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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Aug 11. 2024

[연극] 알바의집, 배로나르다




연극 :  알바의집, 배로나르다

공연장소 : CJ아지트 대학로

공연기간 : 2024년 8월 9일 ~ 2024년 9월 1일

관람시간 : 2024년 8월 10일 오후 4시



   

    나는 연극 감상평을 쓸 때 칭찬이고 악담이고 (특히 악담을) 아끼는 타입이 아니다. 연극을 본 바로 다음 날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서둘러 감상평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내가 지나치게 독하고 무례하게 구는 건 사실이다. 솔직히 나중에 내 감상평을 다시 읽어보고 스스로 깜짝 놀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연극 창작자들은 그것을 서운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일단 나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아닌 사람이다. 그저 인터넷에 불평불만이나 끄적이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 아무런 권위도 영향력도 없다. 그런 사람에게 일일이 신경 쓸 정도로 창작자들이 한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따져보자면, 나는 왕복 5시간이 걸려서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가면서 극장으로 가서  몇 만 원의 티켓 값을 고스란히 치르고서 1시간에서 2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 꼼짝 않고 앉아 창작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들어준다. 나의 이름과 인격과 발언권을 순순히 반납한 채 숨소리조차 죽이고서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울고 박수를 치라면 친다. 그리고는 뒤돌아 나와 부정당했던 나의 이름과 인격과 발언권을 재확인하기 위해, 수치심과 자격지심을 떨쳐내기 위해 인터넷에 솔직한 심경 몇 마디를 지껄이지조차 못한단 말인가. 예전에는 연극이 재미없으면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야유를 하고 심지어 쓰레기를 무대 위로 던지기도 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그럴 만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솔직히 나 역시도 같은 생각이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오늘날 관객은 좀 더 교양 있어졌고, 나약해졌으며, 주눅이 들어, 한마디로 호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터넷 한 구석에서라도 마음껏 떠들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다행히 조회수도 높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만큼은 말을 아껴야겠다. 왜냐하면 거의 인격모독적인 발언들이, 아니 오직 인격모독적인 발언들만 쏟아져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했던 다른 연극들에게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이 연극에 비하면 과연 그렇게까지 가혹할 필요가 있었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어쨌든 (혼신의 힘을 다해 언어를 순화해서) 몇 마디 해 보자면, 내가 이제껏 본 연극 중에 최악이었다. 연극이란 수많은 사람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면서 수많은 의견과 피드백이 교환되기 마련인데 이런 연극이 무대 위에 올라갈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보고 있는 내가 너무 부끄럽고 자괴감이 들어서 거의 무대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배우들이 열심히 하면 할수록 더욱 극장 밖으로 뛰쳐나가고만 싶었다. 만약 이 연극이 2시간 짜리였다면 내 관객 인생 최초로 그렇게 할 뻔했다. 번드르르한 포스터, 해체니 재구성이 재배치니 마구 찍어 붙인 말장난들, 불모의 상상력과 철학의 박약함과 정서적 불감증과 발상의 유치함.... 단지 단편적이고 1차원적인 수준의 키치, 밈, 언어 유희가 무슨 대단한 재치나 도발이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오직 그것만 주구장창 붙잡고 늘어지고 있기 때문에만 유치하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의도부터 접근 방식에서 표현까지 모두 유치하다는 것이다. 더 쓰다가는 비열해질 것 같아, 그리고 사실 더 쓸 말도 없어서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다. (사실 몇 줄 더 쓰다가 지워버렸다.)  그나마 공연 시간이 짧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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