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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Sep 02. 2024

말은 못 했지만 속은 골았어

남의 떡은 커 보이나, 남의 짐은 가벼워 보이지 않는가.

겉으로 비치는 모습으로 타인의 무게를 짐작하지만, 조물주가 아닌 한 완벽한 인간은 없다.

삶은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다들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데, 나만 힘들다고 내색하긴 싫다.

말은 못 했을 뿐 속은 골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괜찮은 게 괜찮은 건 아니다.

친구들은 “넘어지면 도와줄게!”라고 하지만, 막상 내가 넘어지면 비웃으며 절벽으로 떠밀까 두렵다.

그래서 피에로 분장을 하고, 그들에겐 멀쩡하다고 호기를 부렸다.

연극이 끝나고 나면 정작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세상은 한 인간이 사라진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젠 몸도 마음도 지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

당신은 민폐가 아니다.

누구에게도 빚지고 싶지 않지만, 누구나 빚진 자이다.

누군가의 아픔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된다. 세상이 살 만한 이유는 서로가 보듬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픈 손가락이 있다.

그 손은 어느새 마음의 가시로 맺힐 것이다.

어떤 식으로 상처가 남기에 온전했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흉터가 적게 나도록 잘 매만지자.

흉터는 남았지만, 멀쩡한 다른 부분이 더 많음을 감사할 수 있을 것이다.

피부의 상처보다 온전한 부분의 면적이 더 넓듯이 상처는 본질보다 더 클 수 없다. 

    

불안과 두려움, 분노와 괴로움, 원한과 모욕감, 좌절과 무력감이 드는가? 

쟁기질하는 소는 망을 안 씌우듯 그런 감정이 들면 자신을 먼저 사면해라.

자기를 용서하지 않으면 전진할 수 없다.      


가늘고 길게 살려면 무엇보다도 가볍게 살아야 한다. 

여행을 간 경험을 떠올려 보라.

여행자가 다 준비하고 떠나려면 얼마 못 가 무게에 짓눌려 탈진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 출발하고 빠진 것이 있다면 중간에 채우면 될 일이다.


인간의 앞날에서 환경은 수시로 변하기도 한다. 

비가 내리기도 하고, 돌풍이 불며, 기상청 직원이 졸 수도 있다.

우산이 준비되지 않으면 소나기를 맞으면 될 것이다.

비와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다간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현실이 시궁창이라도 웃는 얼굴로 찾아오는 걱정을 쫓아내고, 근심으로 길어진 턱을 꽉 당겨라.     


환난으로 신물이 날 만큼 속이 쓰리면 인내라는 보약을 먹자.

그 감정은 사골처럼 우려질수록 진득해질 것이다.

고난이 군대처럼 밀려오고 더 드러낼 인내심도 없는 극한에서 삶은 풀리기 마련이다.

인간이 막바지에 다다르면, 비로소 신은 일을 시작할 것이다.

오랜 세월, 인내에 인고를 더하고, 몸에 사리가 생길 때까지 보살처럼 참아온 당신이 진정한 영웅이다.

신은 불공평해 보이나 매우 공평하다.

시련에 강한 이에게는 무거운 짐을, 시련에 힘들어하는 이는 가벼운 짐을 부여한다.

신은 우리에게 각자 짊어질 수 있는 무게만큼 짐을 부여한 것이다.

당신의 짐이 무거운 이유는 다른 이의 짐을 대신 짊어질 만큼 넉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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