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조건의 후치사 상당구: 에 있어서
방 안에 있는 꽃은 아기입니다. 아기 얼굴은 오만가지로 변신합니다. 아기 얼굴처럼 후치사 상당구 ‘에 있어서’는 변신 요정입니다. 에 있어서의 원형인 있다[有]는 15세기에도 있었습니다. “당신 거기에 있어 줄래요.”와 같이 장소를 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후치사 상당구로 사용되는 ‘에 있어서’는 개화기에 일본에서 유입되었답니다. 다시 말하면 에 있어서[に於ける, に於いて]에서 어조사 어(於)는 본디 장소를 나타냈으나 상황, 조건, 시간, 분야로 진화하였습니다. 또한 조사(있어서의, 에 있어서는 따위)나 형식 명사와도 결합(경우에 있어서, 경우에 있어서의, 에 있어서는 따위)하여 변신을 거듭합니다. 참고로 에 있어서와 유사한 형태는 에게 있어서 [にとって]가 있습니다. 주로 사람의 상황을 나타내므로 에게, 한테 따위로 고치면 됩니다. “그에게 있어서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는 “그에게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가 됩니다.
그럼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네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① 앞말에 일반 한자어 명사가 올 때 ② 앞말에 동사성 한자어 명사가 올 때 ③ 뒷말에 보조사가 올 때 ④ 분야를 나타낼 때로 나누어서 고칩니다.
첫째 앞말에 일반 한자어 명사가 오면 조사로 바꿉니다. 대표되는 조사는 에, 에서 따위가 있습니다. 이것은 에 있어서가 장소에서 유래했기 때문이죠. “인생에 있어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인생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로 수정합니다.
둘째 앞말에 동사성 한자어 명사(하다가 생략)가 오면 상황·조건의 어미로 고칩니다. 거든, 는데, 는바, 려면, 면서, 아/여/야, (으)면 따위로 손보면 됩니다. “임금 협의에 있어서 의견이 달랐다.”는 “임금 협의를 하면서 의견이 달랐다.”로 형태를 바꿉니다. “타이틀 경쟁에 있어서 선수들 역할이 중요하다.”는 “타이틀 경쟁을 하는데 선수들 역할이 중요하다.”로 바로잡을 수 있네요. 참고로 여기서 협의(하다), 경쟁(하다) 따위는 동사성 한자어 명사입니다.
셋째 보조사와 결합하면 유령이 됩니다. 에 있어서와 보조사(까지, 도, 만, 만큼, 은/는 따위)는 결합하면 보조사만 남습니다. “내 삶에 있어서까지 영향을 미치다.”는 “내 삶까지 영향을 미치다.”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97조 2항에 규정된 “구속의 취소에 관한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는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에서도”라고 짧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넷째 분야를 나타낼 때입니다. 에 있어서 말고도 다른 후치사 상당구가 있습니다. 에 관한 한은, 에 관해서는, 에 관한 것이라면, 에 대해서는, 에 대한 것이라면[に掛けては] 따위가 있습니다. 결국 분야를 나타내면 에 관하다·에 대하다와 같은 뜻이 됩니다. 고치는 방법은 ‘은/는’ 계통을 활용합니다. 만큼은, 만은, 에서는, 은/는 따위가 있습니다. “연애에 있어서는 지독한 초보자이다.”는 “연애만큼은 지독한 초보자이다.”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싸움에 있어서만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었다.”는 “싸움에서는 누구에게도 지기 싫었다.”로 변화를 주면 되지요.
다음은 ‘에 있어서’의 변형을 알아보시죠. 큰 형인 형식 명사 경우, 때, 시, 제 따위가 있습니다. 그리고 후치사 상당구인 에 제하다, 에 즈음하다 따위가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구 형태인 함은, 함에 있어서는 따위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경우를 살펴보시지요. 일본어에서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본보기·사례를 뜻하는 실질 명사 게스(ケース)가 있습니다. “물만 먹고 살찌는 경우”는 “물만 먹고 살찌는 사례”라는 의미가 되죠. 하지만 대부분 경우(ばあい/場合)는 형식 명사로 사용됩니다. 형식 명사로 사용되면 '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상황·조건의 어미로 고칩니다.
또한 그나마 우리말인 ‘때’가 가장 알맞네요. 보기를 들면 특정후견의 심판을 하는 경우에는 특정후견 심판을 할 때로 새 집을 지어 주시면 됩니다. 경우를 좀 더 설명하겠습니다. 일본어에서 명사+노(の)+바이(場合) 형태가 있습니다. 사람이나 사물의 입장 처지 따위를 나타냅니다. 우리말로는 명사+의 경우(은/는, 에는, 에서는, 으로서는 따위가 생략)가 됩니다. “학생의 경우 친구가 가장 소중하다.”는 “학생은 친구가 가장 소중하다.”가 되겠지요. 비슷한 말로 명사+의 입장, 명사+의 처지도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기업으로서는 수용하기 곤란하다.”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는 “가난한 사람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으로 탈바꿈하면 됩니다. 거개의 경우, 대부분의 경우, 대다수의 경우[多きの場合] 따위도 ‘대부분, 대부분은’ 따위로 짧게 만듭니다. 경우의 자세한 설명은 뒷부분에 나오는 형식 명사 편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다음은 형식 명사 때, 시, 제가 있습니다. 이때는 상황·조건의 어미로 고치거나 그나마 고유어인 ‘때’로 고칩니다. 헌법 12조 6항의 “…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는 “… 누구든지 체포되거나 구속되면 ….”로 수정합니다. 계약 시, 종료 시, 시작 시 따위에 쓰는 시(時)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약할 때, 종료할 때, 시작할 때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제(際)가 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의 가사인 “낳실 제(원문 그대로 표기) 괴로움 다 잊으시고 ….”는 일본어 형식 명사 제를 따라 했습니다. 낳을 무렵, 낳을 때 따위가 잘 어울립니다.
다음은 후치사 상당구인 에 제하다, 에 즈음하다[に際する] 따위입니다. 이것은 불확정한 시간을 표현합니다. 형식 명사 제(際)와 형제지간입니다. 그러므로 때, 무렵, 쯤 따위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삼일절에 제하여 시를 발표하다.”는 “삼일절 무렵 시를 발표하다.”가 타당합니다. 또한 맞이하다, 앞두다 따위로 고칠 수 있습니다. 헌법 69조에 규정된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는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대통령은 취임을 맞이하여 ….” 따위가 걸맞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함에는, 함에 있어서[には] 따위가 있습니다. 이때는 위와 마찬가지로 상황·조건의 어미로 고칩니다. 민법 5조 1항에 규정된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하려면 법정대리인에게 동의를 얻어야 한다.”라고 변화를 주시지요. 또한 “일을 함에 있어 만족을 느낀다.”는 “일을 하면서 만족을 느낀다.”로 손봐주십시오.
결론을 내립니다. 에 있어서는 장소에서 시작해서 상황, 조건, 시간, 분야로 진화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다양한 후치사 상당구, 형식 명사, 구 따위로도 발전을 거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