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은 빌려주다가 아닌 대상·목적의 후치사 상당구

대상·목적의 후치사 상당구: 에 관하다, 에 대하다, 로 인하다

by 홍단근

1. 뜻과 특징


일을 하다 보면 낯선 이에게 명함을 받습니다. 명함에 대관(對官) 업무라고 적혀 있어 무슨 업무일까 궁금했습니다. 무언가를 빌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물어보니 정부 관련 사무를 본다고 하였습니다. 대국민(對國民) 담화도 알고 보면 국민에 대한 담화와 엇비슷한 말입니다. 접두사 대와 비슷한 ‘에 관하다·에 대하다’를 좀 더 깊이 굴을 파보시죠. 대상·목적의 후치사 상당구에는 에 관하다, 에 대하다 [に関する, に対する, につく]가 있습니다. 좀 더 살펴보면 니간스루(に関する)는 격식이 있는 말이나 법률이나 연설문에서 많이 씁니다. 하지만 니다이스루(に対する)는 대항을 뜻하는 against와 비슷하고, 니쓰쿠(につく)는 이것·저것 모두를 가리키는 말로 영어 about와 유사합니다.


그럼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시지요. 첫째 대상·목적을 나타내는 조사 ‘의’와 접미사 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책 제목인 『생각에 관한 생각』은 ‘생각의 생각’으로 바꿀 수 있으나 정확하게는 ‘생각 속 생각’이 더 맞는 표현입니다. “경제에 대한 피해를 야기하다.”는 “경제적 피해를 야기하다.”와 비등비등합니다. 둘째 대상·목적의 후치사 상당구 '에 있어서, 에 향하다'와 거의 같은 뜻이 있습니다. “근로조건에 대해서 차별을 하지 않는다.”와 “근로조건에 있어서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비슷비슷한 의미가 있습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분노”는 “국회의원을 향한 분노”와 닮은 모양입니다. 마지막으로 명사구 노고토(のこと)를 직역하기 때문입니다. 주석 1) 일본어에서 명사구를 만들 때 명사+노(の)+명사처럼 명사+노고토(のこと)+명사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노고토'를 후치사 상당구인 ‘에 관한 것(일, 상황), 에 대한 것(일, 상황)’ 따위로 번역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일본어는' 노코토'와 을/를[を]과 함께 사용합니다. 좀 더 현미경처럼 들다 보면 목적격 조사 ‘을/를’은 특정 부분을 나타내지만, '노코토'는 여러 가지를 표현하므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큽니다. 보기를 들면 “나는 미자를 좋아합니다.”에서 ‘를’은 단순 사실을 표현하지만, “나는 미자에 대해 물으면 할 말이 없다.”는 ‘에 대해’는 미자가 지닌 개성, 성격, 외모, 신변 따위를 포함한 여러 가지 사실을 의미합니다. 김영아가 쓴 논문에서 예문(30쪽)을 살펴보시지요. “아버지에 관한 것을 물으시면[父親のことを聞こうとする] 갑자기 음울해지고 만다.”는 말은 “아버지 일을 물으시면 갑자기 음울해진다.”라고 고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한자 명사를 많이 쓰는 일본어 문장 구조에서 이것을 연결할 목적격 조사가 부족하기에 범위가 작은 목적격 조사(을/를)와 범위가 넓은 에 관하다·에 대하다 따위와 같이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곧 일본어는 '고토(こと/事)'를 형식 명사로 취급하기에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말은 일본어와 다릅니다. 우리말은 작은 목적어와 큰 목적어로 나누지 않습니다. ‘을/를’과 에 관한 것, 에 대한 것 따위는 모두 목적을 나타내므로 중복 표현이 됩니다.



2. 고치기


첫째 대부분은 목적격 조사 ‘을/를’로 고칩니다. 더불어 에게, 와/과, 으로 따위를 비롯한 다양한 조사가 대용품이 됩니다.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하여 좀 더 살펴볼까요?”는 “사건 조사 결과를 좀 더 살펴볼까요?”가 되고, 헌법 7조 1항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는 “공무원은 모든 국민에게 봉사하며 ….”이고, 민법 65조에 “…. 법인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는 “… 법인과 연대하여 손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로 바꿉니다. “업무 관련 주제에 대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다.”는 “업무와 관련한 주제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다.”로 손질합니다.


둘째 앞서 설명한 대로 분야의 후치사 상당구(에 관한 한은, 에 관해서는, 에 관한 것이라면, 에 대해서는, 에 대한 것이라면, 에 있어서는 따위)는 조사(만큼은, 만은, 에서는, 은/는 따위)로 변경하시면 됩니다. “인터넷에 관한 한은 선진국 되었다.”는 “인터넷만큼은 선진국이 되었다.”로, 민법 8조 1항의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으로부터 허락을 얻은 특정한 영업에 관하여는 ….”은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에게 허락을 얻은 특정한 영업은 ….” 따위로 가다듬습니다.


