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
La Terre et la Lune 땅과 달 / Auguste Rodin 로댕 (1899)
돌에서 우연히
(아마도 우연히. 그 이상은 모른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연습을 해야 한다.)
형상이 나타난다.
나타난 게 아닌지도 모른다. 그저 돌덩이 하나가
어쩌다 보니 여자의 형상으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형상은 인식되면 각인된다.
우리는 젖가슴과 엉덩이의 형상을 알아본다.
여자의 형상을 알아본다.
여자를 본다.
그때 돌이 우리의 시선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자신이 여자라는 걸 깨닫는다.
젖가슴과 엉덩이를 흔들며
사랑하고 고통받고 미워하고 번뇌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자신의 발 밑에 놓인 돌덩이를 향해 외친다.
아, 저 돌덩이처럼 무심할 수 있다면.
그때 여자의 눈에 돌덩이가 얼핏 개처럼 보인다.
그럼 그것은 개 외에는 그 무엇도 될 수 없다.
별안간 돌이 짖기 시작한다.
멍멍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