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해부학 (25)
로버트 버턴
[구두쇠] by Marinus Van Reymerswaele (1548-51)(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나는 정치 체제를 혼란에 빠트리고야 마는 수많은 구체적인 문제들을 얼마든지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좋은 정부와 현명하고 신중한 군주가 있는 곳은 번창하고 번영하며 평화와 행복이 넘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모든 것이 흉하고, 천박하고, 야만적이고, 미개하고, 낙원은 황야로 바뀔 것입니다. 모든 독립된 나라들 가운데 한 곳, 바로 우리와 이웃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은 로마의 신중한 정책에 의해 야만에서 벗어났다는 충분한 증거가 됩니다. 카이사르①나 고대 독일인인 타키투스②가 그 점에 대해 말한 것을 참고해 보세요. 그 나라들은 버지니아③에서 무례하게 굴었지만, 식민지를 구축하고 좋은 법을 만듦으로써 야만적인 무법천지에서 벗어나 부유하고 인구가 많은 도시들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나라들은 가장 번성한 왕국들이죠. 만약 지금 시작되고 있는 식민화 작업이 일찌감치 추진되었다면, 버지니아와 야만적인 아일랜드는 오래전에 교화되었을 것입니다. 나는 1612년의 한 담론을 읽었습니다. "폐하의 행복한 통치가 시작되었는데도 왜 아일랜드가 완전히 정복되지 않는지, 왜 영국의 왕관 아래 복종하지 않는지 진짜 원인을 발견했습니다." 그 원인이 현명한 정치인들에 의해서 철저하게 조사되었다면 그렇게 방치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곳은 오랫동안 황폐화되고 고통을 겪음으로써 우리나라의 불명예가 되었습니다. 네, 그리고 여행자들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리 맞은편에 있는 부유하고 통합된 지방인 홀랜드④와 질랜드⑤ 등을 보게 되지요. 그곳은 깨끗한 도시들과 인구가 많은 마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장 근면한 장인들로 가득 차있으며, 바다를 메운 광대한 땅은 정교한 발명품들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보존되고 있고 훌륭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온 세상에서 홀랜드④의 뱀스터⑥ 같은 곳이나 혹은 그 비슷한 곳을 결코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지리학자 베르티우스⑦는 말했습니다. 이곳은 하나하나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항해가 가능한 수로가 온 땅에 퍼져 있어서 온 세상에서 이곳과 필적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했지요. 반면에 그에 비하면 수천 에이커에 달하는 우리의 지대는 물에 잠겨 있고, 우리의 도시들은 빈약하고, 비참하고, 가난하고, 추합니다. 우리의 무역은 쇠퇴했으며, 흐르던 강은 멈추었고, 유익한 운송수단들은 완전히 방치되었고, 수많은 항구들이 배와 마을 없이 텅 비어있습니다. 즐거움을 주는 공원들과 숲들은 불모의 황무지가 되었고 수많은 부락들의 인구는 감소했습니다. 나는 거기에서 어떤 문제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모든 지리학자들, 역사학자들, 정치가들이 동의하듯이 나 역시 우리가 해외에서 높은 평판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고결하고, 가장 번성한 왕국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적의 요새입니다. 리비⑧가 인용한 글에서 퀴시오⑨가 펠레폰네소스⑩의 주민들에 대해 말한 것이 우리에게도 잘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껍데기 속의 거북이들, 그러니까 성난 바다로 사방이 벽처럼 둘러싸여 안전하게 지켜지는 곳에서 자신의 껍데기들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거북이들과 같습니다. 우리의 섬에는 그러한 명예로운 찬사가 많이 있지요. 그리고 우리의 학식 있는 동포들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노르만인⑪이 처음 영국에 온 이래로 이 나라는 군사력과 다른 모든 문명적인 사안에 있어서 기독교 세계와 유럽에서 가장 번성한 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왔습니다." 축복받았으며, 부유한 국가이고, 행운의 국가 중 하나죠. 거기다 어떤 것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인정받습니다. 전문적인 선원들, 심혈을 기울인 발견들, 항해의 기술, 정직한 상인들이 그렇지요. 그것들은 모든 나라에서, 심지어 포르투갈과 홀랜드④에서까지 최고로 인정받습니다. "아무런 두려움 없이", 보테로⑫가 말하길, "두 명의 선장이 행운에 못지않은 용기를 가지고 겨울과 여름의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며 전 세계를 일주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나라들이 원하는 많고 많은 특별한 축복 외에도, 진실되게 전파된 복음과, 확립된 교회의 규율, 착취와 침략과 외세에 의한 두려움과 국내 치안문제로부터 자유로운 평화와 평온함, 기술과 자연으로 이루어진 기름진 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가장 큰 행복은 우리의 선조들이 그토록 노력했으며 보기를 바랐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축복의 연합이지요.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뛰어난 것은 현명하고 학식 있으며 믿음이 깊은 우리의 왕입니다. 그는 또 한 명의 누마⑬, 두 번째 아우구스트⑭, 진정한 요시야⑮이지요. 거기에다가 가장 합당한 상원의원, 학식 있는 성직자, 순종하는 백성들 등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장미들 사이에서도 엉겅퀴가 자라고, 잡초들과 훼손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것들이 정치 체제의 안정을 방해하고, 영예와 영광을 가려버립니다. 그런 것들은 뿌리를 뽑아야 하며, 최대한 빨리 개혁해야만 합니다.
