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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피디의 제작노트 Oct 24. 2021

그래서 너는 18살에 애를 낳았니?

큰 아들은 내 아픈 새끼손가락

# 엄마의 입장이 궁금해?


여의도 사무실 회의.

김피디는 다음날 느지막이 일어나 여의도 사무실로 출근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칸막이 된 유리방, 그곳이 김피디의 자리다. 다리를 창문에 걸치고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창문 넘어 에는 마포대교가 보인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서강대교 

옆의 밤섬이 보인다, 마포대교 넘어 에는 구름에 걸친 남산타워도 보인다. 

여의도에서 한강 조망은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밖을 내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게 

일종의 단점이다.

오늘은 작가들이 전화를 붙들고 모두 취재에 열중하고 있다. 자료 찾고, 프리뷰하고,

영상을 정리한 파일을 프린트하는 막내작가의 모습도 보인다.

편집실에서는 피디들이 밤을 샜는지 엎드려서 자고 있는 최피디와 자판을 두드리며 신경질 

적으로 편집을 하는 박피디의 모습도 보인다. 김피디는 최피디와 박피디가 한편으로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촬영은 끝났으니까. 

오랜만에 사무실로 출근한 김피디에게는 모두 정겨운 풍경이다. 


때마침 최작가가 김피디 방으로 들어온다. 눈을 보니 피로한 기색이 역역하다. 

아마 어제 올린 영상을 새벽까지 보고 온 모양이다.

‘회의실로 갈까?’

인사하는 후배들에게 간단한 목례를 하고 회의실로 들어서는 김피디.



#회의실 

회의실에는 김피디, 최작가, 조연출, 서브작가가 모여 앉았다

지금까지 진행된 일들과 앞으로 제작스케줄을 체크하기 위해서 모였다.


김피디   가족 간의 갈등 특히 부자간에 갈등이 큰 것 같은데, 엄마가 가진 남편에 

           대한 불신도 만만치 않던데?

최작가   아무래도 아들에 대한 아빠의 불신이 너무 큰 것 같아요

            두 사람의 관계가 키포인트인 것 같고, 둘의 관계 때문에 괴로워하는 

            아내를 중점적으로 관찰하면 될 것 같아요.


최작가의 말에 공감 하지만 제작진이 모르는 어떤 사실이 있지 않을까?

김피디는 어제 있었던 상황을 설명하고 말을 이어 나간다.


김피디   엄마의 입장이 둘 사이에 난처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야

            아빠 말에 따르면 엄마가 지나치게 큰 아들만 감싸고 돈다고 하던데,

            지켜본 나도 약간 그런 느낌이 있어. 

            그리고 엄마가 마치 약자인 듯한 인상을 받았거든..

최작가 : 저도 그런 느낌은 받았어요. 엄마는 가족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하잖아요 

            그런데 아들을 감싸지만 어쩔 수 없는..

            마치 고부사이에 낀 남편이랄까?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존재 뭐 그런 거,,


김피디가 촬영을 도와 준 조연출에게 생각을 물어본다.

 김피디   조연출 어때, 자기가 볼 때는? 

 조연출   저~는 딱히..큰 아들 병구만 잘하면 될 것 같던데요, 어머니가 그러더라고요. 

            우리집 문제는 항상 ‘큰아들 병구’ ‘아빠 술’ 두 가지 문제로 싸운다고 하던데요.

            근데 아빠는 ‘병구가 사고 치니까’ 화가 나서 술을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병구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 예요?


듣고 있던 최작가가 웃으며 한 마디 한다.

최작가 : 참 명쾌해서 좋네~ 

김피디 : 사람관계가 그렇게 수학같이 딱 떨어지면 얼마나 좋겠어?


회의 내용을 기록하느라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막내작가에게 고개를 돌리는 김피디.

김피디     교수님에게는 정리해서 보내드렸나?

막내작가   네 ~ 피디님 촬영영상 보고 정리해서 보내드렸어요, 

김피디     아직 피드백은 없고?

막내작가   네 ~ 아직

최작가     교수님께 가족들 MBTI(성격유형검사)도 언제 하실지 스케줄 잡아달라고 해주세요.

막내작가   네~


김피디가 2주 동안 가족들의 생활을 촬영한 후에 가족관계를 풀어주는 솔루션이 시작된다.

