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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Oct 05. 2024

수면교육 못하는 사람, 그사람이 바로 나예요

D+73, 잘자라 우리아가(제발)

'세 식구의 하루 루틴'을 쓰고 정확하게 하루 뒤부터 튼튼이가 잠을 안자기 시작했다. 낮잠도 밤잠도 입면하는게 너무나 어렵다. 낮잠을 자는 한 번의 주기인 45분이 지나면 낮잠이 연장되지 않고 바로 깨버린다. 적어도 90분을 자야하는데 한 번 깨고 나면 그 뒤에는 배 위에서 자거나 슬링에서 잔다. 소위 '등센서'가 발달했다. 


등센서의 발달이란 뇌가 발달해서 온 몸의 감각이 깨어나고 있는 것이기에 진정한 호모 사피엔스로의 진화를 뜻한다. 중력을 느끼는 균형감각, 엄마의 젖냄새를 맡는 후각, 근처에 자신을 재워줄 사람이 있음을 아는 시각, 그리고 이 시기에 가장 예민하게 발달하는 청각까지. 이 중 하나의 감각이라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으아앙 울며 표현한다. 특히 청각의 발달은 아빠의 재채기, 엄마의 설거지 소리, 고양이의 우는소리에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며 모로반사와 함께 몸이 들썩거려 잠을 깨버린다. 


답답한 마음에 '아이 70일 잠'이라고 맘카페에 검색해보면 대단한 맘들이 수면교육으로 아이를 수월하게 재운다고 한다. '우리 애는 누워서 자요', '이제 수면교육하니 통잠자기 시작했어요' '아이 안아서 재우면 안돼요' 등 나빼고 다들 슈퍼 부모다. 

계속 글을 읽다보면 나는 계모이거나 바보인 것 같다.


수면교육이라.


수면교육은 보통 신생아를 졸업하는 6주부터 시작한다. 수면의식을 해서 아이에게 밤에는 잠을 자는거라고 인식을 시켜주면 '밤에','깨지 않고', '누워서' 잘 수 있다고 한다. 아니 이 세 개가 다 가능하다고? 


현재 튼튼이는 6주부터 4주째 밤에 목욕-수유-포핸드 마사지-백색소음 -굿나잇인사-푸른하늘 은하수를 하고 있다. '안아서 재우다 눈이 졸려할 때 내려놓기'를 매번 해보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되어가는 아이는 감각을 곤두세워본다. 으앙!


결국 안아서 재운다. 


딥슬립 하면 눕혀도 잘 잔다. 아빠의 팔 위에서 푸른하늘 은하수를 서른번 정도 들어야 딥슬립 시작되니 그렇지.


퍼버법으로 승부를 보고싶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애가 울면 1분이 10분같다.


수면교육으로 가장 유명한 퍼버법은 퍼버라는 사람이 제안한 것이다. 아이 재울 때 방문을 닫고 나와서 울어도 바로 달래주지 않는 방법이다. 애가 울면 처음에 3분 이따 들어가고, 그뒤에는 5분 이따, 그뒤에는 10분 이따 들어가고. 그렇게 점점 늦게 들어가다 보면 아이는 스스로 울음을 그치고 잘 잔단다.


퍼버는 이 방법을 이야기하고 사람들에게 욕을 엄청 많이 먹었다. 

마치 아동학대의 주범, 방치형 육아의 선구자가 된 것처럼. 하지만 퍼버는 그 당시 '소거법'이라고 아예 방문 닫고 들여다 보지 않는 수면법에 반대하여 저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그것도 6개월 이후의 아이들이 혼자서 진정할 수 있을 때 써보라고. 허나 '울려서 잠들게 하는 방식'이라고 오해를 받은 퍼버는 그 이후로 다른 책도 내고 부연 설명도 했지만 처음의 퍼버법이 너무나 혁명적이어서 그 책은 팔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불쌍한 퍼버


그 외에도 다양한 수면 방법이 있긴 하다.

쉬쉬 다독이기(쉬닥법-아이를 세로로 안아서 엉덩이를 두드려주며 쉬 하는 소리를 귀에다 내는 방법. 이렇게 하면 아이가 두 가지 감각을 동시에 느끼는것이 혼란스러워서 더 잠을 잘잔다고 한다), 안았다 눕히기(안눕법-아이가 스스로 진정할 수 있는 4개월 이후에 추천하는 방법. 울면 안았다가 안울면 눕히고 이렇게 반복해서 아이가 울지 않게 해서 재우는 방법), 잠깐만 법(아이를 방에 두고 잠깐만 하고 나갔다가 들어오고 이걸 반복하는 것), 짐볼 위에서 통통 튀기, 유모차 끌고 나가서 재우고 들어오기, 배위에서 재우기 등등등등 


사실 아이가 자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뇌가 덜 발달해서다. 3~4개월 지나면, 수면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나오면 쉽게 잘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자랐다고 스스로 울다가도 그치는 스킬도 획득할 수 있어 덜 보챈다. 


지금의 수면교육은 의미가 있는 걸까. 

이 시기의 수면교육은 마치 극심한 가뭄철에 산불이 났을 때 소방차와 헬기와 온갖 수단으로 불을 꺼도 꺼지지 않다가 장대비가 쏟아지면 바로 끝나는 자연의 힘처럼 느껴진다. 아이가 자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자게 되는 것은 아닐까.


네이버 육아 웹툰의 수면편에 많은 엄마들이 댓글을 달았는데 그 중에 가장 공감가는 말이 있었다. 


'아이를 재우는 두가지 방법이 있어요. 아이를 안아서 재우는 방법과 아이가 잘 때까지 안는 방법이요'


그리하여 나도 새로운 수면 방법을 하나 만들었다. 이름은 '슬청법'이다. 


슬청법은 효과가 빠르고 실용적인데가 위생적으로도 훌륭한 수면 방법이다. 아이를 재울 때 어깨 아프게 안을 필요도 없고 집안을 돌아다닐 수도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복잡하지도 않아서 부모들이 이 방법을 알게 되면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배울 필요 없이도 즉시 써먹을 수있다. 


슬청법은 바로 슬링으로 아이 안고 청소기를 돌리며 돌아다니는 방법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사실 이미 하고 있겠지만. 이 얼마나 쉽고 간단한 수면법인가!!

슬청법으로 재우면 정말 쾌속으로 잠든다. 아마 청소기가 내는 백색소음과 여기저기 움직이는 몸짓과 엄마의 젖냄새가 자궁안과 같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아기 100일까지는 임신 4기와 같다고 한다. 세상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태아처럼 모든 것이 덜 발달한 상태라고. 



어제는 그래도 튼튼이가 새벽에 한 번 밖에 깨지 않았다. 72일 됐다고 또 조금 나아진 것일까? 지난주까지만해도 이게 영원하면 어떡하나 아이가 잠을 잘 못자서 발달이 더디게 되고 아이를 재우다 지친 부부가 슬퍼지고 그러다 부부사이가 서서히 멀어져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그러다 행복은 저멀리로 가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자란다. 


한 달 뒤인 100일만 바라보고 있다. 100일의 기적이 될지 100일의 기절이 될지 그 때 가서 한번 보자고. 


자연의 힘이여 수면 호르몬의 비를 내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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