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 시절 술 심부름을 자주 하였습니다. 아버지가 점방에 가서 막걸리를 받아오라고 하였습니다. 배고픈 시절이라 주전자에 입을 대고 먹다 보니, 막걸리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면 물을 타서 가져갑니다. 아버지도 처음에는 그냥 넘어가시다가 왜 막걸리를 먹어도 취하지 않느냐고 하십니다.
이처럼 우리말에서 한 글자 한자 형태인 접두사, 관형사, 명사 따위로 사용되는 것은 알고 보면 일본어를 따라 합니다. 베끼려면 확실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대충 가져오면 글 향기에 취하지 않습니다. 대충 가져오다 보니 술기운이 오르는 것처럼 어떤 품사로 분류해야 할지 골이 지근지근 아픕니다. 그럼 하나하나를 보면서 익혀보시지요.
① 각(各)
각은 일본어에서는 접두사, 관형사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우리말은 관형사로만 분류합니다. 같은 말인 각 항목, 각 나라는 띄워 쓰면서도 각항, 각국은 두 글자이므로 붙여 씁니다. 그럼 처음부터 일본어에서 접두사 ‘각’도 가져왔어야 합니다. 다음은 말 풀이를 살펴볼까요? 국어사전은 ‘낱낱의’라고 풀이합니다. 가지가지, 각가지, 온갖, 여러 가지, 이런저런 뿐만 아니라 부사인 따로따로, 몫몫이 따위로도 받아줄 수가 있습니다. 각종 질환은 여러 가지 질환으로, 각추렴은 따로따로 거둠으로 치환됩니다.
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접미사 별로 마찬가지로 ‘마다’로 받아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문장 안에서 각, 별, 마다 따위를 같이 쓰면 중복 표현이 됩니다. “각 세대별 인식 차이”는 “세대마다 인식 차이”로, “각 학년마다 과제물”도 “학년마다 과제물”로 변경해줍니다. 또한 별과 비슷한 접미사 당과도 같이 쓰면 이중 표현이 됩니다. “각 학교당 세 명”은 “학교마다 세 명”이 되어야 합니다. 관형사 매도 마찬가지로 ‘마다’로 해석해야 합니다. “매일 일기를 쓰다.”는 “날마다 일기를 쓰다.”라고 수정합니다. 아니면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매번 바꾸다.”는 “번번이 바꾸다.”로 다듬습니다. “인생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다.”도 “인생은 순간순간 선택의 연속이다.”로 손질합니다. 매는 각과 마찬가지로 별, 마다와 같이 쓰면 이중 표현입니다. 매 분기별 집계는 분기마다 집계, 매분기 집계, 분기별 집계 따위로 하나만 써야 합니다.
② 금(今)
일본어에서 금은 접두사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우리말은 금세기, 금번을 쓰면서도 접두사 금을 국어사전에 이름조차 올리지 않습니다. 금은 이, 올, 지금, 현재 따위로 고치면 됩니다. 또한 금은 현(現), 차(此) 따위와 같은 뜻입니다. 그러므로 금세기나 현 세기나 같은 말이고, 금후와 차후도 비슷한 말이 됩니다. 금세기는 이번 세기가 되고, 금후는 이다음이 됩니다. 또한 ‘금년’은 ‘올해’로 손을 봅니다.
③ 당(當)
진통제 ‘그날엔’은 이름을 잘 지었습니다. ‘당일엔’이라고 하면 어색하지요. 당(當)은 본(本)처럼 비슷한 뜻이 있습니다. 당 영업소 대신 본 영업소라고 쓸 수 있습니다. 또한 당 대회 말고 본 대회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접두사 당은 당고모와 같이 사촌이나 오촌을 뜻합니다. 또한 관형사로는 그/이, 바로 그것, 지금 따위를 뜻하거나 당시의 나이를 나타냅니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 저, 우리 따위와 같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당’을 빼먹었습니다. “당 영업소는 오늘 휴무합니다.”는 “우리 영업소는 오늘 쉽니다.”가 됩니다. 정리해서 풀이해봅니다. 당은 두 가지로 손질합니다. 첫째 그/이, 같은 따위로 풀이합니다. 당년은 그해, 같은 해 따위로 교정할 수 있고, 당사자, 당인, 당자는 그 사람, 관계된 사람, 관계인 따위로도 교대할 수 있습니다. 당 40세는 ‘그때 40세’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자기, 자신, 저, 우리 따위로 갈아치울 수 있습니다. 당 도서관은 우리 도서관으로 바로잡고, 당 상점은 저희 가게, 우리 가게 따위로 바로 고치면 됩니다.
