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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Jan 25. 2024

우울의 해부학 (35)

로버트 버턴





(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가문들에 대해 다루었으니 이제 간단하게 남자들의 몇 가지 유형과 조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의 존경을 받는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고, 명랑하고, 즐거운 사람은 군주들과 유명인사들로써 그들은 우울증에서도 자유로워보이지요. 그러나 그들의 근심, 비참함, 질투, 의심, 불만, 어리석음과 광기를 들여다보기 위해, 히에로 왕이 이 주제에 대해 시모니데스와 광범위하게 토론했던 크세노폰의 책 '폭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다른 모든 것들 중에서도 그들은 끝없는 두려움과 불안으로 괴로워합니다. 발레리우스의 글에서 그가 말했듯이, 만약 여러분이 그들의 옷이 얼마나 많은 근심과 절망들로 채워져 있는지 안다면 그것을 가져가려고 몸을 굽히지 않을 것입니다. 혹은 그들이 안전하고 두려움과 불만에서 자유롭다 하더라도 너무 자주 이성이 결여되고 행동이 성급했음을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바보들이 바보들에 관해 쓴 책인 일리아스, 아이네이스, 연대기 같은 것들 말입니다. 대체 그 책들의 주제가 무엇입니까? 


    현기증 나는 소란과 왕과 백성들의 어리석은 분노.


     그들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얼마나 분노하고, 사소한 일을 진행하면서도 얼마나 경솔하고 사려 깊지 못했는지, 그들이 얼마나 맹목적이었는지는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주가 불건전한 결의를 촉구할 때, 백성들은 절망을 느낍니다. 


    비참함과 불만 외에 위대한 사람들도 바보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주피터에게서 멀어질수록, 번개로부터 멀어질수록, 상황은 더 나빠지지요. 만약 그들이 궁정에서 산다면 그들은 움직이는 밀물과 썰물처럼 군주의 총애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할 것입니다. 그들의 재능도 군주의 미소와 찡그림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죠. 지금은 높이, 내일은 아래로. 폴리비우스⑥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많은 금속 주조 가게가 그렇듯, 계산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이것이 지금은 금이요 내일은 은이지요. 그들은 지금은 몇 개라고 하다가도 내일은 수천 개라고 주장합니다. 지금은 모든 것에 앞서지만, 그것은 곧 나중이 되지요." 거기다가 그들은 파벌과 경쟁으로 서로를 괴롭힙니다. 누군가 야심이 있을 때, 다른 누군가는 사랑에 빠지고, 세 번째 사람은 주제넘게 빚을 지고 방탕해지며, 네 번째 사람은 걱정으로 근심이 많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불만과 걱정에 대해서는 루키아노스⑦의 소책자를 읽어보기를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아이네아스 실비우스 (그는 그들을 정욕과 어리석음의 노예라고 부릅니다), 아그리파, 그 밖은 다른 사람들의 것두요.

     내가 이미 일반적인 용어로 말씀드렸듯, 고대 학문의 독재자인 철학자와 학자는 지혜와 배움의 감독자요, 사람 위의 사람이요, 정제된 사람, 뮤즈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지요. 


     그들은 좋은 두뇌와 활력 있는 마음을 보장받은 사람들입니다.


