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피디의 플라스틱 다큐 영국 취재기
김피디는 플라스틱 다큐 촬영을 위해 영국으로 향했다. 밤에 도착한 제작팀은 아일랜드에서 온 현지 코디와 호텔 로비에서 미팅을 하고 촬영 일정을 조율하고는 잠에 들었다. 현지 코디와는 이미 2달 전부터 연락하며 섭외 및 제작 일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다음날, 가장 먼저 플라스틱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런던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으로 갔다. 우리가 한번쯤은 본 그런 곳이다.
트라팔가 광장은 내셔널 갤러리 앞에 위치해 있다. 분수대와 사자상 그리고 버스킹과 길거리 공연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플라스틱에 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영국 코디/ 요즘 사람들이 너무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교육컨설팅을 한다는 젊은 친구에게 물었다.
울란다 사이먼/런던
"요즘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나 일회용 컵은 더 많은 비용을 분담시켜야 해요. 그 비용으로 플라스틱을 줄이는데 써야 합니다."
"네 맞아요,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종이 빨대 나 종이컵도 있잖아요. 바다의 플라스틱들이 너무 많습니다. TV에서 자주 나오지 않나요? "
매월 받는 연금을 쪼개서 여행을 왔다는 노부부도 한마디 합니다.
20여 명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플라스틱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당연히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영국 국민들에게 이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 때문이었다. 10일간 영국 취재를 마치고 가는 동안
많은 사람으로부터 이 다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험성을 경고한 BBC의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 2'
(Blue Planet2)가 바로 그 화제작이다
2017년 11월에 방송된 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플라스틱 양동이를 물고 있는 향유고래, 비닐봉지가 목에 걸린 채 헤엄치는 거북이,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바다새, 죽은 새를 해부해 보면 플라스틱 조각으로 온 배가 채워져 있다.
자연 다큐의 대가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이 제작 진행을 맡은 이 다큐멘터리는 바다 쓰레기로 인해 바다의 생물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가를 리얼하게 보여 주었고, 결국 바다생물의 섭취를 통해 인간을 위협하는 ‘플라스틱의 역습’을 경고하고 있다. ‘블루 플래닛 2’는 영국에서 20%가 넘는 최고의 시청률을 보였다.
작년에는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방영되었고, 우리나라도 kbs에서 방송되었다. 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시간을 내서 꼭 보시기 바랍니다, 부탁~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매년 약 17만 톤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800만 톤이 바다에 배출된다. 이 해양쓰레기의 대부분이 썩지 않는 비닐, 스티로폼 등이다. 이들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바뀌어 인간이 즐겨먹는 식탁에 오르는 것이다.
영국은 이미 2015년부터 비닐봉지 구입에 5펜스를 부과하는 정책을 도입한 이래, 비닐봉지 90억 개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또한 2018년 클리너 그리너 브리튼 (A Cleaner greener Britain) 캠페인을 발표하면서 2024년까지 플라스틱을 퇴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하지만 그 움직임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큰 펍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웨더스푼은 900개의 전국 매장에서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트라팔가 광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웨더스푼 레스토랑을 찾았다. 물론 영국 현지 코디를 통해 출국 전부터 섭외를 해놓은 상태였다.
마침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점심시간이었다. 이곳에서는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일회용 컵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종업원은 종이 빨대를 열심히 정리해서 꽂아 놓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같이 빨대를 꽂아주거나, 함께 주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왔거나, 빨대가 필요한 특별한 음료수 외에는 굿이 찾지 않는다, 그리고 빨대는 오히려 손님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배치해 둔다. 소비자의 동선에서 멀어진 빨대 배치, 현명한 생각이다.
이 곳만 해도 전국 체인에서 사용하는 한해 플라스틱 빨대 만해도 약 7000만 개가 사용된다. 이런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로 교체된 것이다.
에디 거센 / 제이디 웨더스푼 사의 대변인
"환경을 위해 좋은 일이죠. 매년 7천만 개의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10년 안에 10억 개의 빨대 사용을 줄이게 될 것이며 다른 업소에서도 동참하고 있어서 최초로 이 운동을 시작한 우리로서는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오히려 격려해주고 이런 취지를 알려주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이제 손님들의 생각을 읽어볼 차례입니다.
