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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Oct 24. 2024

맘카페는 영혼을 잠식한다.

D+96, 검색과 검색과 검색의 늪

육아를 하면서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 육아는 처음부터(끝까지 라는 말을 쓰려다 이제 96일 됐는데 뭐가 끝이라는 건가 싶어서 삭제했다) 전부 모르는 것 투성이라는 것이다. '무지의 지'를 깨우쳤다. 소크라테스선생이 새삼 좋아할 만한 말이다. 정말 난 하나도 모른다.


모를 땐 경험자인 친한 육아선배들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그것도 쉽진 않다. 카톡으로 물어보는 것도 한 두번이지, 사소한 일로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자꾸 주저하게 된다. 네이버에 이것저것 검색하지만 블로그는 결국 광고다. 이런 제품 쓰라고 하고 저런 제품 쓰라고 하고. 진실된 사람의 후기는 엄청난 서칭을 한 이후에나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맘카페에 원하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정보를, 조언을 심지어는 참견과 잔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맘카페에서는

이미 같은 고민을 한 엄마와,

같은 고민을 하지만 해결은 못하고 공감하는 엄마와,

같은 고민을 한 후에 해결한 엄마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이용해서 광고하는 엄마들이

댓글에서 와글와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제는 아기침대에서 자던 튼튼이가 몸을 90도로 돌려서 자면서 나무에 부딪히며 낑낑댔다. 침대가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뒤집기를 해도 이 침대에서 계속 재우려고 했으나 좁은 데서 발을 구르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짠하다. 새 침대를 구입하려고 어떤 침대를 사야 하는지 검색했다.


그러다 검색한 키워드는 다음과 같았다.


아기침대

범퍼침대

아기 침대 가드

쿠시노 침대

쿠시노 낙상사고

아기 침대 가드 낙상

가드 박상 방지

가장 낮은 매트릭스

가드 매트리스

토퍼

라텍스 질식

범퍼침대


  1. 범퍼침대를 쓸 바에야 짧게 쓰니까 가드침대를 쓰세요

  2. 가드침대는 쿠시노가 좋아요.

  3. 쿠시노에서 낙상사고 있었대요.

  4. 낙상방지를 위해서는 이런 제품이 있어요

  5. 낙상 방지 제품보다는 그냥 낮은 매트리스를 쓰세요

  6. 토퍼를 쓰세요

  7. 토퍼는 비싸요 라텍스를

  8. 라텍스는 아이 질식위험이..

  9. 그렇게 아이가 넘어 다닐 것 같으면 범퍼침대를 쓰세요

  10. 범퍼침대에서는 넘어지니 바닥에 재우세요

  11. 바닥에 재우면 돌아다니니 바디필로우 옆에 대세요  



....

.............................



오래된 핸드폰을 충전하면서 유튜브를 하루종일 보고 있을 때 핸드폰이 발열하는 것처럼 머리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정말 부우우웅 하며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과부하다. 끼긱 끼긱. 허리와 어깨도 아프다. 너무 검색을 많이 했다.


그저께도 '쪽쪽이냐 손 빨기냐'를 가지고 고민을 했다. 소아과 의사 하정훈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기에 손 빨기 해도 된다고 하고 엄마들은 쪽쪽이는 끊어낼 수 있지만 손은 못 끊어(!) 낸다며 무시무시한 말을 한다. 그리고 쪽쪽이 광고..



아이를 셋 낳은 친구가 튼튼이 탄생을 축하하며 했던 한마디가 자꾸만 떠오른다.


'너만의 육아를 하시오'


애를 셋이나 키웠으니 하는 말이지 그게 어디 되겠는가. 하지만 맘카페의 참견글들 속에서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나 갸웃거릴 때 저 말은 커다란 위안이다. 잘 먹고 잘 크고 있으면 되는 거지 뭐.



...


잘 먹고 잘 크고 있나..?


100일 아기 체중

100일 아기 크는 속도

100일 아기 먹태기


검색 그만하자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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