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버턴
그림 : 왼쪽 어린아이부터 차례대로 청각, 미각, 후각, 시각, 촉각에 대한 비유임.
( 역자 - 라틴어는 명조체로 진하게 표시합니다. )
감각적 정신에 대하여
다음은 감각 기능①입니다. 이것은 다른 기능들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동물이 식물의 능력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식물보다 더 우월한 것처럼요. 그것은 "유기적 신체의 행위로써 이로 인해 그것이 살고, 감각을 가지고, 욕구가 생기며, 판단하고, 호흡하고, 움직입니다." 보통 그것의 대상은 감각적이거나 감성적인 기능인데, 감각이 그것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것의 주된 기관은 뇌로써 감각적인 작용은 주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이 감각적인 정신은 이해와 움직임,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이해력으로 우리는 현존하거나 부재하는 감각 가능한 사물의 유형들을 파악하고, 밀랍에 인장 모양이 찍히듯 그것들을 간직합니다. 움직임에 의해 몸은 외부적인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원기와 맥박이 움직이지요. 감지하는 기능은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으로요. 5가지 감각처럼 외적인 것은 촉각, 청각, 시각, 후각, 미각입니다. 만약 원한다면 여기에 스칼리제르②의 6번째 감각인 자극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루리우스③에 따르면 6번째 외부 감각은 언어지요. 내적인 것은 세 가지인데 공통 감각, 환상, 기억입니다. 5가지의 외적 감각은 오직 현재에 존재하는 외적인 것들만을 대상으로 삼습니다. 마치 시각이 손안에 있는 것만큼 가까운 것의 특성만을 볼 수 있듯이, 혹은 귀가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소리만을 들을 수 있듯이 말입니다. 이러한 감각 중 세 가지는 청각, 시각, 후각이고, 생존에 꼭 필요한 두 가지 필수 감각은 촉각과 미각입니다. 그리고 감각적인 능력은 능동적이거나 수동적입니다. 시각에 있어서 능동은 눈이 대상의 특징을 본다는 것이며, 수동은 눈이 햇빛에 손상되는 것처럼 대상에 의해 해를 입는 것입니다. 자고로 물체가 지나치게 밝으면 시력이 손상된다고 했습니다. 귀에 불쾌하게 들리는 소리나 코에 악취로 느껴지는 냄새 등처럼 그 대상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5가지의 감각 중에서 시력은 가장 귀하며 최고로 여겨집니다. 시력은 대상의 전체를 한 번에 파악합니다. 시력으로 우리는 배우고 또 모든 것들을 분별합니다. 실용적으로 가장 뛰어난 감각입니다. 시력에는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대상, 기관, 매개물입니다. 대상은 보통 각각의 특징으로 눈에 보이거나 보여질 수 있으며 분명한 전체로 인식됩니다. 매개물은 공기를 통한 조명으로써 그것은 디아파넘④이라고 불리는 빛으로부터 옵니다. 어둠 속에서는 볼 수 없으니까요. 시각 기관은 눈이며 정확히 말하면 안구입니다. 거기에서 시신경들이 하나로 모아져서 시각을 공통 감각으로 전달합니다. 기관과 대상 사이에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실질적인 거리가 필요합니다. 이 감각에 대한 수많은 훌륭한 연구들이 철학자들에 의해 다루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시력이 내부에서 발생하는지 혹은 외부에서 발생하는지, 즉 가시적인 물체들로부터 받는 것인지 아니면 밖으로 보내는 것인지 등등의 것들을요. 플라톤, 플루타르코스⑤, 마크로비우스⑥, 락탄티우스⑦ 등의 철학자들이 이에 대해 논했습니다. 이 밖에도 아라비아의 알하젠⑧, 비텔로⑨, 로저 베이컨⑩, 바티스타 포르타⑪, 귀도 우발두스⑫, 아킬로니우스⑬ 등이 이러한 관점을 다룬 주제들로 책 한 권 전체를 썼습니다.
