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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Mar 07. 2023

우울의 해부학 (15)

로버트 버턴

[떡갈나무 숲의 수도원] by Friedrich (1809)




(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오늘날에는 데모크리토스①가 연구할 만한 여러 가지가 추가로 더 있습니다. 광기, 어리석음, 허영심의 증가가 그것이지요. 그로서는 이런 것들을 보기 위해 플루토②를 떠날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마치 루키아노스③의 이야기에서 카론④이 모로니아 피아⑤와 모로니아 펠릭스⑥의 도시들을 방문하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아마 그는 배 가장자리가 터져나가도록 웃음을 터트릴 걸요. 만약 데모크리토스가 지금 살아있다면 얼마나 웃었을까요. 그 시대의 풍자적인 로마인들은 악덕, 어리석음, 광기가 모두 바다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악덕에는 긴 경력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역사가인 요세푸스⑦는 동포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악덕을 자랑하고 어리석음을 내세우며 그들 중에 누가 가장 악랄한 짓으로 악명이 높은지 다투었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광기는 더 높이 범람해서 그들을 넘어설 것입니다.  우리의 자손들은 우리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범죄로 다가올 자신들의 시대를 개척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끝은 (여러분도 이게 누구의 신탁인지 아시겠지만 ) 더 나빠질 겁니다. 세상이 매일 변하며 도시가 무너지고 왕국이 옮겨간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겠지요. 우리는 언어, 습관, 법, 관습, 예의를 변화시켜 왔지만, 악덕과 질병, 어리석음과 광기의 증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보는 바와 같이 강은 자신의 이름과 장소를 지키고 있지만, 반면에 물은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갑니다. 그것은 모든 굴러가는 시대에서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집니다. 시대와 사람은 변하지만 악덕은 여전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옛날 나이팅게일이 어떻게 노래했는지, 수탉은 어떻게 소리를 질렀는지, 소떼는 어떻게 낮게 울었는지, 양은 어떻게 매에에 울었는지, 참새는 어떻게 짹짹거렸는지, 개는 어떻게 짖었는지 보십시오. 그들은 여전히 변함이 없죠. 우리 역시 여전히 우리의 광기를 유지하면서 바보처럼 행동합니다. 연극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거죠. 우리는 우리의 전임자들과 똑같은 우스꽝스러움과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꼭 하나인 것처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서 태어난 사람들과 또 그들에게서 태어난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죠. 그렇게 우리의 후손은 끝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현재에 대해서 대화하도록 하죠. 

     만약 데모크리토스가 오늘날 살아있다면 우리 시대의 미신과 종교적 광기를 보았을 것입니다. 미터런⑧이 종교적 광기라고 불렀던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공언하지만 그리스도를 본받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종교와 과학에 대한 말들은 넘쳐나지만 양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죠. 지식과 설교자는 너무 많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다양한 종파들이 모든 것들을 관장하고 있으며 표준에 반하는 표준으로서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러운 전통과 의식을 지킵니다. 만약  데모크리토스가 카푸친 수도사⑨, 프란치스코회 수도사⑩, 바리새인 예수회 수도사⑪, 뱀인간, 머리를 둥글게 깎고 예복을 입은 수도사⑫, 구걸하는 탁발 수도사, 세 개의 왕관을 쓴 주권자이자 주인님이신 교황, 불쌍한 베드로의 후계자, 하나님의 종들의 종을 만나게 된다면, 그는 자신의 발로 왕들을 폐위시키고, 황제의 목을 밟고, 맨발과 맨다리로 성문 앞에 서 있게 하고, 그들의 굴레와 등자를 움켜쥘 것입니다.  (오, 베드로와 바울이 이것을 보았더라면.) 데모크리토스는 그때 한 군주와, 군주의 친구들인 붉은 모자 추기경들과, 오래 전의 불쌍한 교구 사제들이 그의 발가락에 키스하기 위해 기어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과연 데모크리토스는 뭐라고 할까요? 어리석음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스스로 찾아냅니다.⑬ 만약 그가 예루살렘과 로마에 있는 로레토의 성모⑭, 성 이아고⑮, 성 토마스⑯ 성지의 위조되고 구더기가 먹은 성유물을 향해 맨발로 기어가고 있는 우리의 독실한 순례자들을 본다면요? 그가 무리들에 합류하여 사람들이 성상패에 입 맞추고, 십자가상 앞에서 굽실거리고,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과, 옷차림새와 의식, 성인들의 그림들, 면죄부, 사면, 철야, 단식, 만찬, 성호 긋기, 두드리기, 성모 앞에 무릎 꿇고 기도드리기, 종들, 그 밖에 많은 것들을 본다면 또 어떨까요? 군중을 기쁘게 할 만한 좋은 광경이죠. 그들은 횡설수설 기도하고 묵주를 굴리며 중얼거립니다. 늙은 여인이 행렬을 따라가면서 성수를 뿌리며 라틴어로 기도하는 걸 그가 들었다면 어떨까요? 