그때 제작진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할 전문가 그룹이 있다.


가족 상담을 맡아주는 김교수와 특별히 아들 상담을 전담 할 청소년 전문가 한교수, 

심리연극을 담당해 주시는 박선생님, 미술심리치료를 해주시는 김선생님이 있다. 

그리고 더 필요한 하다면 특별한 전문가를 섭외해 솔루션을 함께 하기도 한다.

가족의 갈등 원인에 따라, 알콜 치료 전문가, 분노조절 전문의, 놀이치료 전문가등이 

함께 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가정경제계획 전문가를 섭외해서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법도

알려주고 실천해 보았다. 그리고 정리를 너무 힘들어 하는 가족을 위해 산림정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제작진이 가족과 접촉하면서 일어난 일들은 항상 정보를 공유한다, 가족 간의 싸움, 인터뷰, 

심경의 변화, 상황 등은 프로그램이 끝날 때 까지 서로 공유를 한다, 또한 전문가간의 

의견이나 상담에서 나왔던 새로운 사실도 서로 공유한다, 그 역할은 최작가의 몫이다.

그야 말로 한 가족을 위한 어벤저스팀 인 것이다.


이제 2주의 시간이 지나면 전문가들과 함께 본격적인 가족 솔루션 프로그램이 진행될 것이다.

제작팀 회의는 1시간 정도 상황을 공유하고 일정을 체크한 다음에 끝이 났다.


#돌아다니는 폭탄!

# 그날 오후 / 화성 아파트 

이제 나뭇잎들이 서서히 말라가고 있다. 성질 급한 잎은 낙엽이 되어 아파트를 뒹굴고 있다, 

은행나무가 유난히 많은 이 아파트 단지에는 이미 노란 은행잎이 발길에 체인다.

흔들리는 낙엽만큼 위태로 워 보이는 집. 그 집을 김피디는 올려 다 본다.


#아파트 거실

거실이 보이고 쇼파에 앉아 TV를 보는 막내딸 해미 그리고 청소기를 만지 작 거리는 

아빠도 보인다, 집안을 둘러보니 청소는 이미 끝낸 모양이다.

빨래건조대로 시선을 돌린 남편이 김피디를 보고 어색하게 인사한다. 아내가 보험영업을 

하면서 자연스레 집안일은 남편의 몫이 됐다.

의도치 않은 일이지만 투덜거리기만 할 뿐 그다지 원망하는 기색은 없다, 

‘이 그림만 본다면 싸울 일이 없는 착하고 자상한 남편인데,,’ 이런 사람 만나기 쉽지 않은데‘ 

이런 생각을 하며 식탁으로 향하는 김피디.


식탁위에는 우편물이 하나 놓여져 있다. 등기로 보낸 우편물에는 ‘수원보호관찰소’라고 

적혀 있다.

보호관찰소? 뭐지? 이 집에 오늘도 내가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김피디는 빨래를 너는 아빠에게 다가가 넌지시 봉토를 건 낸다. 


김피    이게 뭐예요? 

아빠    그것 땜에 아침에 난리 났어요? 

김피    또 한바탕 하신 거예요? 

김피디는 거실에 설치해 놓은 관찰카메라를 내려놓고 돌려본다.

보통의 경우, 피디가 현장에 없으면 12시간은 지속되는 cctv용 카메라를 달고 간다.

카메라를 확인한 김피디는 오늘 아침상황을 영상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아침 6시부터 찍힌 영상을 확인하는 김피디.


그 날  아침 8시 30분

밥 먹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병구는 보이지 않는다.

엄마가 아침밥을 먹다말고 병구의 방으로 향한다. 벌써 다섯 번째 병구를 깨우고 있다.

새벽 2시에 들어온 아들은 ‘일어나라는 엄마의 소리에, 네~ ’라고 만만 할뿐 여전히 

미동도 없다. 엄마가 깨우기를 포기하고 말부터 내지른다.


 엄마   병구야 ~

 병구   왜요 갑자기 왜요?

귀찮다는 듯 병구의 목소리도 올라간다


 엄마   오토바이 찾으러 간다며..?

 병구   몰라요 연락해 봐야죠 

 엄마   연락해 봐! 찾아갔나 안 찾아 갔나?

