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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Apr 13. 2023

우울의 해부학 (17)

로버트 버턴


Tom Lea의  [2000야드 응시]   (1944)




(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왜 젊은이들은 전쟁을 바라고 또 무장을 서두르는 걸까요? 이교도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면, 우리가 저지르기에는 더더욱 적합하지 않습니다. 서인도 제도에서 스페인 사람들이 42년 동안 (그들의 주교인 바르톨로메 카사①의 말을 신뢰할 수 있다면) 1200만 명의 사람들을 지독하고도 잔혹하게 죽였던 일 같은 것 말이죠.  죽은 이들이 5000만이라고 내가 주장한다면 (그가 말하길)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겠죠. 나는 그와 같은 프랑스 학살, 시칠리아 반란, 알바 공작의 폭정, 우리가 일으킨 화약 음모, 그리고 누군가 그렇게 부르는 것처럼 10가지 박해를 모호하게 만드는 4번째 격로인 스페인 종교 재판에 대해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자비한 전쟁의 분노가 세상에 퍼지는군요. 이것은 미친 세상, 정신 나간 세계, 그가 표현한 것처럼, 미친 전쟁이 아닙니까? 스칼리체르②가 말했듯이 이 미친 사람들은 전투에서의 그들의 고통스러운 죽음과 광기에 대한 영원한 증인이 되어 기억을 후세에 남깁니다. 그들은 그토록 빈번한 전투를 통해 그들의 광기에 대한 영원한 기억을 다가올 모든 후세들에게 남겨주지 않던가요?  당신이 생각하기에 이런 것들이 데모크리토스③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웃도록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그로 하여금 곡조를 바꾸고 어조를 바꾸어 헤라클레이토스④와 함께 눈물짓게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충격 때문에 우두커니 서서 연민 속에서 울부짖고 으르렁거리고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었을까요? 그도 아니면 시인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비탄에 빠진 나머지 무감각해져서 돌로 변해버린 니오베⑤처럼 되었을까요? 아직 나는 최악의 어리석음과 광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소동, 폭동, 내전 및 부당한 전쟁처럼 어리석음으로 시작해서 범죄로 계속되고 비참함으로 끝나는 것들에 대해서요그러한 전쟁에서 공상적인 재세례논자⑥들이 헛되이 생각하는 것처럼 모두가 죄의 심판을 받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의 기독교 전술에도 로마의 세 단계 전투 대형이나 그리스식 밀집 대형이 필요합니다. 군인이 되는 것은 (세상만사가 그렇듯) 고귀하고 영예로운 직업이며 아껴서는 안 되는 우리의 최고의 성벽이자 보루인 것도 맞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툴리⑦의 말을 가장 진실하다고 인정합니다. "우리의 모든 민사, 우리의 모든 연구들,  우리의 모든 탄원, 근면과 표창은 전쟁의 미덕의 보호 아래 놓여있습니다. 소동이 의심될 때마다 우리의 모든 활동은 중단되니까요." 타이러스⑧가 옹호하는 것처럼 전쟁은 가장 필수적인 것입니다. 전사는 농부보다 국가에 더 유용하지요용맹은 현명한 사람들에게 칭송받을만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빼앗고, 죽이고, 납치하고, 미덕을 거짓 이름으로 부르다니요. 