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곡도 Feb 10. 2024

우울의 해부학 (36)

로버트 버턴


Francesco Rustici의  [지혜와 신중] (1610-1625)




(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부다이우스는 룹세투스에게 보낸 서신에서 민법을 지혜의 탑으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자연의 정수인 물리학에 대한 존중입니다. 세 번째는 그 둘을 모두 수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과학의 깃발을 세우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거만한 비평가, 문법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 메모 작성자, 호기심 많은 고전 애호가들은 절묘한 어리석음인 고전 작가들의 쓰레기 더미에서 지혜의 모든 황폐한 잔해들을 끄집어냅니다. 어리석은 자들은 자신의 결점은 찾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글에서는 악덕을 찾아내지요. 모든 어리석은 자들은 자신의 결점은 찾아내지 못하는 반면 다른 사람들을 바로잡고, 냉정한 근거를 들먹이며 열을 올리고, 로마에 얼마나 많은 거리들이 있는지, 집들, 대문들, 탑들, 호메로스의 나라, 아이네아스의 어머니, 니오베의 딸들에 대해 알아내느라 자신을 괴롭힙니다. 사포가 창녀였는지, 계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 등등, 세네카가 말했듯이 설령 배웠다고 해도 잊어버렸어야 할 고만고만한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이죠. 로마에서 원로원 의원들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 신발은 어떤지, 어떻게 앉았는지, 그들의 변기는 어디에 있었는지, 먹어 치운 접시는 몇 개나 되는지, 음식 소스는 무엇이었는지, 로도비치에 따르면 그것이 오늘날 역사가가 다루는 내용입니다. 터무니없는 사람인 비베스는 그들에게 가장 소중하고 확실한 인물입니다. 그들은 그의 의견에 대해 감탄하고, 그의 발견으로 인해 승리감을 느끼는 것만큼이나 동시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마치 도시를 획득했거나 지방을 정복한 것처럼 말이죠. 마치 금강석 광산을 발견한 것처럼 부자가 된 거죠. 누군가 말했다시피,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왜곡하고 오물을 퍼트리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터무니없는 논평을 떠들어 대고 책들과 좋은 작가들에게 마구 덧칠하려고 합니다.  스칼리체르는 그들을  흉측한 교정기라고 불렀지요.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비난함으로써 자신들의 지혜를 보여주려 합니다. 어리석은 노트 작성자, 땅벌, 날벌레 혹은 딱정벌레, 오물 속에서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은 그 모든 쓰레기와  오물 더미를 긁어모으며, 중요한 보물인 복음 자체보다, 그 어떤 보물보다도 여러 번에 걸친 사본을 더 선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데도 다른 의도를 가진 그들 자신의 인쇄물들을 최종적으로 편집하고, 주석을 달고, 첨삭 등등을 해서 정성을 들여 책으로 만들어냅니다. 그것들은 그 자체로도 우스꽝스럽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누군가 감히 반대하거나 반박이라도 한다면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올라 별안간 무기를 치켜듭니다. 얼마나 많은 종이들이 방어를 하기 위한 글을 위해 쓰였고, 얼마나 쓰디쓴 독설이 있었으며, 어떤 변명들이 있었습니까. 이것은 신포도이고 단지 하찮은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나도 감히 그들에 대해, 혹은 그들을 위해, 혹은 그들에게 동의하거나 반대하여 말하지 않겠습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채찍질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네카가 의심하고 망설이면서 그들에 대해 평가했듯, 이들과 우리의 나머지 예술가들과 철학자들에 대해 나 역시 일종의 광인들이라고 결론 내릴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진실로 그들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그 오래된 작가들을 개선하기 위해서요. 그러나 나는 그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고, 의무에 대한 기억을 심어주고, 인간사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방법을 우리 자신에게 가르치려는 것입니다. 우리의 지혜를 질서 있게 유지하고 우리의 태도를 바로잡기 위해서요. 이런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정상일까요아르키메데스와 함께 선을 긋는 것은 미친 짓이 아닐까요?  그의 집이 약탈되고 그의 도시가 공격당하는 동안, 온 세상이 격동에 휩싸였을 때, 혹은 우리의 영혼이 위험에 처했을 때, (죽음이 따라오고 삶이 날아가버리는 데) 우리의 시간을 소일거리들, 헛된 질문들, 가치 없는 것들에게 써버리는 것 말입니다.   

    연인들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사랑하면서 동시에 현명하다는 건 주피터에게조차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주피터 그 자신도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낼 수는 없습니다. 


