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이유의 후치사 상당구: 에 따르다, 에 의하다 따위
1. 분류와 특징
게티즈버그 연설문 마지막에는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 나옵니다. 뭣이 중한 지도 모른 채 the people이 국민인지 인민인지 불필요한 싸움만 합니다. 마치 횟집에 가서 가벼운 안주(쓰키다시)가 맛있는지 논쟁하고 정작 회 맛을 알지 못합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으로, 공산주의는 인민을 쓰기에 싸우는 것입니까? 정말 중요한 조사(의), 후치사 상당구(에 의한), 형식 명사(을 위한)는 하찮게 여깁니다. 국민이 주인인, 국민이 만든, 국민을 섬기는 정부로 고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분류를 해봅시다. 에 따르다, 에 의하다, 로 인하다는 네 가지로 인수 분해할 수 있습니다. ① 인할 인(因)에서 원인·이유 ② 의지할 의(依)에서 방법·수단 ③ 의거할 거(據)에서 근거·인용 ④ 좇을 종(従)에서 비례·호응 관계가 있지요.
다음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첫째 이란성쌍둥이가 많습니다. 원인·이유(로 말미암다, 에 기인하다 따위), 방법·수단(을/를 통하다), 근거·인용(에 기반하다, 에 근거하다 따위), 비례·호응(에 부응하다, 에 쫓다 따위) 관계와 같이 모양이 다른 쌍둥이가 있답니다. 둘째 잉여인간이 됩니다. 특별히 원인·이유를 나타내는 조사(에, 로)와 기인하다, 말미암다, 인하다, 의하다 따위와 같은 쓰면 중언부언이 됩니다. 마치 오른 산을 다시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셋째 스스로는 못 움직이는 해파리 인간처럼 됩니다. 능동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물결을 따라 수동으로 움직이고 "난 책임이 없다."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하지요. 일본어는 조사 ‘의’와 ‘에 의하여’를 활용하여 수동을 만듭니다. 보기를 들면 형사소송법 81조에 규정된 “구속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라고 기재합니다. 그러나 해파리 인간보다는 최소한 스스로 움직이는 물벼룩 인간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수동보다는 능동으로 표현하시길 바랍니다. 위 문장은 “검사가 구속영장을 지휘하고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라고 바루시죠.
2. 고치기
먼저 이오덕 씨가 고친 본보기를 살펴보시지요. 이오덕 주석 1)은 ‘의하다’를 ▲ 따라서(근거) ▲ 때문에(이유) ▲ 에서(출처) ▲ 으로(방법) ▲ 생략하기 ▲ 이/가+했다(조사 고치기와 문장 순서 바꾸기) ▲ 하다를 비롯한 다양한 동사로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우리가 아는 상식도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저는 회사에 출근하면 다방커피를 마십니다. 습관이 되어서인지 물을 붓고 커피를 넣는 게 익숙합니다. 처음에는 커피믹스 봉지로 휘저었으나, 언제부터가 작은 막대기가 있어 편리했습니다. 어느 순간 지금까지 막대기인 줄 알았으나, 커피 빨대[sip stick]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처럼 한 번 잘못 인식하면 그대로 맞다고 받아들입니다. 만델라 효과[Mandela effect]와 같습니다. 만델라 효과는 많은 사람들이 거짓된 기억을 공유합니다. 만델라는 감옥에서 죽었다는 거짓된 기억이 공유되는 것처럼 영어를 처음 배울 때 According to를 ‘에 따라서’로 암기하다 보니 옳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을 따라서’가 더 정확한 말입니다. “나를 따르라.”라고 하지 “나에 따르라.”라고 하지는 않잖습니까? 그런 점에서 최인호 주석 2)가 진술한 ‘에 의하다’는 ‘에 따르다’와 같은 말이고, ‘을/를 따르다’로 가다듬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 믿음이 갑니다.
그럼 어떻게 손을 봐주면 될까요? 앞말에 한자어 명사가 올 때와 동사성 명사가 올 때로 구별해야 합니다. 앞말에 일반 한자어 명사가 오면 조사, 의존명사 따위로 바꾸면 됩니다. ① 대로, 마다, 만치, 만큼, ㄹ수록 따위로 고치기 ② 때문에, 덕에, 탓에 따위로 고치기 ③ 으로, 은/는 따위 고치기가 있습니다.
