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대단한 실패작 하나가 있다.
제목에서부터 대놓고 사드의 소설을 언급하지만 않았더라면
꽤 괜찮은 작품이라고 인정받았을 것이다.
사실 꽤나 흥미롭고 즐거운 영화니까
그러나 사드를 표방해놓고 가장 반-사드적인 영화를 만들어내다니,
쉽게 용서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 마디로 완전히 사드를 망쳤어. 똥통에 처넣었다고.
사드의 인간은 텍스트의 인간이다
비인격적이고 탈도덕적이다.
육체가 없기에 자유롭고 역사가 없기에 책임이 없다.
신도 아니고 악마도 아니다. 신도 악마도 너무 인간적이니까.
특히 악마가 더 인간적이지.
그래서 우리는 악마를 더 사랑하고 또 증오하는 거야.
하지만 누가 사드의 인간들을 사랑하거나 증오할 수 있지?
그들의 마음에는 빈공간이 없는데.
그들은 인간에게도 '인간'에게도 무관심한데.
그런데도 이 영화는 온통 인간, 인간, 인간에 대해 지껄이고 있잖아.
그 어떤 영화보다도 열정적으로.
절망적으로.
그 나약함이 따듯한 기름기처럼 입안을 온통 느글거리게 한다.
심지어 나치즘이라는 정치 수사까지 동원하다니.
쯧쯧, 대체 무슨 생각인거니?
사드의 목이라도 매달 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