 병구   저랑은 상관이 없는 일이니까요 

 엄마   왜 상관이 없냐고? 니가 그 오토바이 탔잖아?

          주인 안 찾아주면 니가 절도 혐의로 또 경찰서 간다고..

애원하듯 말하는 엄마의 말에도 병구는 여전히 누워서 ‘아니라’는 얘기뿐이다.


 병구   아니에요, 그 사람은 제가 오토바이 안탄 거 알아요 

 엄마   니가 오토바이 탔잖아, 한 번만 더 걸리면 구속이라고 구속!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아빠.

 ‘구속’이라는 엄마의 말에 숟가락을 내려놓고 병구 방으로 들어온다.


“어제 또 사고 친거야”

아빠의 언성에 일어나 앉는 병구. 얼굴이 일그러진다.

“어제 그냥 오토바이 타다 걸렸어요.”

병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빠의 비난이 돌아온다.

“아~이런 꼴통새끼!”

그리고 아빠는 ‘수원보호관찰소’라고적인 우편물을 획 던지고 나가 버린다.


아빠 인터뷰

“사고뭉치죠 돌아다니는 폭탄! 자기가 잘못하고도 뭘 잘못 했는지 모르고 있어요

 아침 같은 경우도 그래요 집행유예 기간인데 자제하라는 말뜻을 못 알아들어요“


병구가 친구들과 타고 놀던 오토바이는 분실신고 된 오토바이였다, 주인을 찾아

돌려주고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병구는 ‘나는 관계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엄마의 마음은 점점 답답해지고 불안해 진다.  


사실 병구는 집행유예 중이다, 오토바이 절도로 경찰서에 간 게 벌서 10번째다.

친구들과 매일 오토바이를 타며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놀고 있지만, 친구가 훔쳐 온 것을

함께 타도 공범이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직 오토바이를 타야 할 나이가 되지 않았다.

일단 오토바이를 탄다면 무면허 운전이 되는 것이다.

누구 건지 상관없이 병구와 친구들은 오토바이를 탈 뿐이다,


‘이 일대 경찰서에서 병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소리치는 아빠, 

중학교1학년 때부터 벌써 3년 째, 횟수로 7~8번을 경찰서에서 병구를 데려 왔다.

죄인처럼 굽신 거리며 앞으로는 교육 잘 시키겠다고 수차례 용서를 빌고

데려오지만 병구는 그 때 뿐이다. 아빠는 이제 두 손 두 발 다든 상태다. 

수없이 병구를 혼내고 달래도 소용없었다. 그 때부터 아빠는 병구를 때리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엄마가 경찰서 가는 일을 자청하고 나섰다.

몇 달 전 경찰서에서 병구를 데려오면서 경찰관이 엄마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10번 째 예요, 한 번 더 걸리면 구속 이예요, 구속!”

그 말을 병구도 들었다. 

“이제 얼마나 지났다고, 이번에 또 경찰서 가면 구속이라는데..”

엄마의 속은 타들어 간다.

아이들 가방을 챙기고 있는 남편에게 하소연 한다.


         엄마    어떻게 좀 해봐요!

         아빠    뭘 어떻게 해! 젊은 놈이 빨간 줄 그이면 안 된다고 몇 번을 얘기했어! 

                  경찰서에서 제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병구는 언제부터 오토바이를 탔을까?

두 아이를 데리고 현관문을 나서는 남편을 아내는 그저 바라보고 만 있다.

아빠는 ‘병구가 중학교 1학년 때 했던 일’을 기억한다.


“저도 오토바이를 좋아해서 출근할 때 타고 다녔어요, 어느 날 인가 ‘오토바이가 이상하다’

는 것을 느꼈어요. 출근할 때에 기름이 없는 거예요. 기름을 채워 놓으면 아침에 없어지고

그런 일이 반복됐죠. 그 때 부터 병구가 집에 늦게 들어오기 시작한 거예요, 

새벽 2~3시에 들어와서 아침에는 못 일어나고,, 이상하다 생각했죠

그 앞에 CCTV를 달았죠. 다음날 병구가 밤에 나가서 밤새 타고 놀다가 새벽에 돌아오는 

거예요. CCTV를 보여줘도 무조건 자기는 아니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말이 안 통하는 꼴통이죠“


이번에는 어떻게 하든 해결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지는 엄마, 하지만 정작 큰 아들은 

무관심할 뿐이다. 어서 오토바이를 주인에게 돌려주고 사정을 해야 할 판에 잠만 자고 

있는 이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날 저녁 아파트 거실에 부부가 마주 앉아 있다. 병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남편 앞에는 어김없이 소주 한 병이 놓여 있고 마주 앉은 아내는 화가 난 기색이 역역하다.


