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의 아내는 딸기 농사를 짓는 딸이었다.
그녀는 밥보다 과일을 좋아했다.
하지만 세상의 엄마들이 그러하듯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마음껏 못 먹었다.
그런 안주인이 안쓰러웠다.
내가 크고 싱싱한 딸기를 사자고 졸라도 그녀는 값싼 것만 샀다.
처형이 ‘여자는 가꿔야 집 나간 남편이 다시 온다’라고 말했지만, 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화장품도 잘 구매하지 않았다.
내 머리를 말리며 그녀의 화장대를 무심코 열어보니, 사다 놓은 파운데이션은 말라버린 피자처럼 딱딱해졌다.
언젠가 아이의 친구들이 놀러와서 피자를 주문했는데 집에 돈이 한 푼도 없었다.
그녀는 요실금이 걸렸지만, 급한 마음에 은행까지 뛰다가 바지를 다 버려 서러웠다고 고백했다.
그때 그녀를 위로한 건 화상이 아닌 화초였다.
보라색 꽃을 피운 바이올렛이 그녀의 설움을 다잡아 주었다.
어느 날 마누라가 조용히 다가왔다.
이럴 땐 나는 덜컹 겁부터 났다.
“당신은 눈두덩이에 지방이 많아서인지 단추눈이야”
“나이 들면 눈도 처지는 데 쌍꺼풀 수술이 필요해”
몸에 칼 대는 것이 싫어서 나는 몇 번이나 사양했다.
일단 안과에 가서 소견이나 받아보자고 그녀는 나를 살살 꼬드겼다.
안과 전문의는 치료 목적으로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녀는 의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실비보험에 가입했으니, 공짜로 수술을 할 수 있다며 계 탄 기분이었다.
‘엄청 아플 텐데’라면서 망설이는 내게 요즘 치료법이 좋아져서 하나도 안 아프다며 덜컥 날짜를 잡았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의사는 가위로 내 눈살을 사각사각 잘랐다.
벌레가 내 눈을 갉는 듯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찜찜함이 찾아왔다.
찜찜함이 끝나고 마취가 풀리고 나니 눈에는 피가 흘렀다.
집에 와서 얼음으로 수술 부위를 찜질해도 이가 갈리고 살이 떨렸다.
살다가 이런 아픔은 처음이다.
집사람의 말을 들은 내가 바보라며 아파죽는다고 고함을 쳤다.
내 비명에 각시는 재미있다고 손으로 입꼬리를 감췄다.
상처가 아문 뒤,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인상이 좋다고 칭찬했다.
‘아내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예뻐져!’
나는 입이 짧다.
고기반찬이 없으면 밥상에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미운 네 살처럼 나는 밥투정을 했고, 밥 대신 몰래 빵을 먹다가 아내에게 들킨 적이 있었다.
몇 번 혼난 다음, 나는 빵 포장지를 책장에 감추고 밖으로 나갈 때 증거를 없앴다.
그녀는 그런 팔불출 때문에 속을 끓였다.
그녀도 신혼 때는 음식 솜씨가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초등입맛에다가 고기에 집착하는 남편 때문에, 요리에 흥미를 붙였다.
건강식이라며 점점 이상한 조리법을 연구했다.
한 날은 당근으로 만든 빵을 내게 권했다.
한 번 깨물었다가 내 혀가 무슨 맛이냐고 도로 묻는다.
“당신의 정성은 감사하지만, 홍당무 빵은 사양할게”
“만들어 준 선의도 모르고! 배신자야!”
“어쩔래! 푹 찐 사료 냄새가 나는걸!”
그녀는 자기가 죽으면 나보고 하루만 늦게 오라고 당부했다.
다 정리를 해놓고, 너무 늦지 않게 와야 해(!)
- 여왕이 대마왕이 된 이유 -
냥이 녀석은 변기에 발자국을 남기고.
아이 녀석은 대야에 머리칼을 남기고
남편 녀석은 욕조에 물거품을 남긴다.
집구석에는 깨끗한 녀석은 없나.
여왕은 잔소리 대마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