청각은 가장 뛰어난 외적 감각으로 "우리는 이를 통해 배우고 지식을 얻습니다." 그것의 대상은 소리, 즉 들려오는 것입니다. 공기를 매개물로 하는 귀 기관을 이용해서 말이죠. 공기의 충돌인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요구됩니다. 우선 음악가의 손처럼 칠 수 있는 물체. 칠 수 있는 물체는 반드시 고체이고 저항이 있어야 합니다. 양모나 스펀지가 아니라 종(鐘)이나 류트⑭의 현 같이요. 내부에서 혹은 외부에서 공기를 매개로 하지요. 외부에서 단단한 물체가 때리거나 부딪히면 주변의 공기를 또 때리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내부의 공간으로 도달할 때까지요. 이것은 북 머리처럼 생긴 작은 막 안에 들어있는 정교한 기관입니다. 드럼 스틱 같은 어떤 작은 기구가 때리면 그 용도에 맞는 한 쌍의 신경을 통해 소리가 소리를 판단하는 기관으로 전달됩니다. 이러한 작용에는 수많은 다양성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지식에 대해서는 보에티우스⑮와 다른 음악가들을 참고하십시오.
후각은 "콧구멍으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외부 감각"입니다. 사람의 모든 감각들 중에서 가장 약한 감각이기도 하구요. 코의 기관은 약간 위 쪽에 두 개의 작은 구멍이 있는 살덩어리입니다. 공기는 인간에게 있어서 물고기의 물과 같은 매개물입니다. 그 대상인 냄새는 혼합된 물체에서 분해되어 발생합니다. 그것이 특성이든, 연기이든, 증기이든, 발산물이든 간에, 나는 그것들의 차이점과 그것들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습니다. 이 감각은 시각과 청각이 심신의 균형과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건강을 위한 기관입니다. 나쁜 냄새는 피하고 좋은 냄새를 선택함으로써 음식 자체만큼이나 몸을 변화시키고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각은 필수적인 감각으로 "약간의 침과 즙을 이용해서 혀와 입천장으로 모든 맛을 감지합니다." 그 기관은 미각 신경이 있는 혀입니다. 즙을 매개물로 하지요. 그 대상인 맛 또는 풍미는 맛이 느껴지는 혼합물에서 발생한 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등 여덟 가지의 종류의 맛과 풍미가 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그러나 아픈 사람은 기관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맛도 식별할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 감각인 촉감은 가장 하위의 감각이지만 다른 감각만큼이나 큰 기쁨을 주며 매우 필요합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이 감각은 정교하며 몸 전체에 퍼져있습니다. 모든 촉각적 특성을 감지하지요. 그 기관은 신경이고 그 대상의 첫 번째 특성은 뜨거움, 건조함, 축축함, 차가움입니다. 그리고 딱딱함, 부드러움, 두꺼움, 얇음 등이 뒤를 따릅니다. 이 다섯 가지의 감각에 대한 수많은 왕성한 질문들이 철학자들에 의해 제기되어 왔습니다. 간결한 설명을 위해 그것의 기관들, 대상들, 매개물들에 대해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적 감각에 대해
머리 안에 있는 내적 감각은 보통 세 가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통 감각, 환상, 기억이 그것입니다. 그것의 대상은 오직 현재의 것들만이 아니라, 전에 느꼈던 감각처럼 다가올 것, 지나간 것, 존재하지 않는 것의 여러 가지 감각적인 것들을 감지합니다. 공통 감각은 나머지 다른 감각들의 판단자이자 조정자입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대상의 모든 차이점들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내 눈으로 내가 보는 것인지 내 귀로 내가 듣는 것인지 본인은 알지 못합니다. 소리와 특성을 판단하는 공통 감각을 통해서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통 감각은 각 유형들을 검열하는 기관입니다. 그것은 모든 대상들을 관리하고 대상들의 역할 역시 감독합니다. 뇌의 앞부분이 바로 그러한 일을 하는 기관 혹은 그러한 자리입니다.
