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곡도 Mar 31. 2023

우울의 해부학 (16)

로버트 버턴


Ivan Nikolaevich Kramskoi의 [광야의 예수]  (1872).




(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피의 강물이 넘쳐흘러 물레방아를 돌릴 정도로, 한 번에 수천 명씩 죽어나가는 피비린내 나는 수많은 전투를 보고 듣고 이해하면서 데모크리토스①는 과연 무슨 말을 했을까요? 한 사람의 광기 어린 잘못으로 인해, 혹은 군주를 위한 스포츠를 위해, 정당한 이유 없이, (오스틴②이 말하길) "헛된 칭호", "우선권, 어떤 처녀나 그러한 노리개, 혹은 권세, 자만심, 악의, 복수, 어리석음, 광기를 위해서" 말입니다.  (모든 선한 원인으로도 온 세상은 전쟁과 살육으로 뒤덮이지요.) 정치가들은 자신의 안락한 집에서 마음 편하게 내키는 대로 온갖 기쁨과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면서도, 견딜 수 없이 비참하고 비천한 군인들의 일상적인 부상, 굶주림, 목마름 등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수반되는 통탄할 근심, 고통, 재난, 고난에 대해서 그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 관심도 없습니다. 이렇게 전쟁은 한 줌의 타락한 자들, 한 사람의 개인적인 분노, 정욕, 야망, 탐욕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천치, 빈민, 탕아, 굶주린 우두머리, 기생적인 아첨꾼, 불안하고 무모한 사람 등등처럼 사악하 자들에 의해 시작됩니다. 그러한 원인들이 모든 범죄와 전쟁을 초래하지요. 인류의 꽃, 합당한 인간, 보기에 좋고, 정성껏 양육되었으며, 몸과 마음 모두가 유능하고 사려 깊은 이들이 수많은 짐승들처럼 그들의 인생에서 꽃이 만발하던 시기에 도살장으로  끌려갔습니다. 그들은 자부심과 힘으로 가득 찬 상태로 어떤 연민이나 동정도 없이 플루토③에게 바쳐졌습니다. 악마를 위한 양식으로 40000마리나 되는 수많은 양들이 한 번에 죽임을 당한 것이죠. 처음에는 나도 참을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쟁은 언제나 몇 년씩 계속되곤 하죠. 그 어떤 것도 이러한 난도질과 절단, 학살, 살인, 황폐함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건 없습니다. 하늘에서는 알 수 없는 소음이 되풀이해서 메아리칩니다. 당장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그들은 자신이 어떤 짓을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온 세상이 타버릴 때까지 투쟁의 숯불에 계속해서 부채질을 할 것입니다. 트로이에 대한 포위 공격은 10년 8개월 동안 계속되었고, 그 도시를 차지하기 위해 87만 명의 그리스인과 67만 명의 트로이인이 죽었으며, 그 후로도 276000명의 남성, 여성, 아이들이 죽었습니다. 카이사르④는 100만 명을 죽였고, 두 번째 잔인한 사람인 마호메트⑤는 30만 명을 죽였습니다. 시시우스 덴타투스⑥는 100번의 전투에서 싸웠고,  8번의 전투에서 이겼고, 40번 부상을 당했으며, 보상으로 140개의 왕관을 받았고, 그의 공로로 9번 승리했습니다. 마르쿠스 세르지오⑦는 32번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백인대장 스카에바⑧가 있죠. 얼마나 더 많은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국가들이 자신들의 헥토르⑨, 스피키오⑩, 카이사르, 알렉산더를 가지고 있지요. 우리의 에드워드 4세⑪도 26번의 전투에서 싸웠습니다. 전투에 참가하는 것을 그들은 영광스럽고 명예롭게 여깁니다. 예루살렘을 포위할 때는, 칼과 기근으로 110만 명이 죽었습니다. 폴리비오스⑫의 기록에 따르면, 칸나에 전투⑬에서 7만 명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우리의 베틀 수도원⑭에서도 그만큼 되구요. 콘스탄티누스⑮와 리키니우스⑯가 한 것처럼 다음의 태양이 되기 위해 싸우는 것은 뉴스거리도 되지 않습니다. 오스텐드⑰ (악마의 협회) 포위 공격에서 열악한 도시와 작은 요새는 큰 무덤 갖게 되었습니다. 12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니까요. 그리고 전체 도시와 작은 부락들 그리고 병원들은 불구가 된 군인들로 넘쳐났습니다. 엔진들, 불꽃들, 악마가 장난치기 위해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40파운드가 나가는 250만 개의 철제 탄환, 그리고  300만 혹은 400만의 금이 소비되었습니다. "누가" (저자가 말하길) "성공할 가능성도 전혀 없이  군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동정심도 없이 그들을 학살로 내모는 그들의 완고한 마음, 아집, 분노, 맹목에 대해  충분히 놀랄 수 있을까요. 살육은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의 죽음을 향해 달리는 사나운 짐승의 분노라고 불릴만합니다.  이것은 어떤 사악한 천재, 어떤 분노, 어떤 전염병입니까. 어떤 전염병, 어떤 분노가 전쟁처럼 사악하고 잔인한 것을 처음으로 인간의 마음에 가져왔습니까. 사랑, 자비, 온유함을 가지고 태어난 이토록 부드럽고 평온한 창조물을 누가 자신의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짐승처럼 격노해서 날뛰게 만들었나요? 