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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Aug 29. 2024

그 빵집에 가고 싶지만

동네 빵집을 가는 건 소소한 행복이었다.

나는 밀가루에 중독된 좀비가 된 지 오래라 눈을 뜨면 빵이 떠올랐다.

이번 주말에도 한쪽으로 쏠린 머리와 낡은 운동복 차림으로 단골 빵집에 갔다.

접시에 담긴 도넛을 계산하려고 계산대 앞으로 다가갔다.

다짜고짜 주인은 며칠 전 아이스크림을 먹고, 돈이 결제되지 않았다며 카드를 달라고 했다.

‘얼음과자를 먹은 기억이 없는데’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도 순간 정전된 뇌는 과거 회로를 복원하지 못했다.

내 기억이 정확하지 않으면 결례를 저지를 수 있으므로 신용카드를 내밀면서 다시 한번 그에게 질문했다.

“사장님! 제가 그날 가게를 방문했나요?”

“옷차림이 허름해서 다른 동네 아저씨와 착각했네요!”

그때부터 난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흥분했다.

“알아보지도 않고 결제부터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고”

“다시는 안 와”라고 내뱉고 가게를 나왔다. 

    

집에 와서 그 가게에서 있었던 일화를 아내에게 말했다.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마. 당신 복장을 보고 사장이 착각할 수 있지”

그 답변이 나를 더욱 화나게 했다.

잘 차려 입은 이에겐 호의를 보이고, 행색이 초라한 자는 의심하는 그의 차별에 분개했다.     

지속 시간이 오래가는 증오와 달리 화는 스파크가 튀었다.

화는 입 밖으로 나오면 후련하나, 곧이어 참지 못했다는 사실이 후회스럽다.

‘좀 참았더라면 ….’

성냄을 다스리려면 박자를 늦추자.

천천히 말할수록 잠시 먹통이 된 두뇌가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화는 과정을 짚어가는 게 현명하다.

상대방에게 왜 그런지 설명을 부탁한 다음, 조리 있게 대답하면서 골이 났다고 말하자.   

  

화를 참을 수 없을 때는 먹어서 입을 막자.

인간에게 화내기보다 소화기관에 욕을 먹는 게 낫다.

화를 식히는 데 찬물을 먹는 것은 좋은 선택이다.

생수는 얼굴로 몰린 열을 내리고, 마시는 순간 성낼 일도 잠시 잊는다. 

    

오늘 화를 해지기 전까지 품지 말자.

다음날 풀려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화해를 위해 내려놓았던 자존심도 다시 지키고 싶은 본능에 그냥 놔두는 것이 속 편할 수 있다.

나도 그 빵집에 가고 싶다.

하지만 사장과 화해하지 못해서 나는 다른 빵집을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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