보통 추정적 혹은 사색적이라고 부르는 (페르넬리우스⑯가 꾸준한 명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환상 혹은 상상은 내적 감각입니다. 그것은 현재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의 감지되는 유형들을 오랫동안 보관하거나, 마음속에 다시 떠올리거나, 자신의 것으로 새롭게 만들면서 공통 감각을 통해 좀 더 충분히 검토하는 것입니다. 수면 시간에 이 감각은 자유로워져서 종종 이상하고 대담하고 터무니없는 모습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가 병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듯이요. 그 기관은 뇌의 중간 세포입니다. 그 대상은 공통 감각을 통해 전달된 모든 것들이며, 그것들에 대한 비유를 통해 스스로 다른 것들을 끝없이 상상합니다. 우울한 사람의 경우 이 능력은 괴이하고 거대한 것들을 만들어냅니다. 그것들은 무엇보다 강력하고 강렬하며 종종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특히 공통 감각이나 기억에서 끄집어낸 어떤 끔찍한 것에 의해 자극을 받을 때 그렇습니다. 오비디우스⑰의 잠의 집, 아풀레이우스⑱의 프시케⑲의 궁전 등등처럼 시인들과 화가들의 상상력은 그들의 소설과, 익살과, 이미지를 통해서 강력하게 나타납니다. 사람은 이성에게 복종하고 그것의 지배를 받으며 최소한 그렇게 되어야 하지요. 하지만 짐승 안에는 관리자가 없습니다. 그들이 가진 이성이라고는 우둔한 체계뿐입니다.
기억은 감각이 가져온 모든 유형의 것들을 저장하고, 그것들을 일종의 정교한 등록부에 기록합니다. 그것들이 환상과 이성에 의해 요청될 때 쓰일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것의 대상은 환상과 동일하며 그것의 자리와 기관은 뇌의 뒤편입니다.
이러한 감각들의 기질은 모든 감각적인 생물에게 공통적인 수면과 각성입니다. (스칼리제르②가 정의 내린 대로) "수면은 몸과 정신을 보존하기 위해 외부 감각을 쉬게 하고 또한 결속시킵니다." 공통 감각이 쉬는 동안 외적 감각 또한 휴식을 취합니다. 오직 환상만이 자유로우며 그 지휘관은 이성입니다. 자연적이고, 신성하고, 악마적인 여러 종류의 환상적인 꿈들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체질, 식단, 행동, 대상 등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에 대해 아르테미도루스⑳, 카르다누스㉑, 삼부쿠스㉒는 여러 해석자들과 함께 방대한 책을 썼습니다. 이러한 감각의 봉쇄는 원기의 차단에서 시작됩니다. 감각들이 오는 길이 막히는 것이죠. 이 막힘은 위장에서 발생하는 증기로 인해 발생하며, 이것이 원기가 전달되어야 할 신경들을 가득 채워버립니다. 이러한 증기가 다 소모되면 그제야 통로가 열리고 다시 원기가 자신이 하던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깨어남은 감각의 활동과 움직임이며 모든 부분에 분산되어 있던 원기를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1) 정신은 세 가지 주요 기능인 생장 기능, 감각 기능, 이성 기능으로 나뉜다고 여겨졌다.
2) Scaliger - 15-16세기의 프랑스 철학자로, 시학을 다룬 르네상스 저술가이며 미학의 창시자로도 여겨진다.
3) Lullius - 13-14세기 경 철학자, 신학자, 시인, 선교사이자 마요르카 왕국의 전직 기사.
4) diaphanum - 투명함
5) Plutarch - 대략 기원후 46~120년에 살았던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이다. 특히 영웅들의 전기를 쓴 [영웅전]으로 유명하다.
6) Macrobius - 5세기 초에 살았던 로마의 문헌학자, 철학자, 에스파냐의 태수로 후에 아프리카 총독까지 된다.
7) Lactantius - 3-4세기 경 기독교 호교론자이자 신학자.
8) Alhazen - 10-11세기 경 광학이론에 공헌한 아라비아의 수학자, 물리학자. 빛이 눈에서 방출된다는 오래된 개념을 거부하고 빛은 눈에 보이는 물체로부터 온다는 광학이론을 주장하였으며, 눈의 구조, 빛의 반사, 굴절, 렌즈, 구면경의 상(像), 무지개, 대기굴절 등에 관한 이론들을 발표하였다.
9) Vitellio - 13세기 경 폴란드의 수사, 신학자, 자연철학자. 광학에 대한 주요 저서를 남겼으며 빛과 반사, 굴절에 대해 설명하였다.