어떻게 자연이 인간을 타이를 수 있을까요. 내가 당신을 신성한 동물로 만들지 않았나요? 나는 당신을 무해하고, 온화하며, 신성한 피조물로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신이 이들을 타이를 수 있을까요? 하물며 어떻게 하면 선한 사람들이 이들을 타이를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이들은 (누군가 그들에게 조의를 표했듯이) 이 세상에서 그들의 행위로 인해 존중받고 영웅으로 간주됩니다. 이들은 용감한 영혼들이며, 세상의 용자들이며, 홀로 존경받는 자이며,  홀로 승리하는 자입니다. 이들은 그들의 영구한 명성을 위한 조각상, 왕관, 피라미드, 오벨리스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불멸의 천재들이 제공하는 것들이죠.  은 별로 날아갑니다. 로도스섬⑲이 포위되었을 때, 도시의 해자는 시체로 가득 차 있었고, 도랑도 죽은 시체로 가득했습니다. 위대한 터키 사람 술레이만⑳이 비엔나를 포위했을 때처럼 그들은 시체로 벽의 꼭대기와 수평을 맞추었습니다. 그들은 그러한 일들을 스포츠처럼 생각하며 언젠가 친구들과 동맹들에게도 같은 짓을 할 것입니다.  그들은 배반의 행위로 맹세, 서약, 약속을 저버리지요. 그것은 임수인가요 아니면 미덕인가요? 적에게 대항할 때 모두 한 통속이 됩니다. (법은 무기가 말할 때 침묵을 지키죠.)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요. 신성하고 인간적인 모든 법은 불가침한데도, 신의 법과 인간의 법은 발아래 짓밟히고 오직 검만이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욕과 분노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무엇을 시도하고,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에게서 믿음이나 명예를 발견하는 건 드문 일입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상대로, 형제가 다른 형제를 상대로, 친족이 다른 친족을 상대로, 왕국이  다른 왕국을 상대로, 지역이 다른 지역을 상대로, 기독교인이 다른 기독교인을 상대로  싸우는 것"만큼 흔한 일도 없습니다. 그들은 결코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습니다. 그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단일합니다. 무한한 보물을 다 써버리고, 도시를 불태우고, 번성한 도시에서 약탈과 파괴가 자행되고, 마음은 그 기억으로 떨리며, 규모가 큰 국가의 인구가 감소하고 황폐화되고, 오래된 주민이 추방되고, 무역과 교통이 쇠퇴하고, 처녀들이 겁탈당하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처녀들과 아직 남자의 지위에 오르지 못한 젊은이들이 희생됩니다. 순결한 부인들은 안드로마케㉑와 함께 울부짖을 것입니다. 나는 남편 헥토르를 죽인 자에게 겁탈당할 거예요. 그들은 자신의 남편을 죽인 자들과 동침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부자,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건전한 사람, 영주, 하인, 하나같이 모두 여위거나 불구가 되어 죽을 것입니다. 키프리안㉒이 말하길, 범죄 정신과 도착된 성향이 자극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그러니까 고통, 불행, 피해, 지옥, 악마, 분노와 격노는 자신을 파멸하고 파괴할 수 있습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전쟁입니다. 게르벨㉓이 말했듯이, 사람들이 황폐해지고 학살당하는 전쟁은 너무나 끔찍하고 가증스럽습니다그것은 신의 천벌, 원인, 결과, 죄의 결과물이자 형벌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인간의 가지치기가 아니라, 터툴리안㉔이 말했듯이 완전한 말살입니다. 데모크리토스가 프랑스 말기의 내전에 참여했다면 무척이나 혐오스러워했을 겁니다. 그러한 가공할 전쟁들은 일명 어머니들이 싫어하는 전쟁입니다. "10년이 채 안되어 만 명의 남자들이 몰살당했다"라고 콜리그니우스㉕는 말했습니다. 2만 개의 교회가 전복되었습니다. (리처드 디노트㉖가 덧붙였듯이) 아니, 왕국 전체가 파괴되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평민들이 칼, 기근, 전쟁, 양쪽 진영의 극심한 증오로 인해 학살되었습니다. 그러한 극심한 증오에 전 세계가 놀랐습니다. 헨리6세 시대에 랭거스터 왕조㉗와 요크 왕조㉘의 주거지 사이인 파살라㉙ 들판에서 10만 명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또 다른 만개의 가족의 뿌리가 뽑혔죠.  코메니우스㉚가 말하길 "같은 민족, 같은 언어,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저질러진 야만적인 무자비함과 맹렬한 광기"에  "모두들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 시민들이여, 분노하십시오. "왜 이방인들이 저토록 격노하였느냐."라고 예언자 다윗은 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왜 기독교인들이  저렇게 격노하였나요?"








