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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Oct 19. 2024

먹태기 vs 원더윅스

D+88, 아이의 모든 행동이 배고픈 신호같다.

또 십분컷이다. 며칠 전부터 튼튼이의 수유시간이 줄었다. 수유시간이 준다는 건 먹는 양이 줄었다는 것이고 먹는 양이 준다는 건 체중도 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거의 세 달간 지치지 않고 상승을 이어오던 미친 성장 곡선이 정체되고있다.



남편은 튼튼이의 몸무게 상향곡선이 자기 주식의 그래프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먹태기가 왔다.


먹태기(먹는것 + 권태기)는 아이가 체중의 두 배가 넘었을 때, 아이의 체중의 6~7키로 사이에 온다. 이전의 성장처럼 먹는 만큼 계속 자랄 순 없기 때문에 잠시 발달이 정체된다. 하긴 몸무게가 한달에 거의 1kg씩 늘어난거니까 10달이면 10kg 36달이면 36kg.. 문제가 되긴 하겠다.  지금 튼튼이는 6.6kg으로 먹태기가 오기에 적합한 체중이다.


하지만 젖을 주는 입장에서는 이전에 먹던 것의 반 밖에 안먹으면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10분 정도 젖을 먹고 입을 떼는 튼튼이에게 한 번 더 먹으라고 가슴을 들이대니 싫다고 한다.

'에구 에구' 라고 했다. 발음도 정확해라. '난 지금 배가 부르고 더 먹는건 싫어 근데 엄마가 상처받을까봐 귀여운 표정으로 말하니까 더 이상 젖을 들이대지 마' 라는 뜻이었다. 그래도 먹을까 싶어 한 번 더 가슴을 갖다 대니 앙 하고 젖꼭지를 물었다. 먹지 않겠다는 경고인 것이다. 100일도 안 된 아이가 이렇게 정확하게 의사표현을 하다니! 얼마나 싫었으면!


남편은 지금이 원더윅스인것 같다고 했다. '원더윅스'란 아이의 정신적, 신체적 발달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특정 시기를 말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아이의 인지력과 신체적 기술이 놀라보게 발달해서 '원더'라는 명칭을 붙인다. 보통 생후 20개월동안 10번의 큰 발달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 말로는 급성장기이다. 3주. 6주. 3개월, 6개월 등등에 이루어진다는데 지금은 3개월 시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 원더윅스의 특징을 찾아보니 짜증과 보챔이 증가하고, 보통 보다 많이 먹거나 적게 먹고, 잠을 부쩍 많이 자거나 적게잔단다. 이게 무슨 말인가. 그냥 평소랑 다르게 행동하면 전부 원더윅스라는게 아닌가. 게다가 원더윅스달력을 보니 한 달에 일주일을 빼고 전부다 원더윅스다.



30일 중 23일이 원더윅스라니. 차라리 원더윅스 아닌 날을 알려주는게 더 낫겠다.

원더윅스란 결국 아이의 이상 행동의 원인을 딱히 모를 때 붙이는 명칭이 아닌가!


아이가 자지 않고 울때도 '원더윅스인가봐' 라고 하고

아이가 잘 안먹을 때도 '원더윅스인가봐'

아이가 너무 많이 먹을 때도 '원더윅스인가봐'

아이가 짜증을 많이 낼 때도 '원더윅스인가봐'

아이가 똥을 많이 쌀 때도 '원더윅스인가봐'


뭐든 '원더윅스인가봐' 라고 주문을 외우면 모든 의문이 풀린다.


이 정도면 '원더윅스교'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스 신화에서처럼 큐피트가 화살을 쏘면 사랑을 시작하듯이 원더윅스의 신이 지나가면 원더윅스가 끝날 수 있게 계속 원더윅스를 부르짖는 것이다.


원더윅스인가봐! 원더윅스인가봐!


기도문을 작성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영아를 키우는 모든 곳에 존재하는 원더윅스신이시여 아니 오신 듯 다녀가소서. 아이의 성장과 발달과 도약은 원더하게, 이 시기는 스무스하게 지나가도록 해주십시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오늘은 '원더윅스인가봐'를 적게 외치고 싶으나 이 또한 원더윅스 신의 뜻하심에 달린 일.


원더한 하루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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