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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피디의 제작노트 Oct 23. 2021

화성에서 만나 가족

꼴통아들과 뚜껑열린 아빠

# 화성으로 가는 김피디

여의도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차안.

운전을 하면서 김피디는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느라 머리가 복잡해진다.

손발은 손발대로 머리는 머리대로 돌아가고 있다.


앞으로 3개월을 같이 해야 할  출연자 가족을 만나는 첫날이다.

김피디에게는 늘 기대와 설렘과 걱정이 뒤 섞이는 날이다.


김피디는 여의도에서 차를 몰고 50분을 달렸다. 20분 정도 더 가면 

몇 달간 프로그램을 하께 할 낯선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다.

울고 웃고 때로는 분노하는 공기를 함께 느끼며  3개월을 같이 할 것이다. 

그들의 기운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말이다. 


김피디는 늘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해결사 인가? 아니다

나는 심리상담사 인가? 아니다

나는 가족관계 솔루션 전문가 인가? 아니다


그럼 나는 누구지? 왜 남의 가족 일에 참견하고 있지? 

나는 가족 휴먼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피디다.

벌써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휴먼다큐를 제작한지 3년이 되어 가지만

늘 촬영 첫날은 긴장되는 날이다.


100일 동안의 노력 끝에 프로그램이 방송에 나가면 만감이 교차한다, 그 과정을

지금 시작하고 하고 있는 것이다.


만 가지 가족이 있다면 만 가지 형태의 가족이 있다. 서로 간에 얽힌 인간관계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들의 사연을 듣고 생활을 담아내고 전문가와 상의해서 

솔루션을 제공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낼 것이다.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평생 동안 쌓인 감정을 백일 만에 바꿔야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김피디는 어제 회의에서 제작진과 나눈 이야기를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다.

구성과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최작가가 이 가족의 스토리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포인트는 중3인 아들과 42세 아빠의 갈등이예요. 갈등이 세네요”

김피디가 최작가에게 물어본다

“가족이 어떻게 되는데? 

“부부 그리고 큰아들, 작은 아들, 막내 딸 이렇게 다섯 명의 가족이예요”

“그래~ 16세 큰아들과 42세 아빠, 중3이면 등치도 왠 만 하겠네? 몸싸움도 있었나?


최작가가 머뭇거리다 대답한다. “네~”

무엇을 생각하는지 속내를 들킨 김피디가 겸연쩍게 웃는다.

그것은 갈등이 어디까지 간 건지를 물어보는 말이다. 갈등은 말싸움에서 몸싸움으로

이어 지기 마련이다. 갈등의 골이 깊을수록 가족 솔루션은 어렵고 길어진다.

그리고 당사자만 좋아진다고 가족의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 관련된 모든 가족의 

마음과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쉽지 않은 길이고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담당피디, 작가, 조연출, 서브작가 이렇게 한 팀이 된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상담을 

비롯한 여러 솔루션을 제공해 줄 전문가 들이 있다.


하이튼 제작진의 목표는 이들을 변화시켜서 가족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담아서 방송에 내보내는 것이다.


# 화성에서 만난 가족


어느덧 차가 화성에 있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새벽 6시에 출발해서 이제야 겨우 화성에 도착했다, 지은 지 20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파트 단지, 특별히 출입구를 막는 경비원도 없다. 김피디는 103동을 찾아 주차를 했다.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출연자 가족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문을 연다. 

배려 깊은 엄마가 미리 도착시간에 맞춰 출입문을 열어 놨을 것이다.


아파트 거실. 

여느 가정의 아침풍경, 김피디는 직감적으로 이 집에 흐르는 공기를 느낀다.

따뜻하지 않은 조금은 냉랭한 분위기다, 훈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김피디는 거실에 있는 남편과 아내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촬영 장비를 꺼낸다.


여기는 중3 큰 아들, 5살 작은아들, 3살 딸아이 그리고 두 부부가 사는 가족이다.

큰아들 병구는 중3치고는 등치가 큰 편이다, 머리숱이 많고 또래보다 덩치가 큰 편이다.

행동은 굼뜨지만 원하는 게 있으면 집요한 구석이 있다. 될 때 까지 조르는 성격이다.

엄마에게 만...

아내는 30대 중반의 나이, 통통한 얼굴이지만 호감이 가는 미인형 얼굴이다.

