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형주 Apr 11. 2022

토끼화상

할머니와 나-3





소록소록 잠든 아기 업고 

집으로 가는 길

대숲에는 여우가 산다네

대숲에는 여우가 산다네

"할멈, 어디를 그리 바삐 가나.

갈 거면 등에 업힌 아기는 내려놓고 가지."

"등? 등에 뭐가 있다고 그려."

"까만 머리가 보이는데 아기 머리 아닌가?"

할머니가 비녀를 뽑자

뭉툭한 머리올이 떨어져

아기를 가려버렸네

"이건 내 머리여."

여우는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할멈, 그러지 말고 나랑 조금 놀다 가면 안 되나.

내가 심심해서 그래."

"뭐를 하고 놀까?"

"노래나 불러주지."

"노래?"

"그래."

"그럴까?"

화공을 불러라

화공을 불러

토끼 화상을 그린다

오징어 먹물 듬뿍 찍어 토끼 화상을 그린다

폴짝 뛰다 두리번 동그란 눈 그리고

더듬더듬 킁킁 냄새 맡던 코 그리고

오물오물 외물외물 풀 뜯던 입 그리고

소쩍새 짖어 울 때 쫑긋하던 귀 그리고

들판 언덕 너른 바위 팔팔 뛰던 발 그리니

두 귀는 쫑긋 눈은 도리도리

허리는 늘씬 꽁지는 몽특

그림 속 토끼를 얼핏 보니 더할 것이 없구나

아나 옜다 거북아

니가 가지고 나가거라!





작가의 이전글 배고픈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