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정인

신윤복

by 곡도



月下情人 월하정인 - 신윤복 (18세기)







어느 적막한 밤


낡은 담벼락 뒤의 남녀 ㅡ 흔하디 흔한 이야기.


그러나 흔하디 흔한 사람들이 각자 자신만의 욕망을 가지고 있듯


흔하디 흔한 욕망들도 각자 자신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날씬한 발걸음은 어수선하게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아직, 그래 아직은


아무런 추문도 시작되지 않았다.


그저 마주친 눈빛


그리고 초승달, 그뿐.


그들은 처음 만난 사이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처음 만난 사이인 척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저 스쳐 지나갈지도 모른다.


그들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른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작되지 않은 이야기.


비어있는 밤하늘.


붓이 닿지 않은 누런 여백.


우리는 스스로의 욕망으로 이 여백을 두껍게 채워야 할 것이다.


혼자 애가 닳아야 할 것이다.


간질간질한 초승달은 바로


엿보는 우리의 게슴츠레한 한쪽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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