다른 이야기를 한 번 해봅니다. 당해(當該), 해당(該當)은 본디 관련하다, 맞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해당사항 없음”은 “관련 사항 없음, 맞는 사항 없음”을 뜻하고, “당해 기관에 신고하세요.”는 “관련기관에 신고하세요, 관계기관에 신고하세요.”라는 뜻이 있습니다. 다른 뜻으로 당(當), 본(本)과 마찬가지로 ‘그, 이, 바로 그것’을 뜻합니다. ‘해당 분야의 경험’은 ‘그 분야의 경험’으로, 해당 지역의 시세는 그 지역 시세로, 당해 제품은 그 제품, 이 제품 따위로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당해, 해당’은 당(當)과 비슷한 의미가 있습니다.
④ 본(本)
본은 네 가지로 뜻이 있습니다.
첫째 우리말에서 관형사로 ‘그/이’와 같은 지시어로 사용됩니다. 본 대회는 이 대회로 고치고, 본 건은 이 사건으로 자리를 바꾸고, 본법은 이 법으로 변경합니다.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다.”는 “그 사람 의사를 생각하다, 그분 의사를 고려하다.”라고 맞교환을 해줍니다.
둘째 접두사로 기본, 본래, 참 따위를 나타내지요. 본의는 ‘본래 마음’으로 정리하고, 본뜻은 참뜻으로 갈아줍니다. 참고로 회사 이름인 ‘본죽’은 본에 충실하다는 뜻이 있네요.
셋째 다른 뜻의 접두사로 정식, 정규 따위를 뜻합니다. 본계약은 정식 계약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어사전에서 빼먹은 뜻으로 자기, 자신, 저, 우리 따위를 뜻합니다. 이 때는 당(當)과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본 영업소라고 하면 우리 영업소로 고칠 수 있고, 본 연구소는 우리 연구소로 고칠 수 있습니다. 또한 과거 모 대통령이 말한 ‘본인’도 알고 보면 ‘저, 저 자신, 이 사람’이라고 해야 합니다. “본인은 이렇게 생각합니다.”이라고 하지 마시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하십시오.
⑤ 실(實)
국어사전에 접두사 실을 사실, 실제로 풀이합니다. 실거주자는 실제 사는 사람이고, 실사는 실제 조사입니다. 그러나 일본어에는 다른 뜻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접두사 친(親)과 같습니다. 실형(實兄)은 친형이고, 실제(實弟)는 친동생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동시, 즉시라는 뜻이 있습니다. 실시간 처리는 동시 처리, 즉시 처리로 고칩니다. 국어사전으로만 풀이하면 ‘실시간 처리’는 ‘실제 시간 처리’라는 엉터리 해석이 나옵니다.
⑥ 제(第)
접두사 제는 차례를 나타냅니다. 숫자와 함께 쓰므로 생략해도 됩니다. 여기에 기재된 법조문은 생략하였습니다. 다만 ○○조의○ ○항에서는 제를 쓰지 않으면 다른 것으로 착각할 수 있으므로 이때는 제를 씁니다. 이무영 씨 소설 『제1과 제1장』도 마찬가지로 ‘1과 1장’이라고 쓰면 길이도 짧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접두사 고치기 따위를 붙임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이미 고(高), 무(無), 미(未), 반(反), 불(不), 비(非), 소(小), 재(再), 저(低), 최(最) 따위를 비롯한 많은 접두사가 이미 사용합니다. 하지만 우리말을 조금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여 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다만 교과서처럼 풀이하였습니다. 사견으로는 교과서 같은 풀이보다는 새로운 날개를 달아 그림을 그려주십시오. 공언도 빈말보다는 알맹이 없는 말, 급경사도 가파른 경사보다 산양도 못 올라가는 경사, 맹연습은 코피가 나게 연습으로, 몰상식은 상식이 전혀 없음보다는 상식은 개나 주라 따위로 글쓴이가 그림을 그리듯 풀어주시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