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의 죽은 그리스도 시체

한스 홀바인

by 곡도

The body of the dead Christ in the tomb 무덤 속의 죽은 그리스도 시체

Hans holbein 한스 홀바인 (1520-1522)










시체가 있다.


사실 우리는 이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오히려 이미 너무 많은 말을 하였다.


그러나 글이란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니


좀 더 말을 꾸며보도록 하자.


여기 단지 시체일 뿐인 한 사람이 누워있다.


사실 시체를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시체에게 '누워있다'는 표현도 적절치 않고


시체를 '단지'라고 폄하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그러나 좀 더 길게 글을 쓰기 위해


시체에게 인격을 허락하기로 하자. 그리고


우리는 성별 없는 인격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인격과 함께 성별도 허락해 보자.


이제 우리는 이 시체를 '그'라고 불러볼 수 있다.


한때 그 였던 그.


풍문에 의하면


그는 대단한 인간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는 3일 뒤에 부활해서 신이 될 작정인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 시체가 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모든 게 멈추어 끝나 버리고 중력에 의해 납작해져서


그냥


결코 다시는 신도 인간도 될 수 없는,


사물이라고 부르기에도 불완전한,


푸르딩딩한 손가락이 욕을 하는 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충분히 치욕적인,


시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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