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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Mar 16. 2024

우울의 해부학 (38)

로버트 버턴


히에로니우스 보쉬의 [바보들의 배] (1450-1516)



(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리시우스①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소리보나 행색으로 보나 인류의 스승이라고 말했습니다. 위대한 각하, 스승, 우리 모두의 교사라구요. 그리고 13년 동안 자신이 어떻게 저지대②에 지혜의 씨를 뿌려왔는지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철학자 암모니우스③가 때때로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예의 바른 학문과 실천철학을 통해서. 그는 지혜의 대가이자 여덟 번째 현인을 자처했습니다. 교황은 인간 그 이상이죠. 자신의 앵무새들이 종종 그를 반신으로 떠받드는 것처럼요. 주교의 자리에 걸맞게 거룩함 외에 실수란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마술사, 이단자, 무신론자, 어린애입니다. 플라티나가 요한 22절에서 말했던 것처럼, 문필가는 매우 어리석고 경솔하게 행동하며 한심하고 지각이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유능한 학자였지만 많은 일들을 어리석고 가볍게 처리했습니다. 상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말해서 그들은 모두 미쳤으며 그들의 지혜는 사라졌습니다. 아리오스토⑦가 꾸며댔던 말처럼 하늘에 있는 달은 항아리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사랑 때문에 정신을 잃고 어떤 사람은 야망 때문에 정신을 잃습니다.

    어떤 사람은 귀족들과 높은 신분의 사람들을 따르죠.

    어떤 사람은 훌륭한 보석으로 화려하고 값비싸게 치장하고

    시를 읽는 사람들은 그들의 지혜를 잊어버립니다.

    또 다른 사람은 모든 걸 탕진하고 모든 게 사라질 때까지

    연금술사가 되려고 하죠.


    바보라는 유죄를 선고받은 그들은 공식적으로 미친자들입니다. 나는 그들 중 많은 수가 받았던 치료에 대해 염려가 됩니다. 사타구니가 커지는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니까요. 그들은 모두 고담 교구 출신입니다.


     그들의 광기는 논쟁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그들의 정신착란은 명백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로라리오를 불러서 저 관리들에게 미친 자 모두를 한데 모아 베들레헴으로 보낸 뒤 라블레를 그들의 의사로 임명하는 것뿐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을 이토록 비난하는 나에게는 무슨 잘못이 없느냐고 묻는다면 어쩌겠냐구요? 나에게는 잘못이 없냐구요? 네,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든 간에 당신보다는 많을 것입니다. 나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시 고백합니다만, 나는 그 누구 못지않게 어리석고, 그 누구 못지않게 제정신이 아닙니다.


     당신이 나를 미쳤다고 한다면, 나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미친 사람은 사회에서 퇴출시키는 게 맞겠죠. 나에게 위안은 내게는 더  많은 동료들이 있으며 그들이 뛰어난 저명인사들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비록 기대만큼 그렇게 옳지도 그렇게 신중하지도 않지만,  나는 당신이 예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미친 것도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온 세상은 우울하고, 미쳤고, 망령이 들었습니다. 모든 구성원들도 마찬가지구요. 나는 내가 처음에 입증하겠다고 결심한 대로 충분히 설명했고 나의 모든 임무를 마쳤습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네요. 데모크리토스는 그들이 제정신이기를 바랐지요. 나는 나 자신과 그들이 좋은 의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더 나은 마음을 갖기를 원합니다.

      앞에서 내가 나열한 이런저런 얘기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이 주제들을 다룰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특정한 종류의 광기를 지적하기 위해서요. 사람들이 자신들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부적절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도록요. 그러나 지금 저는 좀 더 진지한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여담은 모두 생략하기로 하죠. 적절하지 않게 우울하거나, 또는 은유적으로 미쳤거나, 가볍게 미쳤거나, 또는 성향에 있어서 멍청하거나, 성이 났거나, 술에 취했거나, 어리석거나, 주정뱅이거나, 침울하거나, 교만하거나, 자만심이 강하거나, 터무니없거나, 짐승 같거나, 까칠하거나, 완고하거나, 뻔뻔스럽거나, 사치스럽거나, 냉담하거나, 맹목적이거나, 둔하거나, 절망적이거나, 허무맹랑하다는 표현 같은 것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미치광이, 광인, 바보, 일탈자들은 어떤 병원에서도 수용되지 않고, 약의 도움도 받을 수 없습니다. 우울함의 기질을 해부하기 위한  나의 노력과 시도는 그것의 모든 부분과 형식을 포함합니다. 나는 마치 그것이 습관이나 일상적인 질병인 것처럼 철학적이고 의학적으로 접근하겠습니다. 원인과 증상, 그리고 여러 가지 치료법과 더 나은 방지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요. 일반론과 긍정적인 실행을 다룰 것입니다.  메르쿠리아리스가 주목한 것처럼, 그것은 빈번한 질병입니다. "오늘날, 그것은 매우 자주 나타납니다" "우리의 비참한 시대에는요"라고 라우렌티우스⑬가 말했습니다. 그 말이 현명하지 않다고 느낀 사람은 없었습니다. 에일리안 몬탈투스, 멜란히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줄리어스 시저 클라우디누스는 이것이 "다른 모든 질병의 원인이며, 이 미친 시대에는 너무나 흔해서 천 명의 한 명도 이 질병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특히 성마르고 신경증적인 위장의 가스가 문제인데, 그것은 비장과 짧은 갈비뼈에서 시작합니다. 이 병은 너무 끔찍하고 너무 일반적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이 유행성 질병을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보다 더 공적인 봉사나 더 내 시간을 값지게 쓸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몸과 마음은 수 없이 십자가에 못 박히지요.