    위엄과 사랑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끌어당깁니다. 하나가 왕좌에 앉으면, 다른 하나는 결코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툴리는 두 번째 결혼에 초대받았을 때 자신은 사랑하면서 동시에 현명해질 수는 없다고, 현명함과 사랑은 동시에 임할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사랑은 광기, 지옥, 불치병이지요. 그것은 무기력하고 미친 욕망이라고 세네카는 말했습니다. 나는 이 주제를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연인들은 남은 한숨을 쉬도록 내버려 두기로 합시다. 변호사 네비산누스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바보다"라는 공리를 주장합니다. 여자의 조언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세네카는 말했습니다. 사람은 젊거나 늙기 마련이라구요.  툴리의 글에 나오는 엘리우스처럼 젊음은 제정신이 아니고, 청년은 어리석으며, 늙게 되면 조금 나아지지만 오래된 것들은 소용없어지지요. 테오프라투스는 107세 때에 비로소 현명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하면서 그의 늦은 출발을 한탄했습니다. 만약 지혜가 그토록 늦게 온다면 우리는 어디서 현자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노인들은 60에서 70쯤에 망령이 듭니다. 나는 더 많은 증거와  더 나은 저자를 인용하고 싶지만 지금은 바보가 다른 사람을 지적하도록 놔두겠습니다. 네비사누스는 부자에 대해 강력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부와 지혜는 함께 지낼 수 없습니다." 부와 어리석음은 함께 가곤 하지요. 그리고 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매료시킵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바보에게는 행운이 있습니다." 안일하게 사는 자의 땅에서는 지혜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배움에 대한 자연스러운 경멸 외에도 타고난 게으름(그들은 고통을 조금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이 있지요. 아리스토텔레스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지혜가 가장 많은 곳에는 재물이 가장 없고 재물이 가장 많은 곳에는 지혜가 가장 적다고 합니다.  보통 커다란 부에는 작은 지혜가 함께 하기 마련입니다. 그들은 발 뒤꿈치만큼의 두뇌를 머리에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을 발전시키고 갈고닦는 교양과학과 모든 과목들에 대한 타고난 태만 외에도, 그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어리숙한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고, 그것으로 일을 이끌고 나갑니다. 하나는 무신론자인 식도락가, 두 번째는 도박꾼,  세 번째는 호색가가 있습니다. (그들은 풍자작가가 작업하기에 딱 적합하네요.)








1) Budaeus - '부다이우스'는 라틴어 명이며 프랑스어로는 '기욤 뷔데'이다. 15-16세기 경 프랑스의 학자로 칼뱅에게 학문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2)  Lupsetus - 누구인지 찾지 못함.



3) Aeneas -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로마의 시조로 트로이 군에서 헥토르 다음으로 용맹한 장수였다. 트로이가 패망한 뒤 트로이 유민을 이끌고 이탈리아로 건너가서 로마의 모태가 되는 나라를 건설하였다.  아이네이아스의 어머니는 아프로디테로 알려져 있다.




4) Niobe - 7명의 아들과 7명의 딸을 낳은 자신이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남매 단 둘만 낳은 레토 여신보다 더 대단하다고 거들먹거리다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화살을 맞고 14명의 남매가 모두 죽고 만다. 절망한 나머지 눈물만 흘리고 있던 니오베는 물줄기가 흘러나오는 돌이 되었다고 한다.




5) Sappho - 기원전 7세기 경, 그리스의 대표적인 서정 시인. 그리스의 작은 섬, 레스보스에 살던 여류 시인이었다



6)  Seneca - 에스파냐 출신의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극작가. 스토아 철학자로 네로 황제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7) Lodovic - 누군지 찾지 못함.



8) Vives - 15-16세기 경 스페인 출신의 르네상스 인문주의자. 현대의 심리학의 일부 개념들을 확립함으로써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9 Scaliger  - 15-16세기의 프랑스 철학자로, 시학을 다룬 르네상스 저술가이며 미학의 창시자로도 여겨진다.



10) Archimedes - 기원전 3세기 경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등 여러 정리를 발견하였다.



11) Jove - 로마 신화에서 신들의 왕이자 번개와 천둥의 신으로 그리스 신화에 제우스에 해당한다. 




12) Tully - Marcus Tullius Cicero (키케로)를 뜻하는 듯하다. 기원전 1세기 경 고대 로마의 웅변가, 정치가, 법률가, 작가로서 연설을 잘하기로 유명했다.



13) 누군지 찾지 못함. 발음도 부정확함. 



14) Theophrastus - 기원전 3-4세기 경 아리스토텔레스의 후계자. 



15) Nevisanus - 누군지 찾지 못함.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의 해부학 (3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