남편은 40대 초반의 나이에 큰아들에 비해 외소한 편이다, 하지만 얼굴이 작고 

미남형 얼굴이다.

그리고 작은아들 우람이는 내 년이면 초등학교를 들어가는 7살 남자아이 그리고

막내는 아빠를 제일 좋아하는 3살 여자아이다.


문제의 키포인트는 큰아들과 아버지의 갈등 그리고 두 남자 사이에 위험하게

그리고 힘겹게 외줄을 타고 있는 아내이다. 이들의 삼각관계가 포인트가 될 것이다.


김피디는 이 집에서 3개월 동안 가족들과 함께 할 자기자리를 찾는다. 

사람들이 어딜 가든 자기자리를 확보하는 것은 일종의 생존본능이다. 

가족들의 행동을 가장 잘 관찰하고 어떤 일이 발생하든 가장 빨리 카메라를 들고 

움직일 수 있는 자리를 찾는다. 이른바 촬영 포지션. 처음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하다보면 아침풍경에서 가족들의 관계를 알 수 있다.

서로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서로가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눈길을 마주치지 않고 

한 공간에 있으려 하지 않는다, 이 집이 모이는  공간은 거실이 될 것이다.

그래서 각자 밥 먹고, 자기방에서 나오지 않고, 꼭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는다.

필요한 말은 ‘밥줘’ ‘돈줘’ ‘갖다 줘’같이 생존을 위해 요구하는 말이다.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게 불편한 가족들이 사는 현실이다.


그러면 이 화성가족은 어떻까?

김피디는 가족들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 이 집안의 아침풍경


부엌에서 아침 준비하는 아빠, 머리 말리는 엄마가 보인다, 다시 방으로 향하는 아빠는 

두 아이의 유치원 과제물을 챙기느라 더 바빠진다.

이집에서 손발이 가장 바쁜 사람은 아빠다. 늘 아빠 곁을 맴돌며 바라보는 두 아이를 

챙기는 것은 아빠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두 아이 우람이와 해미에게 책가방을 챙겨주고 과제물도 꼼꼼하게 체크한다.

그러다 부엌으로 냉큼 달려가 밥을 푸고 반찬을 챙긴다. 너무도 익숙한 몸놀림이다.


아내는 벌써 옷을 차려입고 마무리 화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 시선이 

다른 방을 향하곤 한다.


그러고 보니 큰 아들이 보이지 않는다. 

큰 아들 병구가 빼곡히 문틈사이로 보인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다.


익숙한 솜씨로 밥상을 차린 아빠의 재촉에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는다.

당연한 듯 남편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을 드는 아내 그리고  두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번 갈아서 밥을 먹여주고 있는 남편, 반찬까지 숟가락에 얹어서 먹여준다.


‘참 자상하시네요’  김피디가 아내에게 한미다 건넨다.

‘까칠하지만 살림은 많이 도와줘요’ 

아내가 웃으며 답한다. ‘살림 도와주는 것보다 까칠하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김피디는 이렇게 받아 들였다.


김피디는 큰아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병구는 여전히 자기 방에서 머물고 있다. 

보통 집 같으면 밥 먹으라고 몇 번이나 소리를 쳤을 텐데, 아무도 큰 아들에게

밥 먹으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묻지도 않는다.


머리를 말린 병구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마치 이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특별히 바빠 보이지는 않다.

김피디가 방으로 들어가 아는 척 하며 물어본다.


 김피   병구는 원래 아침밥 안 먹어요?

 병구   먹어요 

 김피   근데 오늘 왜 안 먹어요?

 병구   먹으려고요...


#아침먹고 있는데, 밥 먹으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뭐지?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시계는 8시50분을 가리키고 있다.

아빠의 마음이 급해진다

“나 간다! 50분이야~ 슬기야 가자 얼른 먹어 얼른”

아빠가 두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책가방 두 개를 한꺼번에 

어깨에 메고 총.총.총. 집을 나선다.


“꽝”문 닫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확인한 큰 아들 병구가 슬금슬금 방에서 나온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병구는 엄마가 퍼준 밥을 혼자서 먹고 있다.


김피디는 직감했다. 아빠와 아들, 이들은 같은 공간이 불편한 사이구나!

그런데 엄마는 왜 밥 먹으라는 말조차 하지 않을까? 가족 사이에 습관처럼 하는 말이

“밥 먹어”라는 말인데..