    현수막, 십자가, 그림을 들고 함께 앞으로 행진하는 수천 명의 수도사들.  


    그들의 성무일도서⑰들, 황소들, 신성한 콩들, 푸닥거리들, 그림들, 호기심을 끄는 십자가들, 전설들, 값싼 물건들을 보세요. 만약 데모크리토스가 성인전⑱, 터키의 코란, 혹은 유대인의 탈무드, 랍비의 주해를 읽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가 그것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요? 그가 그들 중 예수회 수도사의 삶을 좀 더 자세히 조사했다면, 위선자가 스스로 가난하다고 자처하면서도 수많은 군주들보다 더 많은 재화와 토지를 소유하고 무한한 보물과 수입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을 것입니다. 남들에겐 금식을 가르치면서 스스로는 대식가지요.   마치 이쪽을 바라보면서 저쪽으로 노를 저어 가는 뱃사공처럼요. 그들은 순결을 맹세하고 거룩함에 대해 말하지만, 실은 뚜쟁이에 간음자로 유명하고, 제멋대로인 생물이며, 늙은 호색한이지요. 정식 수도사라면 세상과 세상의 허영심을 포기해야 마땅한데도, 마키아벨리적⑲ 무리들은 모든 세속적인 일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들은 거룩한 사람이자 평화를 가져오는 사람이어야 하지만 실은 시기, 정욕, 야망, 증오, 악의로 가득 차있습니다. 그들은 선동가, 나라에 닥친 재앙, 배신자, 암살자이지요. 이대로 가면 천국이 도래할 겁니다.⑳ 그들은 자신과 다른 이들을 위해 천국을 앞당기려고 지나치게 노력하고 있어요. 데모크리토스가 그동안 참됨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굳건히 지켜져 온 교황파㉑들의  - 또 다른 극단에는 까다롭고 기묘한 교회분리론자㉒들이 있지요 - 어떤 점이라도 해보거나 받아들인다면 차라리 그들이 모두 죽기를 바랄 만큼 모든 격식들을 끔찍이도 싫어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만이 참된 교회이며 세상이 소금이라고 믿습니다. 비록 세상 누구보다 무미건조한 사람들이지만요.) 마치 돌아가는 수많은 풍향계처럼, 형식주의자㉓들은  두려움과 비천한 아첨 속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유지하며 승진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읍소하는 변덕스러운 무리들입니다. 또 다른 쾌락주의㉔의  무리는 대머리수리처럼 위태롭게 앉아서 먹이를 노리듯 교회의 물품들을 노리고 있다가 무언가 일이 잘못되면 언제들이 달아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유사한 경우에 루키아노스③가 말한 것처럼, 만약 데모크리토스가 이 모든 것을 보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그는 친구들의 뿔에 걸려 갈라진 절벽으로 이끌려가는 수많은 양들처럼 보통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몰려가는 걸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는 열성을 가지고, 또 다른 일부는 두려움을 가지고, 그들은 모든 곳을 휘젓고 다닙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믿고 아무것도 검토하지 않며, 자신들에게 익숙해진 격식들이 제대로 선포되기도 전에 죽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위선을 떨며 자주 설교하고, 가슴을 치고, 눈을 뒤집으면서 열성적인 척, 교화를 바라는 척 합니다. 그러나 실은 그들은 고리대금업자, 불평가, 인간 중의 괴물, 하피㉕, 악마일 뿐 다른 무엇도 아닙니다.