이곳에서 모임을 하는 영국실버팀을 만날 수 있었다.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를 먹으며 한참 토론에 열중인 어르신들이 눈에 띕니다. 참고로 영국의 레스토랑 가서 주문할 것이 마땅치 않으면 피시 앤 칩스를 시켜 드시면 50%는 성공합니다. 생선 튀김과 감자튀김이 주로 나오는 영국 대표음식입니다.
어쨌든, 김 코디가 용감하게 대화에 끼어들어 양해를 구하고 집단 인터뷰를 시도합니다.
김 코디/ 여기는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일회용 컵이 없는데, 불편하지 않으세요?
줄리아 애셔/68세
불편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이런 것은 친환경적인 운동이며 미래지향적이라고 봅니다. 품질도 좋고 혁신적인 제품이네요.
요즘 슈퍼마켓에서 비닐봉지 값을 받는데, 돈을 더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집에서 가방을 가지고 오죠. 안 그래요?
데이비드 페이션트/70세
플라스틱으로 된 물건들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어요 했습니다. 멍청한 짓이에요.
제가 보기엔 플라스틱을 없애야 미래가 옵니다.
롭/ 69세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들이 문제라는 겁니다.
그들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않을 것이에요.
그들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어르신들의 거침없는 인터뷰를 통해서 진심으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제작진에게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냐는 분위기다.
여기는 유명 관광지라서 그런지 영국인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온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딸과 함께 독일에서 온 부부는 이런 종이 빨대를 처음 본다며, 아이에게 종이 빨대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있었고, 미국 마이애미에서 왔다는 커플은 빨리 미국에도 이런 제도가 생겨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런 친환경적인 음식점이 있다면 찾아서 이용하겠다고 한다.
오히려 소비자가 불편할까 봐 망설이는 기업의 생각은 기우인 것이다.
그러면 영국의 플라스틱 운동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우리는 영국에 있는 대표적인 환경단체 FOE (지구의 벗/ Friends of the Earth)를 찾았다. 트라팔가 광장의 웨더스푼에서 차로 10분 정도라고 들었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약속한 시간을 겨우 맞춰서 도착한 것이다. 런던의 교통정체는 워낙 유명하다, 또한 일방통행이 많고 주차할 곳이 없어서 약속 시간을 맞추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차라리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우버를 불러서 가는 것이 오히려 낫다. 실제로 런던 촬영 기간 동안
렌트한 차가 있었지만 오히려 우버를 불러서 이요한 경우가 많다.
하이 튼 지구의 벗은 세계 3대 환경단체(그린피스, 세계 자연보호기금, 지구의 벗)로 전 세계 76개국에 200만 명이 넘는 회원이 있는 대표적인 환경단체이다.
우리는 여기서 플라스틱 문제를 담당하는 에이미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영국 플라스틱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이에미/ FOE 플라스틱 담당
“이 나라에서는 블루 플래닛 같은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시민들의 의식도 많이 달라졌고,
사람들이 플라스틱 오염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었어요. 정부에서도 결국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는데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활 전반에 플라스틱을 줄이는 법을 잘 알고 있죠. 또한 정부는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법안을 실행하고 있어,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금지도 추진하고 있고, 일회용 컵의 사용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빨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음식 포장지나 식당과 슈퍼마켓에서 쓰이는 플라스틱 포장지 양을 줄이는 운동으로 확산돼야 합니다 “
영국의 환경단체들은 두 가지 방향에서 플라스틱에 관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첫째는 적극적인 소비자의 플라스틱 소비패턴을 바꾸는 방향이다, 텀블러나, 에코백 같은 것을 사용하여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플라스틱을 줄이는 기업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독려하는 것이다,
둘 번째는 적극적인 실행을 기업체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포장제 등을 요구하고 재생 가능한 소재 사용을 기업체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좀 더 적극적인 운동이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바로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2018년 3월 영국 소도시 케인 샴(Keynsham)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과도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지를 매장에 버리고 오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영국에서 시작돼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 유럽을 통해 현재 미주, 아시아로 확산되고 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페이스북 (@Plastic Attack Global)을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블루 플래닛을 제작한 에든버러 겨은 최근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류 보편적인 재난은 플라스틱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뒤처리 하는 방식”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음은 플라스틱에 대해 힘겨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영국 웨일스의 한 마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