김피디는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궁금한 점이 풀릴 수도 있겠네’

라는 생각도 든다.


보통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카메라에 익숙해지는 시기다.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

버리기도 한다, 가족들과 조금씩 마음의 거리를 좁히면, 상대방의 문제에 대해서 하소연을

하기도 하고, 자기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리고 남편이나 아내가 모르는 사실을 알려 

주기도 한다. 김피디는 묵묵히 카메라에 담으며 몇 마디 하기만 하면 된다.

“네 그러세요” “속상하시겠네요” “남편 분은 뭐라고 하세요” 이렇게 추임새만 넣으면 된다.

그때 까지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려야 한다.

예상했던 대로 대화의 주제는 큰아들 병구 이야기다. 


# 그래서 너는 18살에 애를 낳았니?


부부가 식탁에 마주 앉아 있다. 식탁에는 아빠가 마시는 소주가 반 병정도 남아 있다.

남편은 얼굴이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다. 아내는 남편이 한잔씩 들이킬 때 마다

한심하다는 듯 소주병와 남편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다


       남편 : 한두 번 이야 아무리 말해도 들어 먹지를 않아요!

       아내 : 사춘기라서 그래~ 청소년 때는 그럴 수도 있어


아내가 병구를 두둔하고 나선다. 남편이 화를 내며 말을 받아친다.

남편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사춘기가 중학교 3년 까지 사춘기야, 골통새끼!


‘꼴통새끼’라는 말에 더더욱 화가 난 아내, 하지만 남편을 설득할 논리가 부족해 보인다


      남편    왜 지갑에 손을 대냐고?


저녁 때, 아빠는 지갑에서 돈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주말에 쓰려고 어제 퇴근길에 10만원을 현금으로 찾아 지갑에 넣어 놓았다.

그런데 지갑에서 돈이 없어진 것이다. 당연히 이집에서 병구 밖에 의심할 사람이 없었다.


남편이 병구를 지목하는 것은 과거의 일이 떠올라서이다.

3년 전에 할아버지하고 같이 살 때 병구는 할아버지의 지갑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몇 만원에서 시작된 나쁜 손버릇은 20만원~ 30만원 까지 커졌다. 아무리 깊은 곳에 

숨겨 놓아도 돌아와서 보면 없다. 

결국 할아버지는 외출할 때 방문을 열쇠로 걸어 잠그고 나갔다. 하지만 열쇠도 소용이

없었다. 뒤 늦게 이 사실을 들은 아빠는 병구를 추궁했지만 ‘자기는 아니라’는 대답뿐이었다.


     남편     병구가 자꾸 문 따는데 넌 자꾸 두둔만 하고 있었잖아? 알아! 그거 아냐고! 

                아내 내가 뭘 두둔 했어.. 아버님한테 죄송하다고 이야기 했어 

     남편     죄송했으면 애가 안했어야 되는데, 다음날 또 땄지! 


남편 인터뷰

        “계속 반복 하니까 미치는 거죠. 아버님 방에 들어가서, 돈을 꺼내가고 

         또 ‘하지 말아라 ’그러면 다음날 또 가져가고, 한 200~300만원을 그냥 가져간 적도 있어요.

         아버님은 문을 잠그는 것도 소용없으니까, 봉투에다 30만원 50만원 넣어놓는데 아버지가 볼펜으로 

         나중에 표시를 해놨어요.

         어느 날 핸드폰을 보니까 돈을 쫙 펴서 인증사진을 찍어 놨더라고요

         그때부터 ‘애는 안 되는 구나’하고 포기했죠! “


 그래도 엄마는 병구를 감싸고 돈다. 

       아내    나도 어렸을 때 우리 이모지갑에 손 댄 적도 있고...

       남편    몇 백 만원, 몇 십만 원씩 계속 훔쳐 갔어?

       아내    나는 한번 할 때 마다 10만원씩 훔치다 걸려서 뒤지게 맞았어!