타키투스⑨가 쓴 '그것은 칼가쿠스⑩'에서의 관찰에 따르면, 후안 루이스 비베스⑪가 지적한 것처럼, 절도, 살인, 강탈, 잘못된 이름의 미덕, 강간, 학살, 대량 학살등은 재미와 게임제법 괜찮은 오락거리일 뿐입니다. "그들은 보통 잘못된 영광을 위한 야만적인 확신에 사로잡혀 버린 가장 머리 나쁜 흡혈귀, 가장 힘이 센 강도, 가장 필사적인 악당, 믿을 수 없는 망나니, 비인간적인 살인자, 경솔하고 잔인하고 방탕한 비겁자이지만, 또한 용기 있고 관대한 영혼, 영웅적이고 훌륭한 지도자,  용맹한 전사, 용감하고 유명한 사람이라고 불립니다."  폰터스 헌터⑫가 '부르고뉴의 역사'에서 이처럼 불평했지요. 그리하여 매일 수많은 자원자들이 사랑스러운 아내, 자식들, 친구들을 떠나 자기 자신을 바칩니다. 그들은 고작 하루에 6펜스를 (실제로 받을 수만 있다면) 받고서 자신들의 목숨과 수족을 팔아넘기고, 적진에 침입하기를 열망하고, 보초를 서고, 망을 보고, 첫 번째 대열에서 공격하고, 전투의 최전방에 서고, 드럼과 트럼펫으로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용감하게 행진합니다. 활력과 기민함, 공중을 가득 메우는 깃발들, 번쩍이는 갑옷, 깃털 장식의 움직임, 창검들의 숲, 칼, 다양한 색상, 사치스러움과 장엄함. 마치 그들이 이미 승리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제우스 신전을 뛰어넘을 만큼 화려합니다. 마치 다리우스의 군대가 이수스에서 알렉산더와 만나기 위해 진군했던 것처럼요.⑬ 두려움 없이 그들은 임박한 위험을 향해 뛰어듭니다. 예를 들면 대포의 아가리를 향해서요. 바를레티⑭가 말하길 용기, 유머, 환호의 명예는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명성은 그저 섬광에 불과하고, 한 떨기 장미꽃과 같으며, 하루 만에 소멸되고 말기 때문입니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죠. 전투에서 사망한 15000명의 서민들 중에서 역사에 기록된 사람은 고작 15명에 불과합니다. 아마도 장군은 1명뿐일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와 그들 모두의 이름은 하나같이 지워지고 전투 자체도 잊혀지고 말 것입니다. 그리스인 연설가들은 최고의 위트와 웅변으로 테르모필레⑮, 살라미스⑯, 마라톤⑰, 미케일⑱, 만티네아⑲, 카이로네이아⑳, 플라타이아이㉑에서 잘 알려져있는 반란을 시작했습니다. 로마인들은 칸나스㉒와 파살리안㉓ 평원에서 벌어진 전투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기록만 했을 뿐, 우리는 그것에 대해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기대되는 명예, 대중의 찬사, 이에 따른 불멸에 대한 욕망, 교만과 허영은 무모하고 분별없이 계속 그들을 자극하여 그들 자신과 다른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갑니다. 알렉산더는 더 이상 정복할 세계가 없었기 때문에 유감스러워했습니다. 그는 그 점 때문에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지요. 그의 목소리는 활기차고 장엄하게 여겨졌구요군주답다고 말이죠. 그러나 현명한 세네카㉔는 그것은 아주 비열하고 멍청한 목소리라며 그를 비난했습니다. 정신없는 바보 같다고 했어요. 나 역시 세네카가 그와 그의 아버지 필립에게 적용한 표현은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범람보다 더 큰 재앙은 없습니다. 그것은 화재보다 더 하지요그들은 격노할 때면 무자비하기 짝이 없는 불과 물만큼이나 힘없는 인간들에게 치명적인 해악을 끼칩니다.  