엄마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멋쩍게 말을 한다.


“저희는 항상 애들 먼저 챙기고 쟤는 늦게 일어나니까. 지가 나와서 ‘엄마 밥줘’ 해야지 

 주는 거죠. 늘 늦게 방에서 나오니까 밥 먹을 때는 가족들 머릿속에는 아예 없는 거죠. 

 나 아니면 아무도 밥 먹으라고 얘기 안 해요.“


“같이 밥 먹는 것을 잊어버린 가족, 심상치 않네” 

김피디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도 엄마는 대견한 듯 바라보다가 아침 먹는 병구 옆에 슬그머니 앉는다.

엄마가 일어나서 처음 하는 일은 병구를 깨우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3번 만에 

일어나서 아들이 대견하기도 한 것이다.


”오늘 3번 만에 일어났잖아요 5,6번은 깨워요, 어떤 때는 10번까지도 깨워야 해요.

 작년에는 화가 나서 한 번 깨우고 안 일어나 길래 그냥 출근했어요 

 그러니까 10시까지 자더라고요“ 


#꼴통아들과 뚜껑열린 아빠


밥 먹는 큰 아들에게 핸드폰 문제를 꺼낸다


 엄마   그거 오늘 반납시킨다 

 아들    준다니까요~

 엄마    남의 걸 니가 왜 쓰려고 그래? 

 아들    그 친구가 줬다니까요

 엄마    그 친구 오라고 해, 언제 데려 올래?

 병구    몰라요


이야기는 결론 없이 맴돌기 만 한다.

병구는 한 달 넘게 남의 핸드폰을 쓰고 있다. 친구 거라고 하는데 믿을 수 없는 엄마는

친구에게 돌려주라고 한지가 벌써 보름이 넘었다. 

얘기하고 또 하고 반복되지만 아들의 대답은 늘 즉흥적인 대답뿐이다.

올해 바꾼 핸드폰만 5개다. 더 이상 사주지 않으니 남의 핸드폰을 가져다 쓰고 있다.

“빌린 건지 훔친 건지?“ 엄마도 알 수 없다. 엄마는 답답할 뿐이다.


자동차 안에서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출근하는 남편이 얘기한다.


“벽보고 얘기하는 것 같아요” 

아빠는 못마땅한 투로 한마디 한다. 한마디로 골치 덩어리라는 말이다.

핸드폰에 대한 병구의 이야기가 줄줄이 얽혀 나온다


“자기 핸드폰이 없어지니까 내 핸드폰이나 와이프핸드폰을 마구 써서, 

한 달에 5만원 나오던 요금이 10만원 20만원 50만원 까지 나오는 거예요, 

추척 해서 알아보니까 게임결제하고, 야동보고 시치미 뚝 이예요, 내역서 뽑아서 

보여줘도 소용없어요. 자기가 한 게 아니라는 데 뭐! 꼴통 새끼“


꼴통! ‘꼴통 짓만 하고 다니니까 꼴통이라고 부른다‘는 아빠는 그 생각만 하면 

골치가 아픈 모양이다. 꼴통다음에 흔히 이어지는 말은 뭘까?

‘뚜껑 열린다‘는 표현이다, 아빠는 큰 아들 병구 때문에 뚜껑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빠가 예상치 안은 문제점을 발견 했다. 어느 날인가 어린 두 아이들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오는 큰 아들에게 ‘아빠 꼴통새끼 왔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이다.

아차 싶어, 아이들 때문에 멈췄지만 ‘병구는 꼴통’이라는 아빠의 생각엔 여전히 변함이 없다.


호칭은 상대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잘 들어난다. 우리는 적절하지 못한 

호칭으로 한 번쯤 곤혹을 치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가족 사이에는 정해진 호칭 외에도 애칭이나 별칭으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꼴통새끼와 뚜껑열린 아빠‘ 이것이 둘의 관계인가?

아빠의 깊은 불신에는 좀 더 많은 사연이 있을 것이다.

김피디는 큰아들 병구를 좀 더 관찰해 보기로 했다.


아파트 거실의 시계가 9시30분을 넘어가고 있다.

휴먼다큐의 첫 발은 가족들과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을 열어 놓을

수 있도록 친해지는 것이다. 