       남편   그러면 꼭 너 같아야 되냐?


화가 난 남편 거침없이 쏘아붙인다. 엄마는 자신의 과거 까지 들춰내면서 병구를 감싸고 돈다.

부부 싸움은 늘 이런 식이다. 병구의 잘못을 무조건 감싸는 아내가 아빠는 몸 마땅하다.

야단을 칠 때는 혼내고 감쌀 때는 안아 줘야 하는데, 늘 감싸고만 있다

엄마는 왜 그럴까? 

이 참에 아빠의 불만이 여지없이 튀어 나온다

       남편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집에 없으면 여자 친구 데려오고

                 학교에 있을 시간에 방에서 뭘 하는 지~원

       아내    그 나이 되면 여자 친구 쯤은 다 있어

       남편    그럼, 중학생이 가방에서 콘돔이 나오는 게 정상이야, 

                 어떻게 콘돔이 나 오냐고?

       아내    안 갖고 다니는 것 보다는 낳지.


김피디가 봐도 ‘엄마의 병구 감싸기‘는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이 콘돔을 갖고 다닌다’는 게 부모로서 이해가 되나? 

여전히 엄마는 필사적으로 병구를 방어하고 있다.


이 집안에서 병구 편을 드는 사람은 엄마뿐이다, 그리고 병구가 사고를 치면 항상 

엄마가 해결사로 나섰다. 엄마는 큰 아들 병구를 ‘아픈 손가락’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아픈 손가락 인가?

계속 해서 병구를 감싸는 엄마를 노려보는 남편.

부부의 비난 수위는 더욱 더 높아지고 있다.

        

      남편      하나 물어보자! 사춘기 새끼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갑에 콘돔 

                  들고 다니는 게 정상이야?

      아내      그건 올바른 방법일 수 있어. 

                  요즘은 성교육이 빨라 그걸 안 쓰는거 보다 쓰는 게 나을 수 있어! 


엄마의 말에 남편은 꺼내서는 안 될 말을 한다.

  "남편 잘났다! 그럼 넌 왜 안 써가지고 16에 애를 낳았어?"


16살? 16살이란 말에 아내가 당황하며 말을 멈춘다. 남편의 얼굴에서 움찔하는 표정이 

나타난다.

엄마는 남편의 말에 잠시 할 말을 잊은 듯이 남편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잠시 후

    아내     아니야,18살에 낳어! 

    남편     그러니까 나이 따져보라고, 나이 따져보고 계산해봐 

엄마는 수치심이 느껴진다. 그리고 남편이 야속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꼭 이 말을 해야 하나?

이 집에 타인도 와 있는데,, 엄마의 표정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남편이 몰아 부친다.

        남편     너 나이 몇 살이야 ?

         아내    34이다 왜?

         남편    나이 따져봐, 병구나이에서 빼기 해봐 

 그럼 18살? 병구? 

 김피디는 엄마가 왜 아픈 손가락이라고 말하는 지 알 것 같다. 엄마는 34살, 병구는 16살 

 그러면 18살에 병구를 낳았다는 이야기 인데...

 아빠와 결혼 한지는 5년이다, 그럼 병구는,,,? 그렇구나 아빠의 친아들이 아니었구나. 

 여기 까지 생각이 미치자 김피디는 

‘가족 관계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의 일그러진 얼굴, 남편의 상기된 얼굴이 카메라에 잡힌다.


 남편 정도껏 하라고!  

 아내 너나 정도껏 해, 들어가 자라고 그만 주정 부리고!

아내가 남편을 ‘너’라고 부르면 극도로 화가 난 상태다. 부부싸움의 마지막 까지

왔다는 이야기다.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남편이 먼저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내가 남편의 등을 향해 쏘아 붙인다. “지겹다. 지겨워!”

혼자 남은 아내가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도 자기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 남편이 야속하기 만 하다.


그렇구나, 엄마가 큰 아들을 그토록 감싸고 덮어주는 이유가 있었구나.

아픈 손가락이라고 얘기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아픈 손가락 병구는 아직도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김피디는 혼자 앉아 있는 엄마에게 생각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잠시 집을 나와 아파트 주위를 돈다, 나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엄마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을까? 

어린엄마가 된 혜경은 어떤 인생을 걸어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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