더 애석하게도 그들은 이러한 지옥 같은 삶의 과정이 거룩하다고 설득하고, 그들의 삶을 신성한 전쟁의 위험에 내맡기는 일에 천국을 약속하며, 고대의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오늘날에 있어서는 터키가 그러하듯 이러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통해 그들이 비참하게 죽을지도 모르는데도 싸우도록 용기를 북돋습니다. "만약 그들이 전투 중에 죽는다면 그들은 곧바로 천국으로 직행하며 성인으로 시성 될 것입니다." (오, 악마 같은 발명품이여.) 그들이 영원한 기억 속에서 영원히 기념되도록 연대기에 기록하십시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앞에 나왔던 그런 처참한 이야기보다는 이 편이 훨씬 나을 것입니다. (전쟁은 죄에 대한 신의 천벌이며 나약한 인간들의 불평과 어리석음을 그렇게 단죄하신다는 얘기도 있지요.) 왜냐하면 그런 처참한 이야기들은 인격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사람들을 좋은 태도나 훌륭한 삶으로 이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며,  "인류의 가장 잔혹하고 유독한 역병에 신성함"을 부여하고, 그러한 사람들에게 웅장한 칭호, 지위, 조각상, 그림, 명예, 칭송을 내리며, 전투에서 죽는 것보다 더한 영광은 없다면서 그들의 훌륭한 헌신에 최고로 보답할 것입니다. 그렇게 아프리카누스㉕는 엔니우스㉖에게 칭송을 들었습니다. 마르스㉗와 헤라클레스㉘, 그리고 그 밖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렇게 신격화되었는지 저도 모릅니다. 이런 식으로 천국으로 갈 수 있는 건 사실상 피투성이의 도살자, 사악한 파괴자, 세상의 골칫거리, 거대한 괴물, 지옥의 개, 야생 역병, 포식자, 인간 망나니뿐일 겁니다.  락탄시우스㉙가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그리고 키프리아누스㉚가 도나트㉛에게 말했듯이, 그런 사람들은 전쟁에서 필사적이고 망설임 없이 죽어버립니다. (예를 들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용감한 다마스쿠스의 켈트족처럼요. 그들은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릴 위태로운 벽을 피해 달아나는 것을 수치라고 생각했죠.) 칼 끝을 향해 돌진하지 않거나 대포를 피하려고 하는 사람은 겁쟁이이며 용감하지 않다는 식이죠. 이렇게 세상은 서로의 피로 젖고 지구는 자신의 피 속에서 뒹굽니다. 이러한 모든 포와 함께 전쟁에 대한 광적인 욕망이 만연해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행해진다면 그는 틀림없이 처형될 것입니다. "그것은 살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데도 같은 행위가 전쟁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면 그것은 남자다움으로 여겨지며 구성원들로부터 영예를 얻습니다." 성공하면 악덕을 미덕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터키인들이 하는 것처럼 사건에 따라 모든 것을 다르게 측정합니다. 키프리아누스가 지적한 것처럼, 대부분 모든 연령, 국가, 장소에서 그렇게 하지요. 잔인함이 극심해지면 범죄의 면책을 받습니다. 사실의 추악함이 범죄자를 정당화합니다. 누군가의 고통으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는 왕관을 씁니다. 그가 범죄의 대가로 받은 것은 십자가가 아니라 왕관입니다. (아그리파㉛의 말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두려운 존재로서 교수대에 매달렸어야 할 자들이 기사가 되고, 영주가 되고, 대공이 됩니다. 


