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해부학 (2)

로버트 버턴

by 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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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표지 도판의 논지.⟦1⟧



여기 각각 보이는 열 개의 서로 다른 사각형이
판화가의 솜씨로 하나로 결합됩니다.


I.

늙은 데모크리토스⟦2⟧가 나무 아래,
돌 위에 앉아 무릎 위에 책을 얹고 있습니다.

그의 둘레에는 고양이와 개,

그리고 그와 비슷한 여러 짐승들의 형상이 매달려 있는데,
그는 그것들을 해부하여
검은 담즙⟦3⟧의 자리를 보려 합니다.

그의 머리 위에는 하늘이 펼쳐지고,
우울의 주재자인 사투르누스⟦4⟧가 보입니다.


II.

왼편에는 질투의 풍경이
당신 눈앞에 펼쳐집니다.

물총새 한 마리와 백조 한 마리, 왜가리 한 마리,
그리고 서로 싸우는 두 마리의 수탉이 보이며,
포효하는 두 마리의 황소가 서로를 향해 달려가
성적 욕망을 두고 서로를 공격합니다.

이것들은 상징들입니다.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앞서 말한 것으로 나머지는 스스로 헤아리시기 바랍니다.


III.

다음은 고독의 장면으로,
잠자는 개와 고양이,
수사슴과 암사슴,
사막을 거니는 산토끼와 토끼,
그늘진 숲 위를 맴도는 박쥐와 올빼미가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잘 살펴보십시오. 이것이 마땅히 그래야 할 모습이 아니라면,
허술한 판화가를 탓하시고 저를 탓하지 마세요.


IV.

그 아래 기둥에는
두 손을 모은 연인이 서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떨군 채 단정하고 예의 바른 모습으로,
아마도 어떤 노래를 짓고 있는 듯합니다.

그의 곁에는 류트⟦5⟧와 책들이 놓여 있는데,

이는 그의 허영의 징표입니다.

이것만으로 그가 충분히 그려지지 않으면,

당신 자신을 떠올리십시오.


V.

건강염려증 환자가 팔에 기대어 앉아 있고,
옆구리의 가스가 그를 몹시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는 심한 통증과 많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시죠.

그의 곁에는 항아리와 유리병들이 놓여 있는데,
막 약제사에게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이는 사투르누스⟦4⟧의 영향을 나타내며,
당신은 그것이 하늘에 묘사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VI.

그 아래에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미신에 사로잡힌 사람이 보입니다.
그는 우상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금식하고 기도하며,
희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괴로워합니다.

어쩌면 그는 지옥을 피하려고

당신이 천국을 얻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 가엾은 영혼이여, 나는 그대를 가엾게 여깁니다.
어떤 별들이 그대를 이렇게 되게 하였습니까?


VII.

그러나 보십시오, 저 미치광이가 노골적으로 날뛰는 것을,
사나운 눈빛으로 광분하니, 참으로 섬뜩한 광경입니다.

벌거벗은 채 사슬에 묶여 누워
무슨 까닭인지도 모른 채 마구 고함을 지르고 있습니다.

그를 살펴보십시오. 이는 마치 거울 속에서
당신이 분노한 모습이 비친 것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그의 모습은 여전히 당신 앞에 있습니다.
그와 당신 사이는 아무 차이도 없습니다.


VIII, IX.

보리지⟦6⟧와 헬레보루스⟦7⟧가 두 장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피를 정화하는 데 뛰어난 약초들입니다,

우울을 씻어 내고 마음을 기쁘게 하며,
마음을 괴롭히는 검은 기운을 몰아냅니다.

우리의 감각을 둔하게 하고 영혼을 막아 버리는
안개 같은 흐릿한 기운을 뇌에서 걷어 냅니다.

이 병에 대하여, 잘 쓰이기만 한다면,
하나님께서 만드신 최고의 약입니다.


X.

이제 마지막으로 자리를 채우기 위해
저자의 얼굴이 나타납니다.

그가 입고 있는 차림 그대로
그의 모습이 세상 앞에 드러납니다.

그의 마음은 어떤 기교로도 온전히 드러낼 수 없으니,
그 점은 그의 글을 통해 짐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한 것은⟦8⟧ 교만 때문도 아니고 허영 때문도 아닙니다.
(비록 다른 이들은 흔히들 그렇게 하지만.)

굳이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인쇄업자가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것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거나 비웃지 마십시오,
조롱하거나 조금이라도 깎아내리지 마세요.

당신이 그를 대하는 대로
그도 당신을 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것을 바라보고 살펴보십시오,
당신이 그것을 좋아하는 만큼 그것도 당신을 좋아할 것입니다.