10) Roger Bacon - 13세기 경 영국의 스콜라 학자이자 프란치스코회 수도사.
11) Baptista Porta - 16-17세기 경 이탈리아의 학자이자 극작가. 일생의 대부분을 과학적 노력에 바쳤으며 철학, 점성술, 연금술, 수학, 기상학, 자연 철학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를 다룬 책들을 출판하였다.
12) Guidus Ubaldus - 16-17세기 경 이탈리아의 수학자, 철학자, 천문학자.
13) Aquilonius - 누군지 찾지 못함.
14) lute - 현악기의 하나로 만돌린과 비슷한 모양이다. 6~13개의 줄이 있고 손가락이나 픽을 이용해 연주한다. 이집트와 아라비아를 거쳐 중세에 유럽으로 들어왔으며 동양에서는 비파로 발전했다.
15) Boethius - 5-6세기 경 그리스의 음악이론을 중세에 전해주는데 다리의 역할을 한 피타고라스학파 계열의 이론가.
16) Fernelius - 16세기 경 프랑스 의사로, 신체 기능 연구를 설명하기 위해 '생리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했다.
17) Ovid -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 경 고대 로마의 시인. 서사시 '변신 이야기'로 유명하며 그 외에 '사랑의 기술'과 '로마의 축제일' 등을 남겼다.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와 함께 로마의 삼대 작가로 꼽힌다. 그런데 '잠의 집'이란 작품은 찾지 못함.
18) Apuleius - 2세기 경 로마의 철학자, 소설가, 풍자가. 주요 저서는 '변명'과 '변형담'등이 있다.
19) Psyche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 에로스의 연인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프시케 때문에 아프로디테 여신의 신전에 사람들이 찾지 않자 질투심에 화가 난 아프로디테는 프시케가 괴물과 사랑에 빠지도록 화살을 쏘라고 에로스에게 지시한다. 그러나 프시케를 찾은 에로스는 실수로 자신의 화살에 찔려 도리어 프시케를 사랑하게 된다. 한편 프시케의 부모는 프시케가 괴물과 결혼할 운명이라는 신탁에 따라 프시케를 피테스 산 정상에 두고 떠난다. 프시케는 제피로스(서풍)에 의해 한 궁전으로 인도되고, 그곳에서 밤마다 어둠을 타고 찾아오는 신랑과 함께 살게 된다. 신랑은 프시케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려고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외로움에 지친 프시케는 신랑의 허락을 얻어 언니들을 만나게 된다. 화려한 궁전에서 호화롭게 살고 있는 프시케를 질투한 언니들은 밤에 램프로 신랑의 얼굴을 비추어보라고 프시케를 부추긴다. 언니들의 말을 따른 프시케는 램프를 비추어 자신의 신랑이 에로스임을 깨닫지만 그만 램프의 기름을 에로스의 어깨에 떨어뜨리고 만다. 화가 난 에로스는 사랑과 의심은 공존할 수 없다면 프시케를 떠난다. 프시케는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달려가 용서를 빌고 도움을 요청한다. 아프로디테 여신은 프시케에게 여러 임무를 맡기는 데, 마지막 임무는 지하세계로 내려가 지하세계의 여왕 페르세포네의 아름다움을 얻어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프시케는 돌아오는 중에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아름다움이 담긴 상자를 열고 만다. 그러자 상자에서 튀어나온 죽음의 잠으로 인해 프시케는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만다. 그때 에로스가 나타나 죽음의 잠을 도로 상자에 넣고 프시케에게 부활의 입맞춤을 함으로써 프시케는 깨어나게 된다. 그리고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먹고 영혼의 여신이 된 프시케는 에로스와 결혼하여 올림포스에서 살게 된다.
20) Artemidorus - 서기 2세기에 살았던 전문적인 점쟁이이자 꿈 해석가.
21) Cardanus - 16세기 이탈리아의 수학자, 의사, 생물학자, 물리학자, 화학자, 점성가, 천문학자, 철학자, 작가, 도박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심사와 능력을 지닌 박식가.
22) Sambucus - 누군지 찾지 못함.
번역/우울증의 해부/우울의 해부/The Anatomy of Melancholy/Robert Burton/로버트 버턴/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