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해부학 (18)
로버트 버턴
Vincent Van Gogh의 [까마귀가 있는 밀밭] (1890)(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배가 고파서 양을 훔친 불쌍한 사람은 교수형에 처해집니다. 견딜 수 없는 추위, 배고픔, 목마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지른 경우에도 말이죠. 그러나 공직에 있는 대단한 사람들은 온 지방을 마음대로 갈취하고, 수천 명을 몰락시키고, 약탈하고, 사찰하고, 임의로 억압하고, 하찮게 취급하고, 갈구고, 압제하고, 자신의 부를 위해 일반인들을 망치고,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모든 행동의 대가로 대단한 칭호로 보답을 받고 그의 훌륭한 봉사에 대해 명예가 드높아집니다. 아무도 그것에 대해 트집을 잡거나 불평하지 않습니다.
간악한 악당이나 "바보, 심각한 백치, 곰팡이, 황금 나귀, 인간 형상의 괴물들이 무수히 좋은 사람들, 현명한 사람들, 학식 있는 사람들을 완전히 굴종시켜 자신을 섬기게 하는 것을 본다면 우리의 데모크리토스①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그들이 많은 부와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부에 대한 일종의 부록으로 신성한 칭호와 과장된 형용구로 꾸며진 명예를 그들에게 부여한 것인가요?" 혼란, 바보, 탐욕스러운 철면피, 짐승 등등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그들을 흥분과 찬사로 질식시키는 건 "그가 부자이기 때문인가요?"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 나귀를 보세요. 더럽고 역겨운 시체, 기생충 때문에 부풀어 오른 고르곤②의 머리가 영광스러운 칭호, 어린아이의 가치, 쿠만 나귀, 채색된 무덤, 이집트 사원을 차지하는 게 마땅한 일인가요? 시들은 얼굴과, 병들고 추해지고 궤양에 걸린 안색과, 썩은 시체와, 독사 같은 마음과, 에피쿠로스적인③ 영혼이 동양의 진주, 보석, 왕관, 향료, 면밀하고 정밀한 작품들, 자신의 옷들을 자랑스러워하는군요. 마치 어린아이가 새 코트를 받고 좋아하는 것처럼요. 반면에 선한 사람, 천사처럼 성스러운 얼굴, 성자, 겸손한 인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누더기를 입고 구걸하면서 이제 굶어 죽을 준비가 된 영혼들이 있지 않습니까? 우스꽝스럽고 형편없으며 단정하지 못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보면 어떤가요? 코트는 누더기이지만 그가 말을 공손하게 하고 신성한 영혼과 현명함을 갖추었다면요. 하지만 반면 다른 사람은 옷차림이 깔끔하고, 몸치장이 말쑥하고, 상당히 예의 바르지만 우아함이 없고, 꾀를 부리고, 말도 안 되는 말을 지껄인다면 말이죠. 너무나 많은 변호사, 대변자, 재판소를 보세요. 하지만 그에 비해 정의는 너무나 적습니다. 수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있지만 공동의 선에는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수많은 법이 있지만 이보다 더 무질서할 순 없을걸요. 법원은 소송을 수확하고, 재판소는 미로와 같으며, 때로는 한 법정에 수천 건의 소송이 따르고, 그렇게 계속 맹렬하게 이어지지 않던가요? 정의를 집행하는 가장 큰 범죄자, 종교를 담당하는 가장 불경한 자, 학문을 주관하는 가장 무지한 자, 맡은 일에 대해 가장 게으른 자, 자선의 분배에 대해 가장 무자비한 자를 보십시오. 처형된 양, 사형선고받은 늑대, 법정에 소환된 강도, 의자에 앉아 있는 도둑, 다른 이를 무자비하게 벌하는 재판장, 그리고 가장 나쁜 것은 같은 사람이 도둑질하고 강도를 벌하고 스스로 강도가 된다는 사실이지요. 법을 멋대로 변조하고, 곡해하고, 찬반양론으로 해석하는군요. 재판관은 친구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뇌물을 받고, 밀랍으로 만든 코처럼 주위의 영향을 받지요. 오늘은 좋을지 모르지만 내일이 없어요. 