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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피디의 제작노트 Oct 24. 2021

불행은 왜 반복되는 것일까?

이 집에서 아들편은 엄마 밖에 없는 이유


#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해 줄 주 알았는데..


그토록 엄마가 감싸고 돌던 큰 아들 병구는 엄마가 18세에 낳은 아들이다.

남편의 친 자식이 아닌 큰아들이 이 집에 들어오면서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결합가족! 김피디는 이제 모든 의문이 하나씩 풀리고 머리가 정리 되어 가고 있다.

문제의 키워드는 ‘결합가족’ 이었구나!

두 가족이 합쳐진 결합가족! 하지만 준비되지 않고 만난 사람들은 서로 갈등을 겪고 

그 아픔이 치유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서로에게 상처만 더하면서..

매일 하루에 3백 쌍의 부부가 이혼을 하고, 혼인하는 사람 5명중에 1명은 재혼을 한다.

이혼하고 재혼을 하면서 누군가는 타인의 가족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가족이 전형적인 결합가족 형태인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병구를 그렇게 두둔하며 살았다. 엄마의 필사적 방어!

아무도 아들편이 되어주지 않는 이 집에서 힘겹게 살고 있었던 것이다.


# 어린 엄마가 된 혜경

혜경은 고등학교 2학년 어린나이에 병구를 낳았다. 철없는 사춘기의 여고생 시절,

집이 싫어 밖으로 돌던 혜경! 병구를 낳고, 다음날 같은 또래의 남자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이사를 가버렸다. 찾을 마음도 없었다. 

어린 엄마 앞에 놓인 현실! 그 때 부터 먹고살기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 만 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식당 서빙을 하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면 잠들기 바쁜 생활이 

계속 되었다. 


그러는 동안 어린 병구는 친구 집과 이모 집을 전전하며 남의 손에 길러졌다. 

주말이나 돼야 병구를 만날 수 있었다.


혜경은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엄마에게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인생은 왜 이렇게 되풀이 되는 걸까? 

혜경에게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엄마가 있었다. 혜경의 나이 2살 때 까지 옆에 있던

엄마는 아빠와의 불화로 집을 떠났다. 그 후로는 엄마를 본적이 없었다.


남겨진 혜경은 늘 혼자였다. 아버지는 행상을 다니시고 집을 며칠씩이나 비웠다.

오랫동안 아버지가 들어오지 않으면 고모집이나 이모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혜경의 나이 10살 때, 아버지가 새엄마를 데려 왔다. 하지만 그 때부터 혜경은 더욱더 

힘들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엄마의 구박과 학대에 못 이겨 집을 나왔고, 혜경은 다시 이모 집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 때 혜경의 나이 16살 때였다. 지금의 병구 나이와 같은 중3 이었다.

그렇게 혜경은 청소년 때에 친척집을 전전하며 타인의 집에서 보냈다.

그리고 18살에 병구엄마가 되었다.


#왜 불행은 반복되는 것일까? 


주말에 단 하루, 어린 병구를 만나고 다음 날부터 일을 해야 했다. 그렇게 6년이 지나고,

병구가 초등하교를 들어갈 때였다. 새엄마가 아버지 곁을 떠났고, 엄마는 병구를 아버지 

손에 맡길 수가 있었다.


그리고 병구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됐다. 병구는 어느새 거친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애 키우기 힘들다’는 아버지의 말이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

어떤 대답도 자신 있게 할 수 없어 던 28살 혜경. 

애써 아버지의 말을 뒤로 하고 돌아오곤 했다.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났다.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화장품 영업을 하러 무작정 들어간 사무실에서 남편을 만났다, 다정하고 따뜻하고 

무엇보다 착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줄 것 같았다. 

힘들게 아들이 있다는 말을 했고, 고개 숙인 혜경에게 남편은 손을 잡아 주었다.


아내    “그때 정말 고마웠죠,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 구나, 

         그리고 어린 아들 병구에게도 아빠가 생기는 구나“


그렇게 결혼을 앞두고 있는 혜경에게 운명은 가혹했다.

‘어린 아들 병구와는 함께 살수 없다’는 것이다, 남편은 시댁 식구들의 원성을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어린 아들을 아버지에게 남겨두고 혜경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병구는 데려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말이다. 

‘여유가 생기면, 병구에게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으리라’는 위안을 하면서 새로운 가족을 

꾸렸다. 


남편과의 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남편은 2남 2녀 중에 둘째다, 

위로는 형님과 아래로는 두 여동생이 있었다.