    정말 명예롭고 예민하고 세심한 학자들도 다른 사람들 만큼이나 헬레보레 식물이 필요하답니다. 오, 의사 여러분, 중간 정맥을 뚫어보도록 하세요. 루키아노스의 어부⑪를 읽고, 그가 그것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십시오.  과학자의 허영심을 보여주는 아그리파의 책자도 있습니다. 자, 어리석은 교리를 설파하는 그들의 작품을 읽을 때, 친구들, 웃음을 참을 수 있나요? 여러분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진리로부터 약간의 광기가 섞이지 않은 위대한 지혜는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그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 안에 한 마리의 벌레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들에게서 기이한 변형, 과장된 말, 호언장담, 자만심이 넘치는 유머, 감정적인 스타일 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르지 못한 천에서 도드라진 실처럼, 그들의 작품 전체는 위선적입니다. 지혜와 인내, 온유함을 가르치는 그들이야말로 가장 어리석고 경솔하며, 가장 불만이 많은 자들입니다. "지혜 안에 있으면서도 근심스럽고, 지혜가 늘어나면 슬픔도 늘어납니다." 저로서는 이런 저자들의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비웃고 경멸하며, 조롱받아 마땅한 어리석은 세계를 비난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경솔하고 두드러집니다. 언제나 어리석음을 조롱하는 데모크리토스는 메니포스를 다그치고, 루키아노스⑦를 비웃고, 루킬리우스⑭, 페트로니우스, 바로, 페르시우스 등을 비꼼으로써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그 역시 비난받을 수 있습니다. 올바른 사람이 도둑놈을, 백인이 흑인을 비웃게 하십시오. 베일, 에라스무스, 호스피니안, 비베스, 켐니시우스는 거룩한 교육자이지만 잡동사니의 거대한 바다처럼 폭주합니다. 누군가 말하길 그들은 복잡한 질문들, 무익한 논쟁들, 믿기 힘든 망상들의 미로라고 했습니다. 거룩한 교육자들이 그토록 비난받는다면, 진리의 집합체였고 철두철미했던 스코투스와 모든 선조들을 논박했고 절대 틀리는 법이 없었던 오컴은 어떤가요. 단호함 박사인 베이컨소프신학의 심장인 도마천사가 구술하는 대로 받아 적었던 천사 박사 등등은요. 대체 인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또 어리석은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그 추종자들은 스스로 무엇을 말할 수 있구요? 많은 학식이 소뇌를 통해 그들의 머리에 금이 가도록 하고 단단히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안티키로스 지방의 우두머리도 치료할 수 없고,  헬레보레⑨ 자체도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유명한 에픽테토스의 등불 역시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만약 그의 등불로 공부한다면 그만큼 현명해진다고 하지요. 그러나 무엇도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수사학자는 많은 웅변을 하지만, 유창하게 말하기 위해 아무 목적 없이 말하고, 연설자는 자신이 원하는 데로 사람들을 어디로 갈지, 어디로 올지, 움직일지 멈출지 등등을 설득할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의 두뇌를 진정시킬 수는 없습니다. 툴리는 뭐라고 했냐구요? 나는 수다스러운 어리석음보다 배우지 못한 신중함을 더 좋아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세네카가 그를 지지했듯이, 현명한 사람의 화법은 예의 바르거나 사려 깊어서는 안 됩니다.㉜ 파비우스는 그들 대부분이 말이나, 행동이나, 몸짓에서 미친 수사학자들보다 나을 게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레고리도 마찬가지로 자신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혜를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을 잘 평가하세요. 좋은 연설가는 변절자, 사악한 사람입니다. 좋은 연설가란 최악의 인간이죠. 그의 혀는 팔려고 내놓은 상품이며 그의 발언은 마치 나이팅게일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단순합니다. 하는 말마다 말이 되지를 않아요. 과장하는 거짓말쟁이, 아첨꾼, 기생충이지요. 암미아누스 마르켈리누스가 말했듯이, 그들은 부패한 사기꾼이 돈으로 뇌물을 뿌리는 것보다 출중한 언설로 사람들에게 더 많은 해를 끼칩니다. 그럴듯한 말재주로 속이는 사람보다 돈으로 매수하려는 사람을 피하는 게 더 쉽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는 그들을 혐오하고 또 그들에게 분노를 터트리곤 했습니다. 유명한 시인 프라카스토로는 모든 시인들이 화를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스칼리체르도 마찬가지구요. 누가 그렇지 않겠습니까? 사람은 화를 내거나 시를 짓는 법이죠. 세르비우스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모든 시인은 미쳤다구요. 신랄한 풍자가, 험담꾼, 그렇지 않으면 기생적인 아첨꾼의 무리들이죠. 그럼 시란 무엇입니까. 오스틴이 주장하는 것처럼, 술 취한 교사들이 쏟아붓는 오류의 포도주인가요? 여러분 모두 그들을 비난할 수 있습니다. 토마스 모어 경이 언젠가 특별히 게르마우스 브릭시우스의 시에 대해 했던 것처럼요. 


     그들은 어리석음의 껍질 속을 항해하며, 광기의 숲에 거주합니다.








1) king Hiero - 누구인지 찾지 못함.



2) Simonides - 기원전 5-6세기 경 그리스의 시인. '3대 합창시인' 중 하나로  일컬어진다



3) Xenophon - 기원전 4-5세기 경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수필가, 용병 대장. 젊었을 때 소크라테스와 가깝게 지냈으며 온화한 상식가로 알려져 있다.  



4) Valerius - 수많은 발레리우스 중 누구인지 모르겠음. 



5) Jove - 로마 신화에서 신들의 왕이자 번개와 천둥의 신으로 그리스 신화에 제우스에 해당한다. 이 글에서는 지혜, 현명함 등을 상징하는 것 같다.



6) Polybius - 기원전 2세기 경 헬레니즘 시대의 그리스 역사가. 포에니 전쟁을 상세히 기록한 저서로 유명하다.



7)  Lucian - 2세기 경 고대 로마의 풍자 작가. 종교, 정치, 철학 및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풍자하였다.