첫째 조사 '대로'의 재발견입니다. 대로는 에 따르다, 에 의하다 따위를 가장 잘 표현합니다. 법령이나 근거를 나타내면 '대로'가 잘 받아줍니다.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다.”보다 “법대로 일을 처리하다.”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죠. 좀 더 발견한다면 마다, 만치, 만큼, ㄹ수록 따위로도 대체할 수 있습니다. “구입금액에 따라 할인권을 지급합니다.”는 “구입금액만큼 할인권을 지급합니다.”로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농가 피해가 증가한다.”는 “시장개방이 확대될수록 농가 피해가 증가한다.”로, “하차하는 위치에 따라 환승거리가 차이가 난다.”는 “하차하는 위치마다 환승거리가 차이가 난다.”로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원인, 이유의 형식 명사가 있습니다. 때문에(중립 표현), 덕에, 덕분에, 덕택에(긍정 표현), 바람에, 탓에 (부정 표현)처럼 원인·이유를 뜻하는 낱말로 변경하면 됩니다. “코로나로 인해 국경이 폐쇄되었다.”는 “코로나 때문에 국경이 폐쇄되었다.”로, “친구로 인해 우정을 알게 되었다.”는 “친구 덕분에 우정을 알게 되었다.”로, “겨울철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는 “겨울철 부주의한 탓에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로 맞바꾸면 됩니다.
셋째 으로, 은/는 따위와 같은 다양한 조사로 수정하면 됩니다. “강사님 강의는 내부 사정에 따라 취소되었다.”는 “강사님 강의는 내부 사정으로 취소되었다.”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혼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설문조사는 비혼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가 더 적당합니다.
다음은 앞말에 하다를 포함하는 한자어 명사가 오는 경우를 살펴보시지요. ① 수동을 능동으로 고치기 ② 원인·이유의 어미로 고치기 ③ 비례·호응관계는 다양한 조사+용언으로 고치기 ④ 근거·인용은 다양한 조사+용언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첫째 수동을 능동으로 바꿉니다. 헌법 27조 1항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게 법률로 규정된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로, 민법 322조 2항의 “정당한 이유있는 때에는 유치권자는 감정인의 평가에 의하여 ….”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유치권자는 감정인에게 평가를 받아 ….”로 받아주면 됩니다.
둘째 원인·이유의 어미인 기에, 길래, 니까, 느라고, 므로, 아/어/여, 아서/여서 따위로 손질하면 됩니다.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는 “계약이 해지되었기에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로, 형법 1조 2항의 “범죄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는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로 전환합니다.
셋째 비례·호응을 나타내면 조사+용언(와/과 비례하다, 을/를 받다, 을/를 수용하다 따위)으로 매만지면 됩니다. “로봇 기술의 발전에 의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로봇기술 발전과 비례하여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로, “투자자의 요청에 따라 외부 회계법인에 감사를 의뢰하다.”는 “투자자 요청을 수용하여 외부 회계법인에 감사를 의뢰하다.”로 변화를 줍니다.
넷째 신문, 논문 따위에서 근거·인용을 나타낼 때 쓰는 말입니다. '에 따르면·에 의하면'과 짝지어 '라는 것이다, 라는 내용이다, 라는 이야기이다, 인 것 같다'는 일본어 니요루토[によると], 니요레바[によれば]+도이우고토다[ということだ], 라시이[らしい]를 따라한 말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려면 조사 '에서, 에서는, 은/는 따위'로 손보면 됩니다. 자세히 말하려면 조사와 용언으로 가다듬습니다. 발표하다, 보다, 살펴보다, 산정하다, 알아보다, 인용하다, 조사하다, 참고하다 따위를 써서 문장과 맞는 말로 거푸집을 바꾸시죠.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인구가 감소했다라는 것이다.”는 “서울시에서 발표하길 서울 인구가 감소했다고 했다.”로, “동의보감에 의하면 감초는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감초는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가 합당합니다.