1) Democritus  - 기원전 5세기 말에서 4세기 초에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원자론을 기반으로 한 우주론을 체계화시켰으며 유물론적 철학을 지향했다. 거의 동시대 사람이었던 플라톤의 관념론과 대립했다. (작가는 자신을 데모크리토스의 후계자로 자처하고 있다.)



2) Pluto  -  그리스의 하데스에 해당하는 로마의 저승의 신. 





3) Lucian - 2세기 경 고대 로마의 풍자 작가. 종교, 정치, 철학 및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풍자하였다.



4)  Charon -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며 죽은 자의 영혼이 저승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스틱스 (혹은 아케론) 강의 뱃사공이다. 카론에게 뱃삯을 주기 위해 죽은 자의 입에 은화 한 잎을 넣어 주었다고 한다.




5)  Moronia Pia - 지역 이름인 듯하나 찾지 못함.



6) Moronia Felix - 지역 이름인 듯하나 찾지 못함.



7) Josephus - 1세기 경 유대의 역사가. 저서에서 비그리스도교 작가로서 예수에 대한 글을 남겼는데 예수를 '현자'라고 지칭했다.



8) Meteran - 누군지 찾지 못함.



9) Capuchin - 중세의 프란체스코회 일파인 카푸친회의 수도사. 청렴과 육신의 통제를 강조하였다 



10)  Franciscan - 1209년에 성 프란치스코에 의해 창설된 수도회. 청빈과 육신의 통제를 강조하였다. 



11)  Pharisaical Jesuit - 정보를 찾지 못함.



12) 1073년에 시작한 머리 스타일로 서구 가톨릭 수도자들의 청렴과 금욕의 상징으로 시작되었다. 자신의 생명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뜻으로 대머리였던 성 바울의 머리 스타일을 흉내 낸 것이라고 한다. 






13)  '천국'의 의미를 풍자적이고 반어법적으로 비꼬는 듯 하다.



14) lady of Lauretto - 로레또는 이탈리아 근처의 마을로 성모가 천사를 만났던 집이 이곳으로 옮겨졌다는 전설이 있다. 이 집을 둘러싸고 15세기에 성당이 지어졌다. 



15) S. Iago - 스페인의 순례길에 있는 산티아고인 듯하다. '산티아고'의 앞글자 '산토'는 성인이라는 뜻으로 산티아고는 성인 이아고라는 뜻이다. 



16) S. Thomas' Shrine - 인도에 성 토마스 성당이 있는데 이곳을 뜻하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17) 성무일도서 - 로마 가톨릭 교회의 전례에 사용되는 전례서로서 찬미가와 시편, 교부들의 설교, 기도등을 담고 있다.  



18) Golden Legend - 성인전 혹은 황금 전기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의 이야기라고도 한다. 롬바르디아 출신인 야코부스 드 보라지네가 13세기에 쓴 책으로 교회 축일에 따라 성인들의 생애를 적은 책이다



19) 마키아벨리는 정치와 도덕은 분리되어야 하며 권력자에게는 일반 사람들의 윤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교활하며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을 나타내는 관용구를 쓰인다.



20) 이 부분은 앞쪽에 나왔던 '어리석음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스스로 찾아냅니다.'의 문장과 상응하는 듯하다. 또한 세상의 죄악이 깊어져 최후의 심판을 앞당길 거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21) Papist - 교황절대주의자. 가톨릭 신자들을 경멸의 어조로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22) schismatic - 가톨릭 교회에 반대하는 개신교 교파들을 말하는 듯하다. 



23) 형식주의 -  어떤 것의 내용이나 의미 혹은 외적 요인보다 그것의 형식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사상을 말한다.  



24) 기원전 3-4세기 경의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에피쿠로스의 영향을 받은 사상으로 에피쿠로스는 쾌락이야 말로 최고의 선이며 또한 유일한 선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쾌락'이라는 표현은 편견과 오해를 불러일으켰는데, 사실 그것은 방탕하게 살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순간의 쾌락을 멀리하고 지고한 쾌락을 추구하자는 뜻이었다. 그의 사상에는 신보다 인간이 중심에 있으며 더 나아가 유물론으로 연결된다. 



25) harpy -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여자의 얼굴과 상체에 새의 날개와 발을 가지고 있다.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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