미래에도 자신의 위치에서 같은 의견을 고수할 수 있을까요? 선고는 지연되고, 변경되고, 판사의 재량에 따라 좌지우지됩니다. "거짓으로 위조된 문서와 유언장에 의해, 누군가는 자신의 유산에서 쫓겨나고 다른 누군가는 호의에 의해 그것을 취득하게 됩니다." 있던 법은 무시되고, 새로 만들어진 법은 지켜지지 않습니다. 처형당하는 건 소위 어리석은 자들 뿐입니다. 예를 들어 간음의 경우, 그 아버지는 자식들을 호적에서 빼거나 내치고 파면할 것입니다. (악당아, 멀리 꺼져라. 절대 내 눈에 띄지 말아라.)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토지, 재물, 재산, 명성을 잃고 심지어 불명예를 얻고, 버림받고, 간곡히 참회해야만 합니다. 치명적인 죄 중에서도 가장 최악인 것은, 시인인 트라니오④가 말했듯이, 그들이 보통의 다른 권력자들과 다른 게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보통의 신사들이 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새롭지도, 기이하지도, 남들과 다르지도 않습니다. 위대한 사람, 명예가 드높은 각하, 영광스러운 대공에게 있어 이것은 별 죄가 아니요, 가벼운 죄조차 아니죠. 그것은 전혀 범죄가 아니며, 그저 일반적이고 평범한 일로서 누구도 그것에 주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공개적으로 정당화하고, 심지어 자랑하기까지 합니다.
수많은 가난한 남자들, 젊은 형제들은 형편없는 정책과 나태한 교육 (왜냐하면 그들은 소명 없이 키워졌으므로) 때문에 구걸하거나 도둑질하도록 내몰리고 절도죄로 교수형에 처해집니다. 군주가 자신의 백성들에게 사형 선고를 자주 내리는 것은 의사가 환자의 목숨을 자주 잃는 것만큼이나 불명예스러운 일입니다. 말하자면 정치인의 잘못인 것이죠. 그들은 가르치는 것보다 이기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교사는 학생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 그들을 가르치기보다는 교정하려고 하지요. 스스로 파멸하도록 그들을 내버려 두기보다는 더 이상 도둑과 거지가 없어야 하고, 좋은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사건 사고를 방지해야 합니다. 언쟁의 원인과 다수의 변호사들을 제거하고, 논란을 조정하고, 오래된 소송을 간결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오늘날 그들은 모든 놀이거리와 하찮은 일들까지 법으로 제정하였습니다. 법원은 소란스러우며 소송 당사자의 분노는 끝이 없어서 다른 사람의 목을 뽑아버릴 준비가 되어있을 정도입니다. 히에로니무스⑤가 말했듯이, "형제들의 심장에서" "피를 짜내기 위한" 도구인 비방, 거짓말, 불명예, 험담, 욕설, 거짓 증언, 저주, 위증, 다툼과 언쟁을 위해 그들은 서로를 타락시키면서 자신들의 소유물, 생명, 재산, 친구를 소비합니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잡아먹는 변호사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면서요. 이렇게 외치세요. 여기 소크라테스가 있다. 여기 크산티페가 있다.⑥ 또한 부패한 재판장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솔개와 같습니다. 쥐와 개구리가 싸울 때 둘 다 차지하지요.⑦ 일반적으로 그들은 서로를 잡아먹습니다. 게걸스러운 새들, 야성적인 짐승들, 걸신들린 물고기들 같습니다. 중간이 없지요. 모두 여기서 잡아 먹히거나 저기서 잡아 먹힙니다. 찢어진 사체를 찢어먹고 있는 까마귀들 같습니다. 서로 속고 속이죠. 다른 사람을 갈가리 찢거나 자신이 갈가리 찢어집니다. 한 우물 안에 있는 수많은 양동이처럼, 하나가 올라가면 하나가 추락하고, 하나가 비면 하나가 채워집니다. 누군가의 파멸은 다른 누군가의 사다리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일상적인 절차이지요. 시장이란 무엇이던가요? 아나카르시스⑧에 따르면, 그곳은 서로를 속이는 곳, 바로 함정입니다. 그럼 세계 그 자체는 무엇입니까? 