첫 번째는 게으름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에게는 악당들의 무리, 거지들, 도둑들, 술꾼들, 불만분자들 (플루타르크⑯가 쓴 글에서 리쿠르고스⑰는 이들을 공동체의 질병, 공동체의 종기라고 하였습니다), 도시마다 넘치는 가난한 사람들 있습니다. 폴리도어⑱가 밑바닥 상태라고 불렀던 기지 건설 도시들은 수치스럽고, 가난하고, 작고, 시시하고, 황폐하고, 거주민이 적은 곳입니다. 우리의 땅은 넘칠 정도로 비옥하고 모든 좋은 것으로 가득 차 있는데, 왜 저 아래쪽 나라들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의 도시들만큼 풍요롭지 않을까요? 그것은 그들의 정책이 우리와 다르고, 우리가 그들만큼 검소하고, 신중하고, 근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으름은 최고의 악덕입니다. 보테루스⑫가 올바르게 주장했듯이, 기술과 산업이 결합하지 않는 한 부유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⑲에 따르면 부는 자연적이거나 인공적인 것입니다. 자연적인 것이란 비옥한 땅과 풍부한 광산 등이고, 인공적인 것이란 제품들과 주화 등등의 것들입니다. 많은 왕국들이 풍요롭지만 인구가 적습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피에몬테⑳ 공국이 그렇지요. 레안드로 알베르티㉑는 이곳의 옥수수와 와인, 과일 등등을 찬양했지만, 황량한 곳만큼이나 인구가 적다고 했습니다. 그가 말하길 "영국은 런던 외에는 인구가 많은 도시가 전무하지만 풍요로운 나라입니다." 문스터㉒가 우리에게 알려 준 것처럼, 독일의 작은 지방인 알자스㉓만 해도 46개의 도시들과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 50개의 성, 셀 수 없이 많은 마을들, 방치되지 않은 땅들, 바위가 없는 장소들, 아직 경작되지 않은 언덕 꼭대기들이 있다는 것을 저 역시 알고 있습니다. 네커㉔에 있는, 24 이탈리아 마일㉕ 정도 되는 작은 영토인 그레이히게아㉖에도 성벽으로 둘러 싸인 20개의 도시와 성들과 귀족들의 궁전 외에도 각각 150개의 집들을 가진 셀 수 없이 많은 마을들이 있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구요. 네덜란드에 있는 투린지㉗(그들의 기준으로 12마일 이상 크기의)에서는 12개 군과, 그 안의 144개의 도시들, 2000개의 마을, 144개의 부락, 250개의 성들을, 바이에른에서는 24개의 도시와 46개의 마을을 보았습니다. 작은 땅인 포르투갈리아 인테람니스㉘에는 1460개의 본당, 130개의 수도원, 200개의 다리가 있습니다. 불모의 섬인 몰타에는 20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나머지 모든 것들 중에서도 루스 귀차라딘㉙의 저지대 국가들㉚의 관계를 높이 평가합니다. 홀랜드④에는 26개의 도시와 400개의 큰 마을이 있습니다. 질랜드㉛에는 10개의 도시와 102개의 본당이 있구요. 브라반트㉜에는 26개의 도시와 102개의 교구가 있습니다. 플랑드르㉝에는 28개의 도시, 90개의 마을, 1154개의 부락, 그리고 그 밖에도 수도원과 성들이 있지요. 저지대 국가들㉚은 보통 우리들의 것과 같은 세 개의 도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것이 인구도 더 많고 부유하지만요. 왜 그럴까요? 거래에 관한 그들의 근면함과 탁월함 때문이지 않나요? 수많은 상인들에 의해 유지되는 그들의 상업과, 기술과, 훌륭한 항구로 만들어진 수없이 많은 뛰어난 경로들이 있습니다. 그 항구 가까이에 그들은 도시들을 세웠지요. 우리도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거나 가질 수 있는 것들이죠. 그러나 그들의 부유함을 지속시키며 모든 종류의 상업과 상품들을 끌어들이는 가장 핵심적인 자석은 비옥한 토지가 아니라 바로 근면함입니다. 페루의 금광이나 노바 히스페니아㉞는 그들과 비교도 되지 않지요. 그들에게는 스스로 생산하는 금도 은도 없고, 포도주도 기름도 없으며, 연합 지역에서 자라나는 곡식도 없고, 목재, 주석, 납, 철, 비단, 양모, 그 밖의 재료나 금속 역시 거의 또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헝가리, 트란실바니아는 자기 자신이 바로 그들의 자랑이지요. 비옥한 영국도 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프랑스, 타렌툼, 아풀리아, 롬바르디아, 혹은 이탈리아 전 지역, 스페인의 발렌티아, 혹은 훌륭한 과일과 와인과 기름이 나며 두 번이나 수확할 수 있는 쾌적한 안달루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의 어떤 곳이라도 그토록 풍요롭고, 부유하며, 인구가 많고, 좋은 배들과 잘 지어진 도시들로 넘쳐나지는 않습니다. 그곳에서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이 풍부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인도 제국이자 전형적인 중국입니다. 그 모든 것이 산업과, 좋은 정책과, 근면함 덕분입니다. 근면함은 모든 좋은 것들을 끌어들이는 자석과 같은 것입니다. 그것만이 국가를 번성하게 하고, 도시를 인구로 가득 채우며, 강력한 거름이 되어 어김없이 메마른 땅을 풍요롭고 훌륭하게 만들어줍니다. 디온㉟이 말했듯이, 양이 목초지를 개선합니다.
