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스 할머니
Sugaring off 설탕 만들기 / Anna Mary Robertson Moses (Grandma Moses) 모지스 할머니 (1945)
난 이런 그림이 싫어.
비위에 거슬려. 구역질 나.
다 큰 어른이 엄지손가락을 빨며 옹알이를 하는 건 역겨운 일이야.
약삭빠른 어린애처럼 순진한 척하는 고집이 싫고
그 모든 일상의 추악함을 모른 척하는 가증이 싫고
칭찬받으려고 있는 힘껏 노력하는 천진함이 싫어.
아마추어의 어설픔을 따듯함으로 포장하는
뻔뻔하고 교만한 사람들의 부추김에 놀아나다니.
아니, 오히려 아마추어의 어설픔을 따듯함으로 포장해서
뻔뻔하고 교만한 사람들을 잔뜩 부추기다니.
탁 까놓고 말해서 과연
폭력적이지 않는 예술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욕하지 않는 예술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학하지 않는 예술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술이란 결국 상처 주고 상처 받는 것이야.
안전하고 당연한 오해에 침을 뱉는 것이야.
의심하고 부정하고 혐오하다가 끝내 포기하고 희화하는 것이야.
그렇게 일상을 넘어서는 거야, 엉망진창이 되어서.
마치 살육을 저지르며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은 군인들처럼.
포로들처럼.
그래, 그렇지만
포로들도 가끔은 콧노래를 불러, 아마도,
어린애처럼.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 때
그 어떤 그림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지.
지루한지도 모르고.
어느 저녁, 길가에 앉아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애처럼
조금은 울적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