광대한 혼돈, 방법의 혼란, 공기와 같은 변덕, 광인의 집, 불순물로 가득 찬 소란스러운 무리, 떠도는 영혼들의 시장, 도깨비, 위선의 극장, 속임수의 상점, 아첨, 악행의 보육원, 수다스러운 무대, 현기증의 학교, 악덕의 아카데미입니다. 전쟁이 나면 당신이 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 싸워야 하며, 정복하거나 굴복되고 죽이거나 죽임을 당합니다. 그곳에서는 모두 자신의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 자신만을 위하고 자신만을 보호합니다. 자선, 사랑, 우정, 신에 대한 두려움, 동맹, 친분, 혈연관계는 그들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공격을 받거나 재산이 침해당하면 그들은 격노합니다. 오랜 친구가 놀이거리나 사소한 무례 때문에 갑자기 비통한 적이 되고, 전에는 사랑과 친절로 기꺼이 상호 관계를 맺었던 이들이 바티니안⑨에 대한 증오 이상으로 서로 죽도록 욕하고 학대하며 화해하지 않습니다. 서로 호의적이라면 그들은 사랑하고 또는 서로를 도울 수 있지만, 더 이상 호의를 기대할 수 없을 때 그들은 늙은 개에게 하듯 목매달거나 쫓아냅니다. 카토⑩는 사람을 오래된 신발이나 고장난 안경처럼 사용하고는 쓰레기더미에 내팽개치는 것은 커다란 무례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늙은 하인을 쫓아내기는커녕 늙은 소조차도 팔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하인에게 보상하기는커녕 그를 욕하고, 그를 악덕의 도구로 사용해 놓고는 터키의 두 번째 황제인 바자제가 아코메세 바사⑪에 의해 당한 것처럼 그를 쫓아냅니다. 실리우스⑫가 디베료⑬에게 당한 것처럼 보답을 하기는커녕 죽도록 미워하지요. 한 마디로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존재할 뿐입니다. 우리의 최고의 선은 유용한 재물이며 우리가 사랑하는 돈⑭의 여신, 우리가 매일 희생을 바치는 돈의 여왕은 우리의 마음과 손과 애정 등 모든 것을 차지합니다. 그녀는 우리를 양육하고, 의기소침하게 하고, 의기양양하게 합니다. 그녀는 우리가 우리의 행동의 유일한 사령관으로 존중하는 가장 강한 여신입니다. 그녀에게 우리는 기도하고, 달려가고, 말을 타고 달려가고, 가고, 오고, 일하고, 서로 다툽니다. 마치 물 위에 떨어진 빵부스러기를 향해 달려드는 물고기들처럼요. 우리가 존경받는 것은 가치, 미덕 (연극적인 미덕), 지혜, 용기, 학식, 정직, 종교, 혹은 어떤 충만함 때문이 아니라 바로 돈, 위대함, 직책, 명예, 권위 때문이지요. 정직은 어리석음으로 여겨집니다. 속임수나 정책을 보세요.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보이는 대로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그러한 수단, 거짓말, 사기, 음모, 계략, 미봉책, 불평, 속임수, 기만으로 "세상에 순종한다면 필연적으로 신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 사람은 크레타 섬에서 크레타인들이 하는 것처럼⑮ 살거나, 치욕과 불명예, 절망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절제와 거룩함을 요구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엄숙함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단순함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이 사람도, 그리고 이 사람도, 그리고 또 이 사람도, 그 밖의 모두들 "위선자이자 양손잡이입니다."⑯ 외부자, 이리저리 돌아가는 그림들, 한편에는 사자를 다른 한 편에는 어린양을 놓아둔 것처럼 말이죠. 데모크리토스①는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1) Democritus - 기원전 5세기말에서 4세기 초에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원자론을 기반으로 한 우주론을 체계화시켰으며 유물론적 철학을 지향했다. 거의 동시대 사람이었던 플라톤의 관념론과 대립했다. (작가는 자신을 데모크리토스의 후계자로 자처하고 있다.)