1) Caesar - 기원전 1세기 경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가이자 장군.
2) Tacitus - 1세기 경 로마 제정시대의 역사가. 주요 저서에 '역사', '게르마니아' 등이 있다.
3) Virginia - 미국의 버지니아는 아닌데, 어딘지 찾지 못함.
4) Holland - 네덜란드
5) Zealand - 덴마크 최대의 섬.
6) Bemster - 도시 이름인 듯하나 어딘지 찾지 못함.
7) Bertius - 16-17세기 경 플랑드르의 철학자, 신학자, 역사학자, 지리학자 및 지도 제작자.
8) Livy - 기원전 1세기-기원후 2세기 경의 로마의 역사가.
9) Quintius - 누군지 찾지 못함.
10) Peloponnesus - 그리스 남부의 반도로서 스파르타 등 도시국가들이 있었다.
11) Normans - 프랑스 북부 또는 프랑크 왕국에 자리 잡았던 바이킹 족과 그들의 후예를 가리킨다. 북쪽 사람들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는 노르만 족은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출신의 이교도 해적들이었다. 그들은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을 식민지로 만들었으며 서구 봉건 사회의 형성과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12) Boterus - 16-17세기 경 이탈리아의 사상가, 사제, 시인, 외교관. '국가의 이유'라는 책을 썼다.
13) Numa - 전설 속에 나오는 로마의 제2대 왕으로 그 뛰어난 인격으로 인해 왕으로 추대되었다고 한다. 로마 종교의식의 창설자로 알려져 있으며 달력을 개혁하였다고 한다.
14) Augustus -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 경 최초의 로마 황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15) Josiah - '여호와께서 주신다'는 뜻의 이름. 유다 제16대 왕으로 종교적 부흥기를 주도하고 국가의 독립성을 유지했던 훌륭한 왕으로 평가받는다.
16) Plutarch - 대략 기원후 46~120년에 살았던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이다. 특히 영웅들의 전기를 쓴 [영웅전]으로 유명하다.
17) Lycurgus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라키아의 왕.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박해하였는데 도망갔던 디오니소스가 돌아와 리쿠르고스에게 포도주를 먹이자 만취하여 어머니를 범하려고 하였다. 도중에 실수를 깨닫고는 포도나무를 베어 버리려고 하다가 아들을 포도나무로 착각하여 도끼로 쳐 죽였다.
18) Polydore - 15-16세기 경 이탈리아 태생의 인문주의자로 영국에서 활동했다.
19) Aristotle - 기원전 4세기 경 고대 그리스에서 활동했던 철학자로 플라톤의 제자이다. 서양 철학사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알렉산더 대왕의 선생님이기도 했다. 이데아를 추구했던 스승과는 다르게 인간 세계의 원리를 탐구하는 현실적인 철학을 연구했다.
20) Piedmont - 이탈리아의 북서부에 위치한 주.
21) Leander Albertus - 15-16세기 경 볼로냐 출신의 이탈리아 역사가.
22) Munster - 15-16세기 경 독일의 히브리어 학자이자 지리학자.
23) Alsatia - 프랑스 북동부에 위치한 행정구역.
24) Necker - 어딘지 찾지 못함.
25) Italian mile - '이탈리아 마일'은 전통적으로 1000보에 해당하는 '로마 마일'을 계승하고 있으나 지역마다 다를 수 있음.
26) Greichgea - 어딘지 찾지 못함.
27) Bavaria - 독일 동남부에 위치한 주.
28) Portugallia interamnis - 강 사이에 있는 포르투갈이라는 뜻으로 어디 인지는 찾지 못함.
29) Lue Guicciardine - 뜻을 찾지 못함.
30) the Low Countries -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를 뜻한다.
31) Zealand - 질랜드로 표기되는 곳이 여러 곳인데 그중 네덜란드 남서부에 위치한 제일란트 주를 뜻하는 듯하다.
32) Brabant - 벨기에 중부의 주.
33) Flanders - 벨기에, 네덜란드 남부, 프랑스 북부에 걸쳐 있었던 중세의 나라
34) Nova Hispania - 새로운 스페인 (New Spain)이라는 뜻으로 멕시코를 뜻한다.
35) Dion - Dion을 검색하면 그리스 신화의 라코니아 왕과 셀린 디온이 나오는 데 둘 다 아닌 듯.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