 없애버립니다. 어떤 이들은 가짜 돈을 만들어 냅니다. 상품의 무게를 조작하기도 하죠. 어떤 이들은 자신들의 부모를 학대하며, 자신들의 여자 형제들을 더럽힙니다. 다른 이들은 장황한 중상모략과 풍자문을 만들고, 선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며, 음란하고 악랄한 사람들을 찬양합니다. 어떤 이들이 이것을 훔치면, 어떤 이들은 저것을 훔칩니다. 고위 공직자는 도둑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지만, 그 자신이야말로 진짜 도둑이지요. 욕망을 이루지 못해 누군가는 자살하고 누군가는 절망합니다. 어떤 사람은 춤추고, 노래하고, 웃고, 잔치와 연회를 여는 동안, 다른 사람은 먹고, 마시고, 입을 것이 없어서 한숨짓고, 여위고, 탄식하고, 비탄에 젖습니다. 어떤 이들은 서로 몸을 섞는 동안 끔찍한 악덕으로 가득 찹니다. 어떤 이들은 돈을 위해서라면 거짓 증언이라도 거침없이 만들어내고 무슨 말이든 지어냅니다. 심지어 판사는 이런 사정을 알고 있지만 뇌물 때문에 그것을 모른 척하고 형평에 어긋나는 거짓 계약을 허용합니다. 여자들은 집 밖의 다른 남자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하루 종일 옷차림을 꾸미고, 집에서는 천박한 여자처럼 돌아다니며, 마땅히 해야 할 자신의 남편을 기쁘게 하는 일에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람이 변덕스럽고, 정신없고, 무절제한 것을 보노라면, 어리석음이 지혜처럼 보일 정도지요. 그러니 치료될 수도 깨닫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내가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습니까."

날이 늦어졌습니다. 히포크라테스는 그를 떠났습니다. 히포크라테스가 그를 떠나자마자 사람들은 데모크리토스의 상태가 어떤지 알기 위해 히포크라테스에게 몰려왔습니다. 히포크라테스는 옷차림, 신체, 식습관에 관한 작은 소홀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데모크리토스보다 더 현명하고 더 학식 있고 더 정직한 사람은 없으며 그가 미쳤다는 말에 사람들이 속은 것이라고 짧게 말했습니다.

데모크리토스는 자신이 살던 세상에 대해 사색했고, 그것이 그의 웃음에 대한 원인이었습니다. 적절한 이유라고 할 수 있죠.

예전에 데모크리토스는 많이 웃었습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그럴만한 이유가 더 많지요.

우리의 삶은 그의 삶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된 삶보다 더 우스꽝스러우니까요.

지금처럼 웃을 거리가 많았던 적이 없고, 이렇게 바보와 광인이 많았던 적도 없습니다. 오늘날 웃음을 터트릴 사람은 한 명의 데모크리토스가 아닙니다. 우리는 "데모크리토스를 보고 웃어댈 데모크리토스"가 필요합니다. 한 광대는 다른 광대를 업신여기고, 한 바보는 다른 바보를 비웃습니다. 로도스의 거상④만큼이나 크고 우렁찬 오늘날의 데모크리토스는 솔즈베리 주교가 생전에 배우 놀음을 하는 세상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바보 놀음을 하는 이 세상 전체입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극장, 새로운 무대, 새로운 오류의 희극⑤, 재능 있는 연기자들의 새로운 무리가 있습니다. 쾌락의 여신의 의례 (칼카니니⑥가 자신의 우화에서 기꺼이 다루었던 것처럼)는 전 세계에서 기념됩니다. 그 세계에서 모든 배우들은 광인이거나 바보이며, 매 시간마다 습관을 바꾸거나 그다음에 오는 걸 취합니다. 그는 선원이었지만 내일은 약사입니다. 쾌락의 여신의 축제에서 그동안 대장장이였던 사람이 철학자가 됩니다. 왕관, 예복, 왕권, 수행원을 가진 왕이 마치 짐마차꾼이 하듯 짐을 싫은 당나귀를 뒤에서 몰고 갑니다. 만약 데모크리토스가 지금 살아있었다면, 그는 이 기이한 변화를 알아챘을 것입니다. 위조한 변장꾼, 기회주의자, 유독한 멍청이, 가면을 쓴 사람, 무언극 배우, 색칠한 인형, 외부인, 기이한 환영, 속기 쉬운 사람, 괴물, 얼빠진 인간, 난봉꾼의 새로운 무리들을 말이죠. (그리고 내가 읽은 것이 사실이라면)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정말 그렇습니다. 오래전 제우스와 헤라의 결혼식이 성스럽게 거행되었을 때, 모든 신들과 많은 고귀한 인간들이 그 잔치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 나머지 사람들 속에는 황금빛 옷차림에 가벼운 예복을 입고 당당하게 임하는 페르시아의 왕자 크리살루스가 있었습니다. 그 외의 사람들은 다 멍청이였죠. 수려하고 번듯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를 보고 신들은 그에게 좌석을 마련해 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옷으로 사람을 평가한 것이죠. 하지만 제우스는 그가 가볍고, 몽상적이며, 게으르다는 사실을 알아보고 그와 그의 추종자들을 나비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 지금까지 (내가 아는 것과는 반대로) 얼룩덜룩한 코트를 입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더 현명한 사람들은 그들을 번데기라고 부르죠. 황금빛 외면, 수벌, 파리 등은 모두 쓸모없는 것들입니다. 그러한 수많은 예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인색한 바보와 낭비벽이 있는 아첨꾼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1) Democritus - 기원전 5세기 말에서 4세기 초에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원자론을 기반으로 한 우주론을 체계화시켰으며 유물론적 철학을 지향했다. 거의 동시대 사람이었던 플라톤의 관념론과 대립했다. (작가는 자신을 데모크리토스의 후계자로 자처하고 있다.)

2) Hippocrates - 기원전 4세기 경 고대 그리스에서 활동했던 의사. 우울에 빠진 데모크리토스를 진찰하고는 미친 것이 아니라 모두 이렇게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런데 또 다른 일설에 의하면 반대로 데모크리토스가 너무 웃어서 히포크라테스의 진찰을 받았는데 히포크라테스는 데모크리토스가 미친 것이 아니라 지혜로워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3) 여기서부터 데모크리토스의 말이 길게 이어진다.

4) Rhodian Colossus - 로도스 섬에 있었다고 하는 거대한 청동 거상. 일설에 의하면 높이가 30m가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완공된 지 56년이 지난 기원전 224년 지진으로 파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