3. 비슷한 후치사 상당구
에 따르다·에 의하다는 못난이 형제가 많습니다. 모두 윷놀이의 도나 개처럼 비슷한 후치사 상당구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고쳐야 할 말이므로 되도록 쓰지 말아야 합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으로, “신의에 쫓아”는 “신의에 따라”로 변신시킬 수 있으나 둘 다 틀린 말입니다.
① 로 기인하다, 로 말미암다, 로 해서, 에 기인하다
후치사 상당구인 니요루(による)는 '로 인하다, 에 따르다, 에 의하다'말고 에/로 기인하다, 로 말미암다 따위로도 직역합니다. “질병은 스트레스에 기인한다.”는 “질병은 스트레스 때문이다.”라고 가다듬고, “일본은 버블경제의 붕괴로 말미암아 경제가 망가졌다.”는 “일본은 버블 경제가 붕괴되어 경제가 망가졌다.”로 다듬습니다.
② 에 힘입다[に応える]
에 힘입다는 긍정의 원인·이유를 나타내므로 덕에, 덕분에, 덕택에 따위로 새롭게 하거나 원인·이유의 어미로 교체합니다. “성원에 힘입어 전량 소진되었습니다.”는 “성원 덕분에 모두 팔렸습니다.”라고 교환합니다.
③ 인 관계로[につき]
공사장 팻말에서 보이는 ‘인 관계’로는 원인·이유의 어미로 받습니다. “공사 중인 관계로 돌아가십시오.”는 “공사를 하므로 돌아가십시오.”라고 새로 표지판을 쓰시지요.
④ 에 근거하다, 에 기반하다, 에 기초하다, 에 바탕하다, 에 입각하다 [に基づく]
에 근거하다, 에 기반하다, 에 기초하다, 에 바탕하다, 에 입각하다 따위는 근거·인용을 나타내는 에 따르다, 에 의하다와 닮은 뜻이 있습니다. 이 말은 ○○로 두다, ○○로 삼다 따위로 수정하거나 대로, 을/를 따르다 따위로 고칩니다. 덧붙이자면 근거, 기반, 기초, 바탕, 입각은 움직임이 없으므로 되도록 하다를 붙이면 안 됩니다. 헌법 4조의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꿈꾸며 자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기초로 삼아 평화로운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로 말을 바꾸시죠.
⑤ 에 (걸)맞다, 에 부응하다, 에 부합하다, 에 상당하다, 에 상응하다, 에 어울리다, 에 응하다, 에 적합하다, 에 쫓다[に伴う, に応える, に従う]
비례·호응의 후치사 상당구 에 (걸)맞다, 에 부응하다, 에 부합하다, 에 상당하다, 에 상응하다, 에 어울리다, 에 응하다, 에 적합하다, 에 쫓다 따위는 에 따르다와 뜻이 어슷어슷합니다. 한자 따를 반(伴), 응할 응(応), 따를 종(從) 따위는 모두 (무엇)을 따르다 따위로 해석합니다. 그러므로 ‘에’ 대신 ‘와/과, 을/를’ 따위로 바꿔 놓거나 대로, 마다, 만치, 만큼, ㄹ수록 따위로 맞교환할 수 있습니다. 민법 2조 1항인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대로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교체합니다.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을 만들다.”는 “소비자 요구대로 제품을 만들다.”로 다림질해주시기 바랍니다.
결론을 내립니다. 에 따르다, 에 의하다, 로 인하다는 원인·이유의 대표선수가 되는 후치사 상당구입니다. 앞말에 일반 명사가 오면 '대로 때문, 탓, 덕분' 따위로 고치고, 동사성 한자어 명사가 오면 원인·이유를 나타내는 어미로 변경합니다. 특징으로는 다양한 원인·이유의 후치사 상당구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주석 1) 이오덕, 바로 쓰기 2, 제2판 (파주: 한길사, 2011) 24-27쪽; 이오덕, 바로 쓰기 4, 제1판 (파주: 한길사, 2011) 463-465쪽.
주석 2) 최인호, "[말글찻집] 의하면과 따르면," 한겨레, 2006년 8월11일 수정, 2021년 1월 12일 접속,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482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