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나-20
몽당 빗자루
깨진 항아리
자루 빠진 괭이가
도깨비가 되어야
사람 손때 묻은 것들이 버려지면
도깨비가 되어 나타난단다
"할멈, 누구 마중 나왔나?"
장작개비 갈라지는 소리 놀래라
떡 벌어진 어깨에
무명저고리 하나 걸치고
산발한 머리
부리부리한 눈
손가락만 한 어금니가 불쑥
괭이자루 도깨비가 나타났네
"아, 아니오. 그냥 바람 쐬러 나왔소."
"그래? 이 애가 지 아빠를 부르던데."
"잘못 들은 거요. 마침 들어갈 참이었소.
할머니 내 손을 잡고 돌아서는데
"아니 할멈, 도깨비를 보고 그냥 가는 법이 어딨나."
갑자기 항아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주위에서 울뚝 울뚝 도깨비들이 몰려나와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놈
손이 길어 땅바닥에 닿을 것 같은 놈
코가 빨개서 밤인데도 언저리가 환한 놈
밤은
도깨비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