셋째 뒤에 보조사(까지, 도, 만, 만큼, 은/는 따위)가 오면 보조사만 씁니다. “고급 서비스에 대해서까지 보험적용이 곤란하다.”는 “고급 서비스까지 보험을 적용하기 곤란합니다.”가 됩니다. 민법 91조 1항의 “청산 중의 법인은 변제기에 이르지 아니한 채권에 대하여도 변제할 수 있다.”는 “청산하고 있는 법인은 변제기에 이르지 아니한 채권도 변제할 수 있다.”로 손질하십시오. 민법 20조의 “국내에 주소 없는 자에 대하여는 국내에 있는 거소를 주소로 본다.”는 “국내에 주소가 없는 사람은 국내에 있는 거소를 주소로 본다.”로 받아주십시오. 민법 72조의 “총회는 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통지한 사항에 관하여서만 결의할 수 있다.”는 “총회는 71조 규정대로 통지한 사항만 결의할 수 있다.”로 전환합니다.


넷째 조사+용언(관련하다, 규정하다, 다루다, 하다 따위)으로 틀을 바꿉니다. 다만 형식 명사 '을/를 위하여'로는 대체하지 않습니다.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은 “빈집과 소규모 주택 정비를 다룬 특례법”로 매만집니다. 민법 제998조의2에 규정된 “상속에 관한 비용은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한다.”는 “상속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한다.” 로 변화를 줍니다. 다만 “상속을 위한 비용은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하다.”로 고치지 않습니다.


다섯째 한 문장에서 에 관한/대한 것을, 에 관한/대한 일을, 에 관한/대한 상황+을/를[のこと+を]이 오면 ‘을/를’로 가다듬거나, 조사와 용언을 활용하여 형태를 새롭게 전체 문장을 고치면 됩니다. 다만 격조사 의[の]+을/를[を]로 고쳐서는 절대 안 됩니다. “누군가는 후속 편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는 “누군가는 후속 편을 기대하고 있다.”로 가다듬습니다. 민법 312조 2항의 “건물에 대한 전세권의 존속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때에는 ….”는 “건물 전세권의 존속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때에는 ….”으로 교체할 수 있으나 “건물의 전세권의 존속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때에는 ….”으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3. 변형된 형태


첫째는 후치사 상당구로 에 관련하다/관련되다, 에 연관하다/연관되다 에 얽히다, 에 연루하다/연루되다 따위[に関わる]가 있습니다. 왜 그렇까요? 둘 다 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흔히 중국 관행 꽌시[關係]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관계는 둘 이상이 맺으므로 ‘와/과’가 맞춤옷입니다. “가상현실에 연관된 기술이 발달하다.”는 “가상현실과 연관된 기술이 발달하다.”로 조사를 고칩니다. “지역 갈등에 얽힌 문제를 풀다.”는 “지역 갈등과 얽힌 문제를 풀다.”가 더 잘 어울리네요.


둘째 접미사 당[当り]이 있습니다. “환자에게 입원 1일당 1만원을 지원한다.”는 “환자에게 입원 1일에 대하여 1만원을 지원한다.”와 비슷한 의미이지요. 다만 바른 표현이 아니므로 마다, 씩 따위로 고칩니다. 위 문장도 “환자에게 1일마다 1만원을 지원한다.”가 바른 표현입니다.


셋째 접두사 대(對)는 에 관하다·에 대하다와 같은 뜻입니다. 둘은 원수라 한 이불을 덮고 자지 못합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일관된 지지를 나타내다.”는 “대북 정책도 일관된 지지를 나타내다.”로 하나만 살립니다. 참고로 의존명사 ‘대’는 와/과로 고칠 수 있습니다. 당 대 당은 당과 당으로 고칠 수 있고, 청군 대 백군은 청군과 백군으로 고치면 됩니다.


넷째 중첩 조사 에의[への]는 후치사 상당구(에 관하다·에 대하다)와 같은 뜻이 있다. “담보물권자에의 통지”는 “담보 물권자에게 통지”로 고칩니다.


다섯째 을/를 대상으로, 을/를 상대로 따위와 같은 일본어 투 형식 명사가 있습니다. 이것도 앞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조사(에, 에게, 와/과 따위)로 고칩니다. “소상공인을 상대로 대출을 해주다.”는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해주다.”로 고칠 수 있습니다. “낙후지역을 대상으로 예산을 지원한다.”는 “낙후지역에 예산을 지원한다.”로 고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일본어 투 형식 명사 상(上)은 에 관하다·에 대하다 따위의 변형이므로 조사나 조사+용언으로 고칩니다. 헌법 제12조 제2항의 “…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에서 '형사상'보다는 ‘형사 사건에서’로 고칩니다.


마무리를 해봅시다. 에 관하다·에 대하다는 조사 '의'나 접미사 적의 변형이고, 목적격 조사를 잡아먹었습니다. 또한 형식 명사 노고토(のこと)를 직역한 말입니다. 그러므로 목적격 조사를 비롯한 다양한 조사로 고치고, 조사+용언(관련하다, 규정하다, 다루다, 하다 따위)으로 변경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말에서는 목적격 조사(을/를)와 한 뿌리이므로 같이 쓸 수 없습니다.


주석 1) 김영아, "「のこと」에 대한 고찰: 현대소설‧드라마를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경희대학교, 경기, 2009), 32-33쪽, http://www.riss.kr/link?id=T11748091, (2021. 4. 13. 확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