2) Gorgon - 고대 그리스에서 유행했던 괴물이다. '고르곤'은 '고르고스(두려움)'이란 단어에서 유행했으며 뱀 머리카락에 멧돼지 어금니를 가지고 있는 세 자매 고르곤 중 특히 메두사가 유명하다.
3) (부정적인 의미의) 쾌락주의를 뜻한다. 기원전 3-4세기 경의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에피쿠로스의 영향을 받은 사상으로 에피쿠로스는 쾌락이야 말로 최고의 선이며 또한 유일한 선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쾌락'이라는 표현은 편견과 오해를 불러일으켰는데, 사실 그것은 방탕하게 살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순간의 쾌락을 멀리하고 지고한 쾌락을 추구하자는 뜻이었다. 그의 사상에는 신보다 인간이 중심에 있으며 더 나아가 유물론으로 연결된다.
4) Tranio - 누군지 찾지 못함.
5) Hierom - 가톨릭 성인으로 라틴 4대 교부 중 한 명으로 일컬어진다.
6) 크산티페는 소크라테스의 아내로 유명한 악처로 알려져 있으며 소크라테스 또한 가정을 돌보지 않는 무능한 남편이었다고 한다. 뜻이 정확지 않으나 가까운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거나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서로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예시로 든 듯하다.
7) 이솝 우화의 하나. 어느 날 개구리와 쥐가 친구가 되었다. 개구리는 연못에 있는 자신의 집을 보여주겠다며 쥐를 초대했지만 쥐는 수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절했다. 그러나 개구리는 쥐의 발에 자신의 발을 묶고 억지로 연못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쥐가 물에 빠져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모른 척 한 채 자기 편한 대로 연못 속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결국 물에 빠져 죽은 쥐가 물 위로 떠오르자 그것을 본 매가 쥐를 낚아챘다. 쥐에게 발이 묶여 있던 개구리 역시 같이 딸려올라가 매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8) Anacharsis - 기원전 6세기 경 고대 그리스에서 활동했던 스키타이 출신의 아테네 철학자.
9) Vatinian - 보편적으로 미움을 받았던 로마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극도의 증오에 대한 표현과 함께 사용된다.
10) Cato - 로마에는 유명한 '카토'가 두 사람인데 같은 집안사람으로 여기서는 (소) 카토인지 (대) 카토인지 모르겠음.
11) Acomethes Bassa - 누군지 찾지 못함.
12) Silius - 1세기 경 로마의 원로원, 웅변가, 서사 시인. (정확하지 않음)
13) Tiberius - 로마의 2대 황제. 예수의 생애와 시대가 겹치며 예수의 십자가 형 당시에도 황제였다 .
14) Dea moneta - 로마 시대의 동전
15) 크레타섬은 그리스에서 5번째로 큰 섬으로 최초의 유럽 문명인 미노아 문명의 발상지이다. 그러나 성경은 크레타인에 대해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린다. [그레데인들은 항상 거짓말쟁이며 악한 짐승이며 배만 위하는 게으름뱅이라" (디도서 2:11)] '크레타섬에서 크레타인이 하는 것처럼'이란 표현은 악덕에 젖어 거리낌 없이 죄를 짓는다는 뜻인 듯하다.
16) 오래전에는 양손잡이를 사기꾼이나 위선자, 기회주의자,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보았던 듯하다.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