    다른 사람이 똑같이 했다면 그는 검열관 앞으로 끌려갔을 것입니다. 









1) Bartholomeus a Casa - 15-16세기 경 스페인의 지주, 수사, 사제, 주교, 역사가이자 사회 개혁가.



2) Scaliger - 15-16세기 경 르네상스 시대의 시학을 다룬 학자로 유명하다. 과학자이자 의사이며 문헌학자로 미학의 창시자로 여겨진다.



3) Democritus  - 기원전 5세기말에서 4세기 초에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원자론을 기반으로 한 우주론을 체계화시켰으며 유물론적 철학을 지향했다. 거의 동시대 사람이었던 플라톤의 관념론과 대립했다. (작가는 자신을 데모크리토스의 후계자로 자처하고 있다.)



4) Heraclitus - 기원전 6세기 경 고대 그리스에서 만물의 근원은 불이라고 주장했던 철학자. 저서가 난해하기로 유명했으며 눈물이 많아 '울보 철학자'라고 알려져 있다.



5) Niobe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바이의 왕 암피온의 아내이다. 그녀는 자신의 7명의 아들과 7명의 딸을 자랑하면서 고작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남매만 낳은  레토 여신보다 자신이 더 훌륭하다고 말해버린다. 분노한 레토 여신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시켜 니오베의 자식들을 모두 죽게 한다. 니오베는 슬픔에 겨워 돌이 되었는데, 그 돌에서는 물줄기 하나가 하염없이 흐른다고 한다.




6) Anabaptist - 유아 세례를 인정하지 않고 다시 세례를 주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의 종파이다. '재침례파'라고도 한다.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신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7) Tully - Marcus Tullius Cicero (키케로)를 뜻하는 듯하다. 기원전 1세기 경 고대 로마의 웅변가, 정치가, 법률가, 작가로서 연설을 잘하기로 유명했다.



8) Tyrius - 누군지 찾지 못함



9) Tacitus - 1세기 경 로마 제정시대의 역사가. 주요 저서에 '역사', '게르마니아' 등이 있다.



10) Galgacus - 타키투스에 따르면 칼가쿠스는 83년 혹은 84년에 스코틀랜드 북부의 전투에서 로마군대와 싸운 켈트 부족 연합의 족장이었다. 족장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출생과 용맹을 가지고 있다고 묘사되어 있다. 



11) Ludovicus Vives - 15-16세기 경 스페인 출신의 르네상스 인문주의자. 현대의 심리학의 일부 개념들을 확립함으로써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12) Pontus Huter - 누군지 찾지 못함.



13) 고대 페르시아의 왕 다리우스 3세는 마케도이나의 알렉산더가 쳐들어오자 직접 10만 대군을 이끌고 이수스에서 전투를 벌였으나 크게 대패하고 도망쳤다.



14) Barletius - 15-16세기 경 가톨릭 사제이자 역사가.  



15) Thermopylae - 기원전 5세기 경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가 인솔하는 그리스 군이 페르시아 군과 싸워 전멸한 곳. 



16) Salamis - 그리스 남서쪽에 있는 섬으로 기원전 480년 그리스 해군이 페르시아 해군을 격파한 곳.



17) Marathon - 아테네 북동의 평원으로 기원전 490년에 아테네군이 페르시아 군을 격파한 곳.



18) Micale - 어딘지 찾지 못함



19) Mantinea - 그리스 남부의 고대 도시로 기원전 5세기 경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격파한 곳.



20) Cheronaea - 기원전 4세기 경, 필립 2세가 이끄는 마케도이나와 아테네와 테베가 이끄는 그리스 도시 국가 동맹 사에서의 전투가 벌어졌던 싸움터. 마케도니아와 그 동맹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



21) Plataea - 고대 그리스의 도시. 페르시아 전쟁에서 그리스가 페르시아를 격파한 곳이다.



22) Cannas - 어딘지 찾지 못함



23) Pharsalian field 어딘지 찾지 못함

 


24) Seneca - 1세기 경 로마 제정 시대의 정치가이면서 후기 스토아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이다. 네로 황제의 스승이기도 하다.



25) Africanus -  기원전 2-3세기경 제2차 포에니 전쟁에서 한니발을 격파한 활약으로 유명한 로마의 장군.



26) Ennius - 기원전 2-3세기경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극작가.



27) Mars - 로마 신화에서 유피테르와 유노의 아들로 전쟁의 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아레스'와 동격이나 로마에서는 그 위상이 훨씬 더 중요했다. 고대 로마의 건국 시조인 로물루스와 레무스 쌍둥이 형제가 마르스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28) Hercules -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왕 제우스와 인간 여인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명실공히 영웅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29) Lactantius - 3-4세기 경 로마에서 활동했던 호교론자. 



30) Cyprian - 3세기 경 카르타고에서 태어나 웅변술의 스승으로 유명했던 가톨릭 성인.



31) Donat - 누구인지 찾지 못함.



32) Agrippa - 기원전 1세기 경 고대 로마 제국의 정치가이자 군인, 건축가이다.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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