김피디는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병구 방에 들어서며 관심 있는 척 물어본다


 김피  병구야 학교 몇 시에 끝나?

 병구  전 4시쯤에..

 김피     4시에 끝나? 그러면 오늘 오후에 뭐해?

 병구  놀아요 

 김피  그럼 병구랑 같이 놀아도 돼?

 병구  아니요, 왜요? 


청소년들과 얘기 할 때는 주로 단답식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길게 말을 주고받는

청소년들은 거의 없다, 답변을 예상 했건만 왠지 너무 싶게 거절당하는 김피디. 

이번에는 자세를 바꾼다, 부탁조로..


 김피 아저씨가 전화할게 4시에~

 병구 안돼요

 김피 아저씨도 같이 놀자 병구야~


김피디는 애써 무시하는 병구를 바라보며 오히려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어떤 어른도 이렇게

‘같이 놀자’고 적극적으로 얘기한 사람은 없었겠지, 적어도 3년 안에는...!


김피디는 갑자기 큰 아들의 학교생활이 궁금해진다.


# 학생이면, 가방이라도 들고 다녀야지!


엄마가 건네주는 우산을 가지고 밖을 나서는 병구. 밖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는 병구에게 김피디가 어디 가냐고 물어본다. 당연하다는 듯

학교를 간다고 대답하는 병구. 김피디는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본다


김피   책가방도 안가지고 가는 거야?

병구     네~ 


왜 물어보냐는 듯 눈길도 주지 않고 밖을 나선다.


   김피     오늘 수업 없어?

   병구     있어요

   김피     가방은?

   병구     그냥,,,따라오시게요? 안돼요.


당연하다는 듯 우산을 들고 가는 병구. 더군다나 발에는 슬리퍼를 신고 있다. 

김피디는 우산을 들고 슬리퍼를 신고 멀어져 가는 병구를 한 참 쳐다보고 있다. 


중3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김피디는 생각한다.

병구는 학교에 미련이 없는 걸까? 아니 공부와 담을 쌓은 걸까? 

중3인데 이래도 되나? 내가 올드한 사람인가???

김피디는 별별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 병구의 학교생활

오늘은 그래도 일찍 나가는 편이다, 지금이 9시 30분이니까. 

병구는 보통 10시 쯤에 집에서 나온다 늦게 나오는 날에는 12시에 나간다.

중학교 3학년에 올라와서는 그게 일상화 되었다, 지각 때문에 야단치던 담임선생님도 

이제는 별 말을 하지 않는다, 다른 학생들을 위해서 ‘그냥 조용히 있다가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선생님은 생각하고 있다. 

아니면 선생님에게 욕까지 한 병구를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오후 4시가 되면 학교수업이 끝난다. 그리고 밤 12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온다. 


그럼 병구는 학교 끝나고 그 오랜 시간동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학교를 끝내고 늘 만나는 친구들이 7명 정도 있다. 약속하지 않아도 모이는 친구들.

그들의 아지트에는 늘 친구들이 모인다, 개천가의 다리 밑에 모여서 논다, 

오토바이 타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매일 한두 명은 오토바이를 몰고 나온다.

아무도 누구 것인 지 묻지 않는다 그 오토바이를 타고 놀 뿐이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12시 넘어서 집에 돌아온다. 

좀 더 이벤트가 있으면 새벽 2시 쯤, 4시를 넘어서 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병구는 중학교 들어서 두 번째 전학 온 학교다, 

첫 번째 중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우고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았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그것도 자주 하니까 익숙해 졌다. 

엄마는 병구를 다른 중학교로 전학 시켰다. ‘운동 열심히 할게요’라는 병구의 말에 

유도부가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시켰다.

기숙사가 있는 운동부! 선배들과 훈련하며 먹고 자는 기숙사 생활이다. ‘적응만 잘 하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운동복과 신발 모두 새것으로 사주었다.

하지만 반나절도 안돼서 못하겠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평범하지 않은 학교생활을 하는 병구는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문제아로 찍힌 병구.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12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오는 병구에게 아빠가 하는 표현이 있다

‘집에 기어들어 온다’고 한다. “기어들어 온다?” 

들어오는 사람이나 맞이하는 사람이나 반갑지 않다는 표현이다

들어오는 사람이나 집에 있는 사람이나 ‘그 시간에 마주치면 불편하다“는 얘기다.


무엇이 이 둘을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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