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공터를 보면 경고문이 있습니다.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주인백”이라고 적혀 있지요. 백 씨로 착각하기도 하였답니다. 심지어 주인백이 맞는지 주인 백이 맞는지 불필요한 논쟁을 합니다. 왜일까요? 이것은 일본어 접미사 백(白)을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주인백은 주인 알림, 주인 아룀 따위로 고치면 됩니다. 하나를 더 들면 일하다 보면 ‘결재필’을 씁니다. 이것도 일본어 접미사 필을 따라 합니다. 그러므로 결재 끝남, 결재 마침, 결재 완료 따위로 가다듬습니다. 이처럼 접미사에도 일본어 한자 접미사와 비슷하므로 많은 부분을 가져왔습니다.
① 감(感)
접미사 감(感)은 느낌, 기분, 분위기를 나타냅니다. 미시감, 기시감이라고 쓰지요. 감도 이해하기 어려운 데 이제는 원어인 자메뷔(Jamais vu), 데자뷔(Déjà vu)까지 사용합니다. 미시감은 ‘낯섦’으로, 기시감은 낯익음, 익숙함 따위로 바꿀 수 있습니다.
‘감’은 심리 상태를 나타내면 그대로 쓸 수도 있습니다. 보기를 들면 강박감, 거부감, 불안감, 우월감, 자책감 따위가 있습니다. 그러나 생략해도 된다면 굳이 쓸 필요가 없습니다. 속도감 있게 추진은 속도 있게 추진으로, 존재감 부각은 존재를 부각으로, 책임감 부여는 책임 부여로 짧게 끝내시죠.
마지막으로 ‘감’은 명사로 감각, 능력 따위를 의미합니다. 보기를 들면 “예능감이 있다.”는 “예능 감각이 있다, 예능 능력이 있다.”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② 고(高)
접미사 고는 금액과 수량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성고, 매상고, 보유고, 생산고, 수확고, 어획고 따위는 금액과 수량으로 나누어야 합니다. 300억 원의 어획고는 어획 금액 300억 원으로 고치고, 300톤의 어획고는 어획량 300톤으로 형태를 바꾸시죠.
③ 당(當)
당(當)은 마다, 씩, 에 따위로 고칩니다. 한 사람당 4매 예약은 한 사람마다 4매 예약, 한 사람에 4매 예약 따위로 변신시키십시오. 차량 1대당 500만 원 지원도 1대마다 500만 원 지원으로 손봐주시기 바랍니다.
④ 대(臺)
접미사 대(臺)는 어떤 수나 값이 넘어서 대강의 범위를 뜻합니다. 따라서 가량, 어치를 쓰거나 ‘이/가 넘다’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500억 원대 생산효과는 500억 원가량 생산효과, 500억 원어치, 500억 원이 넘는 생산효과 따위로 맞바꾸시면 됩니다. 다만 바이올린 한 대처럼 악기, 차량 따위를 세는 의존 명사로도 쓸 수 있습니다.
⑤ 도(度)
시간·기간에 접미사 도를 붙입니다. 금년 예산, 올해 예산이 맞는데도 금년도 예산이라고 씁니다. 일본어에서 접미사 도를 풀이해보면 “연도 밑에서 그 해를 강조한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말에 ‘연도’가 있는데도 굳이 일본어를 따라서 도를 쓸 필요는 없습니다. 금년도 예산은 금년 예산, 올해 예산으로 고치고, 작년도 결산은 작년 결산, 지난해 결산으로 받아주시면 됩니다. 접미사 도는 정도를 뜻하기도 합니다. 신용도는 신용 정도, 오염도는 오염 정도 따위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180도, 위도 30도처럼 각도, 경도, 온도, 위도 따위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로 사용되면 그대로 써야 합니다.