    만약 지금까지 내가 말한 내용이 너무 지나쳤거나, 물론 몇몇 사람들은 반대할 거라고 확신하지만, 너무 환상적이었다면, "신학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볍고 우스꽝스러우며,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풍자적이다"라고, 감히 에라스무스처럼 대답하겠습니다. 같은 경우 내가 아니라 데모크리토스라도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  누군가 자기 자신으로, 혹은 다른 사람, 가정된 인물, 이름으로 말할 여러분은 반드시 그것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합니다. 군주, 철학자, 고위공직자, 바보 역할인 척하거나 일부러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과, 실제로 그런 사람의 사이에는 차이가 있죠. 저 고대의 풍자가들은 얼마나 자유로웠던가요.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명작 시문들을 모아서 이용했지요. 제가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말했어요.


    그러나 나는 약간의 방종을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명성에 너무 익숙해졌으니까요.


   나에 대해 오해하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만약 내가 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망각했다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진실을 말하자면, 왜 사람은 기분이 나빠도 참아 넘기거나 예외를 받아들여야 하지요?


     그것은 오래전부터 합법적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악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명성을 포기해야 합니다.


     저는 그들의 죄는 미워하지만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누구든지 기분이 상했거나 모욕을 당했다면, 그런 말을 한 사람에게 훈계하거나 따지지 마세요. (에라스무스도 도르피우스에게 양해를 구했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의 잘못을 자기 자신에게 밝힌 스스로에게 화를 내도록 하십시오." "만약 그에게 죄가 있고 그런 대접을 받을만하다면, 그가 누구이든지 간에 화내지 말고 개과천선하게 합시다." "교정을 싫어하는 자는 바보입니다." 만약 그가 무죄라면, 그는 상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자신을 움츠리게 하는 것은  나의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죄의식이며, 그 자신의 뻣뻣한 등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이 공격당한다고 느낀다면

     무슨 속셈이냐고 그 목적에 대해 따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리석은 짓인데, 온 세상이 그의 양심의 가책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1) Lipsius - 누구인지 찾지 못함



2) Low Countries - 유럽 북해 연안의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로 구성된 지역



3) Ammonius - 여러 명의 암모니우스가 있어서 정확하지 않으나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헬레니즘 플라톤주의 철학자 암모니우스를 뜻하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신플라톤주의 선구자 및 창시자로 간주된다.



4)  기원전 7세기에서 기원전 6세기 사이에 고대 그리스에서 활동했던 가장 존경할 만한 인물들을 7 현인이라고 불렀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8번째 현인이라고 자화자찬한 것이다.



5) 아부꾼을 뜻하는 듯하다.



6) Platina - 누군지 모름.



7) Ariosto -  16세기 이탈리아 작가. 샤를마뉴와 그의 12 기사에 대한 서사시 '광란의 오를란도'를 썼다.



8) 하늘에 떠있는 달이 항아리에 담긴 물에 비친 것뿐인데, 항아리에 달을 담았다고 의기양양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꼬집은 듯하다.



9) Gotam - 고담은 'goat-um', 즉 염소 마을이란 뜻이다. 노팅엄 근처에 있는 마을로  '바보들의 마을' '광인들의 마을' 등으로 불리며 어리석은 마을 사람들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일부 해석에 따르면 실상은 그 반대로 그 마을 사람들은 현명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왕의 부하가 부당한 세금을 받으러 방문할 때마다 미친 척 함으로써 (그 당시에는 광기에 전염성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이다.





10) Lorarios - 누군지 찾지 못함.



11) Rabelais - 프랑스의 작가, 의사, 인문주의 학자. 프랑스 르네상스의 최대 걸작인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이야기]를 썼으며,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에 비견된다.



12) Mercurialis - 16세기 경 이탈리아의 언어학자이자 의사.



13) Laurentius - 3세기 경의 로마의 기독교 성인으로 초대 교회의 3대 성인 중 한 사람.          



14) Aelian Montaltus - 누군지 찾지 못함.



15) Montaltus - 16세기 경 독일 루터교 개혁가였으며 마틴 루터의 협력자.



16) Julius Caesar Claudinus - 누군지 찾지 못함.



17) Erasmus - 15-16세기 경 네덜란드의 철학자이자 가톨릭 신학자. 북부 르네상스의 가장 위대한 학자로 여겨진다.



18) Democritus - 기원전 5세기말에서 4세기 초에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원자론을 기반으로 한 우주론을 체계화시켰으며 유물론적 철학을 지향했다. 거의 동시대 사람이었던 플라톤의 관념론과 대립했다. (작가는 자신을 데모크리토스의 후계자로 자처하고 있다.)



19) Dorpius - 15-16세기 경 인문주의자이자 신학자. 에라스무스의 친구로 잘 알려져 있다.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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