나는 이를 위하여 여기 당신 앞에 있겠습니다,
당신의 명령을 기다리며, 독자여, 안녕히 계십시오.







1)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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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emocritus - 기원전 5세기말에서 4세기 초에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원자론을 기반으로 한 우주론을 체계화시켰으며 유물론적 철학을 지향했다. 그는 세계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입자, 곧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고, 이 원자들이 텅 빈 공간 속에서 운동하며 결합과 분리를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사유에서 자연은 신의 의도나 목적이 아니라 필연과 우연의 결과로 움직인다. 감각은 원자들의 배열이 우리에게 남기는 인상일 뿐이며, 단맛·쓴맛 같은 성질은 관습적이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원자와 공허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웃는 철학자’라는 별칭으로 전해지는데, 인간사와 운명의 어리석음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태도 때문이었다. 윤리에서도 쾌락을 단순한 방종이 아니라 영혼의 평정, 균형 잡힌 기쁨으로 이해했다. 후대의 에피쿠로스와 루크레티우스가 그의 사상을 이어받아 서양 유물론의 한 줄기를 만들었다. 거의 동시대 사람이었던 플라톤의 관념론과 대립했다. (작가는 자신을 데모크리토스의 후계자로 자처하고 있다.)



3) black choler - 고대 그리스 의학, 특히 히포크라테스 전통과 이후 갈레노스 체계에서 인간의 몸은 네 가지 체액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았는데, 그것이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이다. 혈액은 따뜻하고 습한 성질로 활기와 낙천성을 낳는다고 여겼고, 점액은 차고 습한 성질로 둔중하고 느긋한 기질과 연결되었으며, 황담즙은 따뜻하고 건조한 성질로 급하고 분노하기 쉬운 성격을 설명하는 데 쓰였고, 흑담즙은 차고 건조한 성질로 우울하고 사색적인 기질의 원인으로 이해되었다. 이 네 체액의 균형이 건강을 이루고, 특정 체액이 과다하거나 부족하면 신체적·정신적 질환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흑담즙은 비장과 관련된 체액으로 여겨졌으며, 이것이 과다하거나 정체되면 사람의 기질이 침잠하고, 두려움과 슬픔이 깊어지며, 사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되었다. 동시에 흑담즙은 단순히 병리적 요소로만 이해된 것은 아니어서,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기질, 예술적 통찰과도 연결되었고, 특히 학자나 철학자, 시인들의 기질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4) 사투르누스는 로마 신화의 농경의 신으로, 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에 해당하는 존재다. 사투르누스는 시간과 수확, 황금시대와 연결되며, 한편으로는 자신의 자식을 삼키는 신화 때문에 파괴적이고 냉혹한 면모도 함께 지닌다. 로마에서는 그를 기리는 축제인 사투르날리아는 질서가 뒤집히는 해방의 시간으로 유명하다.

천문학적으로는 태양계의 행성 토성을 가리키는 이름이기도 하며, 고대와 중세의 점성술에서는 이 행성이 인간의 기질과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겼다. 점성술적 전통에서 사투르누스는 차고 건조한 성질을 지닌 별로 이해되었고, 우울, 고독, 노쇠, 사색, 병약함과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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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lute - 류트는 배가 둥글게 부풀어 있고 여러 쌍의 현을 가진 악기다. 현대 기타의 조상 격이라고 보면 된다. 16–17세기에는 연애 노래, 서정시, 사교 음악과 밀접하게 연결된 악기였고, 감상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상징했다. 연애에 빠진 인물 곁에 류트가 놓여 있다는 건,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감상적 허영과 연애적 분위기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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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Borage - 한국어로는 보리지 또는 지치꽃풀이라 부른다. 푸른 별 모양 꽃이 피는 허브로, 중세 유럽에서 멜랑콜리를 몰아내는 약초로 유명했다. “보리지는 용기를 준다”라는 말이 전해질 만큼, 마음을 밝게 하고 기운을 돋운다고 여겨졌다. 잎과 꽃은 차나 음식에 넣었고, 씨에서는 기름을 짜 약으로 썼다. 지중해 연안에서는 샐러드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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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Hellebore -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로 독초이다. 고대부터 “광기와 멜랑콜리의 약”으로 알려져 치료약으로 쓰였으며 우울이나 광기에도 효험이 있다고 믿었던 듯하다. 그러나 독성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정신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한국어로는 보통 헬레보루스 또는 크리스마스로즈라 부른다. “헬레보르가 필요하다”는 말은 단순한 처방이 아니라, 그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풍자의 표현이 되었다. 고대 문학에서 헬레보르는 의학과 조롱이 뒤섞인 하나의 은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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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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