⑥ 물(物)
흔히 일본 옷을 기모노라고 합니다. 기모노(着物)는 몸에 달라붙는 물건인 일본 전통 옷을 의미합니다. 일본어 접미사 물은 물건·물질이나 눈에 보이는 것을 뜻하는 형식 명사 모노(物)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유물은 공유 물건, 화합물은 화합물질, 오락물은 오락거리로 받아 줄 수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보면 접미사 물이 필요가 없다면 생략하거나 우리말로 고치면 됩니다. 성과물은 성과로, 과제물은 과제, 숙제로, 세탁물은 빨래로 전환합니다.
⑦ 발(發)
발(発)은 세 가지 뜻이 있습니다. 첫째 ‘가다, 떠나다, 출발하다’ 따위로 해석합니다. 부산발 열차는 부산 가는 열차로 되지요. 둘째 발신하다, 보내다, 송부하다 따위로 풀이합니다. 동경발 외신은 동경에서 발신한 외신이 됩니다. 셋째 발생하다, 생기다, 일어나다 따위로 해설할 수 있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생긴 금융위기가 됩니다.
⑧ 부(附)
접미사 부(附)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날부터 효력 발생을 나타내면 ‘부터, 에’ 따위로 고칩니다. 그러므로 3월부로 종료는 3월에 종료로, 오늘부로 확대는 오늘부터 확대로 수정하면 됩니다. 일본어에서 접미사 ‘부’ 말고도 그날, 특정일 따위를 뜻하는 명사 자(字)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부로 종료와 오늘 자 종료는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둘째는 조건·소속을 나타내는 조사와 달다, 붙이다, 부속되다, 정하다 따위로 교정합니다. 기한부 체류자격은 기간을 붙인 체류자격으로, 중국대사관부 상무관은 중국대사관 소속 상무관으로 손바꿈을 해주시면 됩니다.
⑨ 별(別)
접미사 별(別)은 마다, 대로 따위로 받아줄 수 있습니다. 또한 ‘에 따라’라고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에 따라’는 후치사 상당구로 되도록 쓰지 마십시오. 계절별을 ‘계절에 따라’보다 ‘계절마다’가 더 좋은 표현입니다. 또한 접미사 별은 접미사 당과도 맞바꿈 할 수 있습니다. “마을별 1억 원 지원”은 “마을당 1억 원 지원”으로 변신할 수 있으나 “마을마다 1억 원 지원”으로 마무리하시죠.
⑩ 분(分)
접미사 분(分)은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부분, 분지로 고칩니다. 3분의 1은 3분지 1이고, 이월분은 이월 부분으로 맞교환해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성분으로 고칩니다. 염분은 소금 성분이고, 지방분은 지방 성분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분량, 몫 따위로 고칩니다. 십 인분 식사는 열 사람 몫 식사로 맞받아칩니다.
⑪ 성(性)
접미사 성(性)은 ‘그러한 성질이 있음’을 나타납니다. 세 가지로 걸려 주십시오. 첫째 감각, 기능, 기질, 본능, 거리, 습성과 같은 다른 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균형성이 있다.”는 “균형 감각이 있다.”로, “보온성이 뛰어나다.”는 “보온 기능이 뛰어나다.”로, “공격성을 가미하다.”는 “공격 본능을 가미하다.”로, “민족성을 반영하다.”는 “민족 기질을 반영하다.”로, “오락성이 높은 영화”는 “오락거리 높은 영화”로, “대중성을 반영한 판매”는 “대중 습성을 반영한 판매”라고 바로 잡아줍니다.
둘째 조사와 하다, 되다, 있다, 지니다 따위로 고칩니다. “민감성 피부”는 “민감한 피부”로, “유전성 질환”은 “유전되는 질환”으로, “논리성 문장”은 “논리가 있는 문장”으로, “예술성 음악”은 “예술성을 지닌 음악”로 따위로 제법 잘 어울립니다.
마지막으로 생략할 수도 있습니다. “논리성이 없다.”는 “논리가 없다.”로, “습관성처럼 복용하는 약물”은 “습관처럼 복용하는 약물”라고 받아 줍니다.