8) Aeneas Sylvius - 정확하지는 않으나 교황 비오 2세를 뜻하는 듯하다. '아이네아스 실비우스'는 그의 본명으로 15세기 경 교황이었으며 교황이 되기 전에는 유명한 인문주의자였다.



9) Hellebore -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로 독초이다. 예전에는 치료약으로 쓰였으며 우울증이나 광기에도 효험이 있다고 믿었던 듯하다. 그러나 독성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정신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10) Lucian - 2세기 경 고대 로마의 풍자 작가. 종교, 정치, 철학 및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풍자하였다.



11) 루키아노스의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인듯하다.



12)  Democritus - 기원전 5세기말에서 4세기 초에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원자론을 기반으로 한 우주론을 체계화시켰으며 유물론적 철학을 지향했다. 거의 동시대 사람이었던 플라톤의 관념론과 대립했다. (작가는 자신을 데모크리토스의 후계자로 자처하고 있다.)



13) Menippus - 기원전 3세기 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글을 썼다.



14) Lucilius - 기원전 2세기 경 고대 로마의 풍자 시인전래되어 오던 로마 특유의 풍자적인 요소를 문학으로 정착시켰다. 



15) Petronius - 1세기 경 집정관이자 시인. 소설 '사티리콘'과 약간의 서정시가 남아있다.



16)  Varro - 기원전 1세기 경 고대 로마의 저술가. 



17) Persius - 1세기경 고대 로마의 시인.



18) Bale - 누군지 찾지 못함.



19) Erasmus - 15-16세기 경 네덜란드의 철학자이자 가톨릭 신학자. 북부 르네상스의 가장 위대한 학자로 여겨진다. 



20) Hospinian - 16-17세기 경 스위스 개혁파 신학자 이자, 교사이자, 논쟁가.



21) Vives - 15-16세기 경 스페인 출신의 르네상스 인문주의자. 현대의 심리학의 일부 개념들을 확립함으로써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22) Kemnisius - 누군지 찾지 못함.



23) Scotus - 13세기 경 정밀 박사 혹은 마리아 박사라고 불렸던 중세의 철학자. 



24) Occam - 14세기 경 영국의 신학자이자 스콜라 학자이며 유명론의 대표자. 그는 이성과 신앙을 분리해야 하고 또한 철학과 신학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5) Baconthrope - 14세기 경 영국의 수사이자 스콜라 철학자. 



26) Thomas - 13세기 경 중세 이탈리아의 스콜라철학자이자 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가톨릭 세계관에 도입하여 체계화시키는 데 크게 공헌하였다.



27) Doctor  Seraphicus - 보나벤투라의 별명이다. 13세기 경 로마 가톨릭의 뛰어난 신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성인으로 추대되었다. 



28) Anticyris - 정확하지는 않으나 우울증 치료제로 쓰였던 미니리아재비과 식물로 유명했던 마을의 이름인 듯하다.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로 유명했던 안티키로스 마을이 여러 개인데 그중 어떤 마을인지 모르겠음.



29) Epictetus - 1-2세기 경 고대 그리스 스토아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 의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으로 실천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30) Tully - Marcus Tullius Cicero (키케로)를 뜻하는 듯하다. 기원전 1세기 경 고대 로마의 웅변가, 정치가, 법률가, 작가로서 연설을 잘하기로 유명했다.



31) Seneca - 1세기 경 로마 제정 시대의 정치가이면서 후기 스토아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이다. 네로 황제의 스승이기도 하다.     



32) 청중이 듣기 좋은 말만 해서는 안된다는 뜻인 듯하다.



33) Fabius - 정확하지는 않으나 기원전 3세기 로마의 정치가이자 장군을 지칭하는 듯하다.



34) Gregory - 여러 그레고리가 있는 데 그중 누군지 모르겠음.



35) Ammianus Marcellinus - 4세기 경 고대 로마의 군인이자 역사가. 



36) Fracastorius - 15-16세기 경 이탈리아의 의사, 시인, 수학자, 지리학자이자 천문학자.



37)  Scaliger  - 15-16세기의 프랑스 철학자로, 시학을 다룬 르네상스 저술가이며 미학의 창시자로도 여겨진다.



38) Servius - 기원전 1세기 경 고대 로마의 정치인이자 법학자. (정확하지 않음)



39) Austin  - 누군지 찾지 못했음. '성 아우구스티누스'일 수도 있지만 성인이라는 (St.) 표시가 없음.



40) Thomas More - 15-16세기 경 영국의 사상가이자 정치가. 유명한 '유토피아'를 써서 사유 자산을 비판하고 사회 평등을 주장하였다. 



41) Germanus Brixius - 15-16세기 경 르네상스 인문학자이자 시인. 그와 토마스 모어의 문학적 불화는 잘 알려져 있다.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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