1) Democritus  - 기원전 5세기말에서 4세기 초에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원자론을 기반으로 한 우주론을 체계화시켰으며 유물론적 철학을 지향했다. 거의 동시대 사람이었던 플라톤의 관념론과 대립했다. (작가는 자신을 데모크리토스의 후계자로 자처하고 있다.)



2) Austin - 누군지 찾지 못함. '성 아우구스티누스'일 수도 있지만 성인이라는 (St.) 표시가 없음.



3) Pluto  -  그리스의 하데스에 해당하는 로마의 저승의 신. 




4) Caesar - 기원전 1세기 경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가이자 장군. 



5) Mahomet - 6-7세기 경 이슬람교를 일으킨 아랍의 예언자. 이슬람교도에게 있어서 최후이자 최대의 예언자이다.




6) Sicinius Dentatus - 기원전 5세기 경 용맹하기로 유명했던 로마의 군인. 



7) M. Sergius - 기원전 3세기 경 로마와 카르타고 사이에 벌어진 제2차 포에니 전쟁에서 싸운 로마의 장군. 문서로 기록된 최초로 의수 사용자로 유명하다.



8) Scaeva - 카이사르 8군단의 백인대장. 백인대장은 백부장이라고도 하며 로마 보병의 최소 단위가 100명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9) Hector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영웅으로, 트로이 프리아모스 왕의 맏아들이자 트로이 군의 총사령관이다. 지략과 용기, 고귀한 성품으로 존경을 받았으나 아킬레우스와의 전투에서 죽임을 당했다. 





10) Scipio - '스피키오 아프리카누스'를 말하는 듯하다. 기원전 2-3세기 경 고대 로마의 장국이자 집정관으로 로마 최고의 장군으로 일컬어진다.



11) Edward the Fourth - 15세기 경 영국 요크 왕가의 첫 번째 왕. 에드워드 4세는 뛰어난 지략과 결단력, 군주다운 강인함으로 사람들의 지지와 존경을 받았다. 



12) Polybius - 기원전 2세기 경 헬레니즘 시대의 그리스 역사가. 포에니 전쟁을 상세히 기록한 저서로 유명하다.



13) the battle of Cannas - 기원전 3세기 경에 로마와 카르타고 사이에 벌어진 제2차 포에니 전쟁의 핵심 교전. 한니발의 지략에 의해 로마가 대패한 전투이다.



14) Battle Abbey - 배틀 수도원은 베네딕트회 수도원으로서 헤이스팅스 전투 현장 위에 세웠졌으며 성 마틴에게 헌정되었다. 헤이스팅스 전투는 1066년 10월 14일에 프랑스에 정착한 노르만족 군대를 이끄는 윌리엄 1세와 앵글로색슨의 왕 해럴드 2세가 맞붙은 전투이다. 잉글랜드가 패배하여 윌리엄이 영국에서 노르만 왕조를 열었다.




15) Constantine - 기독교를 공인하고 콘스탄티노폴리스 천도를 한 황제로 로마 제국과 기독교 역사상 가장 중요한 황제로 꼽힌다.



16)  Licinius - 로마제국의 황제로서 콘스탄티누스와 함께 그리스도교를 공인하였지만 로마제국의 단독 지배를 위한 전쟁에서 콘스탄티누스에게 패하여 처형되었다



17) Ostend - 현재 벨기에에 위치하고 있으며 역사상 가장 긴 포위공격이 있었던 도시.  



18) obelisk -- 고대 이집트에서 태양신앙을 상징하는 기념비. 




19) Rhodes - 그리스 남동쪽에 있는 작은 섬으로 헬레니즘 시대에 동지중해 교역의 중심지였다. 



20)  Suleiman - 16세기 경 국가의 전성기를 이루었던 오스만제국의 10대 황제. 



21) Andromache - 헥토르의 부인으로 트로이 전쟁에서 아버지, 7명의 오빠, 남편인 헥토르까지 모두 아킬레우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거기다 그녀의 어린 아들마저 결국 그리스 군에게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그녀는 아킬레우스의 아들의 첩이 되어 아들까지 낳는 치욕을 겪는다.





22) Cyprian - 3세기 경 카르타고의 주교이자 기독교 작가. 



23) Gerbelius - 15-16세기에 독일의 인문주의자이자 법학자.



24) Tertullian - 2-3세기 경 로마의 아프리카지방 카르타고의 초기 기독교 작가이다. 



25) Collignius - 누군지 찾지 못함.



26)  Richard Dinoth  - 16세기 프랑스의 개신교 목사이자 역사가.



27) Lancaster - 15세기 경 영국 왕조 중 하나.



28) York - 15세기 경 영국 왕조 중 하나. 



29) Pharsalian - 그리스 테살리아 남부에 있는 도시. 



30) Comineus - 17세기 경 보헤미아의 교육학자이자 목사. 자연주의 교육을 제창했다.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의 해부학 (1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