⑫ 시(視)
시는 일본어 '보다 [見なる]'에서 유래했답니다. 접미사 화처럼 다음에 하다가 붙습니다. 그러나 ‘보다’ 말고 어떤 가정을 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가정하다, 간주하다, 삼다, 여기다 따위로 고치는 게 더 좋습니다. 금기시하다는 금기로 여기다로, 문제시하다는 문제로 삼다로 적대시하다는 적으로 보다, 적으로 여기다 따위로 갈아줍니다.
⑬ 여(餘)
여는 ‘이/가 넘다, 조금 더 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넘다, 지나다 따위로 선수를 교체합니다. “10여 년 만에 만난 친구”는 “10년 조금 넘어 만난 친구”로, “한 시간여 만에 만나다.”는 “한 시간 지나서 만나다.”라고 하시죠.
⑭ 용(用)
용은 ‘을/를 위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또한 대상, 상대와도 비슷한 뜻이 있습니다. 보기를 들면 어린이용 자전거나 어린이 대상 자전거나 어린이 상대 자전거나 모두 비슷한 뜻이 있지요. 다만 ‘을/를 위하다’에 중독되시지 마시고 다양한 용언으로 고치세요. 맞다, 쓰다, 사용되다, 적합하다, 되다, 하다 따위로 다양하게 쓰십시오. 일회용 물품은 한 번 쓰는 물품으로, 매립용 철근은 매립하려는 철근으로 교환하시면 됩니다.
⑮ 자(者)
책을 읽다 보면 글쓴이라고 써도 되는 데 어려운 필자(筆者)라고 씁니다. 독자도 책 읽는 이가 친근합니다. 이처럼 접미사 자(者)는 사람을 뜻하므로 사람, 이 따위로 고칩니다. 다만 작은 물질을 뜻하는 미립자, 양성자, 전자, 중성자 따위나 공자, 노자, 맹자, 묵자 따위와 같이 성인을 뜻하면 그대로 사용해야 합니다.
⑯ 정(整)
국어사전은 ‘일만 원정’처럼 돈에 붙는 ‘정’은 그 금액에 한정된다고 풀이합니다. 그러나 ‘일만 원에 한함’이라고 하면 이상합니다. 일본어는 접미사 정과 같은 말로 이다[なり/也]를 붙입니다. 그러므로 ‘일 만원, 일 만원임’이 더 좋은 말입니다.
⑰ 차(次)
차(次)는 네 가지 뜻이 있습니다. 의존 명사로는 세 가지 있지요. 첫째 우연한 기회나 순간을 나타내고, 둘째 일정한 주기나 기간을 표현하고, 차례나 횟수를 의미합니다. 우연한 기회나 순간은 김에, 는데, 하자마자와 같은 뜻이 있습니다. “숙소에 막 도착하려던 차에”는 숙소에 막 도착하려는 김에, 숙소에 막 도착하려는데,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따위와 같은 뜻이 있습니다. 그대로 쓰셔도 됩니다.
둘째 일정한 주기나 기간을 나타낼 때입니다. 이때는 만, 째 따위로 개량하십시오. “결혼 20년 차에 집을 장만했다.”는 “결혼 20년 만에 집을 장만했다, 결혼 20년째에 집을 장만했다.”라고 교정하십시오.
셋째 차례나 횟수를 나타내면 ‘번’을 의미합니다. “수십 차 미국에 출장을 갔다.”는 “수십 번 미국에 출장을 갔다.”라고 다른 표현을 합니다.
세 가지 의존 명사 말고 접미사로도 사용됩니다. 이것은 형식 명사 ‘을/를 위하다’가 변형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고자, 여고, (으)러, 으(려), (으)려고 따위와 같은 목적을 나타내는 어미로 고칩니다. “업무차 미국에 왔다.”는 “업무 하려고 미국에 왔다.”라고 개조하시죠.
한 마디를 덧붙이겠습니다. 일본어에서 명사 차(次)는 ‘다음’과 같은 말입니다. 차일은 다음날이고, 차기 대회는 다음 대회입니다.
마지막으로 접두사 고치기 따위를 정리하였습니다. 사람은 죽기 전에 가장 진실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붙임을 참조하시어 마음으로 익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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