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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형주 Jun 02. 2022

언덕에서

할머니와 나-20






몽당 빗자루

깨진 항아리

자루 빠진 괭이가

도깨비가 되어야

사람 손때 묻은 것들이 버려지면

도깨비가 되어 나타난단다

"할멈, 누구 마중 나왔나?"

장작개비 갈라지는 소리 놀래라

떡 벌어진 어깨에

무명저고리 하나 걸치고

산발한 머리

부리부리한 눈

손가락만 한 어금니가 불쑥

괭이자루 도깨비가 나타났네

"아, 아니오. 그냥 바람 쐬러 나왔소."

"그래?  이 애가 지 아빠를 부르던데."

"잘못 들은 거요. 마침 들어갈 참이었소.

할머니 내 손을 잡고 돌아서는데

"아니 할멈, 도깨비를 보고 그냥 가는 법이 어딨나."

갑자기 항아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주위에서 울뚝 울뚝 도깨비들이 몰려나와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놈

손이 길어 땅바닥에 닿을 것 같은 놈

코가 빨개서 밤인데도 언저리가 환한 놈

밤은

도깨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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