하지만 결혼은 냉정한 현실이다. 시댁식구들에게 들려오는 소리는 

혜경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가 고마워 해야지”

“우리 도련님은 초혼이잖아” 

“빈손으로 와서 무얼 어쩌라고. 그건 알아야 되는 것 아니야”

“혼수는 하나도 안 해오고 오히려 혹을 달고 왔네”


시댁식구들의 비난이 들려와도 ‘더 열심히 잘 하자’고 생각하며 웃어 넘겼다, 

혜경은 경제적인 면은 여유가 생겼지만 마음은 더욱 힘들어 갔다.

사실 혼수가구도 시아버지의 도움으로 장만하게 되었다. 그것을 안 시댁식구는 더욱 

혜경을 노골적으로 힘들게 하였다, 


엄마

“그래도 되게 행복했어요, 정말 그때는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기댈 때가 있고 

의지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늘 마음에 짐이 되는 것은 있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어린 아들을 자주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혼하고, 병구를 만나는 횟수는 줄어 들고, 타인의 시선은 점점 부담스러워 갔다.

병구를 만나러 일주일에 한 번 갔던 발걸음은 2주에 한번, 한 달에 한번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집안 식구는 11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좁은 아파트에서 매일 매일 식사를 

준비하기도 바쁜 날들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먹으면 치우고 청소하고 먹으면 또 오고, 빨래하고 매일 밥 해먹여야 하는 고된 시간이

반복 되었다.

시댁 아버님과 남편으로 시작한 살림살이가 둘째 고모가 이혼하면서 두 딸을 

데려오고, 첫째 형님댁이 사업이 망하면서 두 아이를 데려 왔다.

그리고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 우람이와 딸 해미가 태어난 것이다. 모두 11명의 식구다.


큰 집 형님은 맞벌이 한다고 아침에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왔다, 작은 고모도 일을 핑계로

늦게 들어오거나 외박을 할 때 면, 고스란히 아이들 육아도 책임져야 했다.

어른 5명! 아이 6명! 이렇게 11명의 식구들 살림을 책임져야 했다.

하지만 이 집안 누구하나도 ‘고생한다’는 말을 건네는 사람은 없었다. 남편 조차도..



엄마  “ 시댁식구들 같은 경우에는 내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없어요 

      네 지금은 제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일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하니까 제 편이 

      되어서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는데, 예전에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당연한 거였어요, 

      그 후도 일주일에 한번 씩 저희 집에 와서 온 가족이 밥 먹고 가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었어요. 저는 생활비 아낀다고 외식한번 안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이었는데도 당연한 듯이, ‘너는 당연 한 거야’이렇게...

      그게 제일 서러웠던 거 같아요 “


그렇게 어린 아들에 대한 생각은 간절했지만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리고 11명의 입을 책임져야하는 생활이 2년간 계속되었다. 

큰형님 댁이 다시 집을 얻어 나가고, 둘째 고모도 방을 얻어서 두 조카와 함께 독립했다.

시아버님도 농사 짓는다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 즈음.. 그토록 분주했던 아파트는 4명의 가족이 남게 되었다. 

혜경, 남편, 아들 우람이, 딸 해미,


결혼 3년이 되어 갈 무렵 혜경은 다시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시댁 식구들이 혜경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 것도 그 즈음 이었다


그때 친정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더 이상 병구를 데리고 키울 수가 없다, 이젠 나도 늙고 힘도 없어, 데려가!”

병구를 데려가서 키우라는 이야기였다.

그 사이 병구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학교에나 동네에서나 골치 아픈 아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 내 곁에 둘 수 있게 됐구나!’

혜경은 한 달 간의 기나긴 설득 끝에 남편의 허락을 받았다. 

 늘 ‘한편에 있던 짐을 덜어 놓은 수 있다’는 생각에 혜경은 너무너무 기뻤다.


엄마  “사실 제가 엄마 없이 자라서 병구에게 만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병구에게도

       아빠가 있는 그저 평범한 가정의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었어요“

       그것은 ‘그저 평범한 혜경의 꿈’이였다. 아들과 함께 사는 것.“


 ‘아들 병구 만큼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의 소박한 꿈이었다.


# 불편한 동거의 시작


엄마의 바람은 소박하다, ‘아빠가 있는 평범한 가정’ 

하지만 이때부터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어제는 남이었는데 오늘은 가족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무엇이든

나눠야 하는 사람이 됐다. 

그래서 병구는 가족이지만 타인이 됐다.

엄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이 집에서 병구편은 나밖에 없죠. 사고 치면, 화가 나다가도 측은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떤 때는 진짜 애인 같기고 하고 남편보다 더 의지할 사람이 아닌가, 늙어서도..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해요“


마음의 준비 없이 같이 살게 된 사람들.

지금도 그곳에는 알고 싶지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족이란 이름으로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들 사이에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갈등이 숨겨져 있다. 

결합가족!


이 가족과 끝까지 프로그램을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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