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에는 지독한 똥 손이었습니다. 비단 음악, 체육도 못했지만 꼭대기는 미술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잘만 그리던데 왜 저는 눈이 정말 못 봐주겠다는 그림만 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간단한 손 모양을 스케치하는 것도 손을 도화지에 대고 연필로 모양을 그대로 옮겨서 그리기도 하였습니다. 화가가 되겠다는 친구를 보면 ‘내 그림도 대신 그려줘.’하면서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오늘 배울 접미사 화는 화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접미사 적과 같이 접미사 화는 일상 글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여러모로 경제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글쓴이가 접미사 화를 마음대로 쓰면서 마음에 돌덩이를 매단 것처럼 시원한 풀이는 해주지 않습니다.
특징을 살펴보면 명사 성질이 강한 ‘적’과 다르게 ‘화’는 동사 성질이 강합니다. 그러므로 하다, 되다 따위와 달라붙습니다. 마치 유화물감이 캔버스에 착 달라붙듯 앞말에 한자어가 오므로 하다, 되다 따위의 틀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접미사 화는 말속에 ‘되는 것[になること], 하는 것[にすること]’ 따위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화하다, ○○화되다 따위는 중복 표현입니다. 요즘에는 '○○화시키다'라는 것도 출연하니 이것이 우리말인지 슬프기도 합니다.
그럼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화가가 되면 됩니다. 화가는 그림을 만들고, 제작하고, 갖추고, 구성할 수 있으므로 이런 말로 색칠해주세요. 예를 들면 계급화하다, 규모화하다, 문서화하다, 제도화하다, 조직화하다 따위는 계급을 만들다, 규모를 갖추다, 문서로 만들다, 제도로 만들다, 조직을 구성하다 따위로 밑그림을 변경하면 됩니다.
다른 하나는 고유어를 가져옵니다. 하다, 되다 따위의 형틀에서 벗어나려면 토종말을 써야 합니다. 토박이말을 쓰면 문법으로도 맞고, 하다, 되다 따위로 끝나지 않기에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듭니다. 왜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를 많이 써야 하는 논리에 밀알이 되기도 합니다.
보기를 들면 가속화되다는 속도를 더하다로, 가시화되다는 눈에 보이다로, 간소화하다, 간편화하다 따위는 손쉽게 만들다로, 고도화되다는 정교하게 만들다로, 고령화되다는 늙어가다로, 고립화되다는 외톨이가 되다로, 고착화되다, 영구화되다는 굳어지다로, 구체화하다는 모습을 갖추다로 물감을 바꿉니다.
또한 노골화되다는 대놓고 하다로, 노후화되다는 낡아빠지다로, 대중화되다, 보편화되다 따위는 널리 퍼지다, 널리 알려지다로, 명문화하다는 문서로 밝히다로, 사문화되다는 효력을 잃다로, 양성화하다는 키우다로, 장기화되다는 길어지다로, 쟁점화되다는 논란거리가 되다로, 토착화하다는 뿌리내리다로, 폐허화되다, 피폐화되다, 황폐화되다 따위는 망가지다로, 형상화하다는 본을 뜨다로, 형해화하다는 뼈대만 남다로 새롭게 페인트칠을 해줍니다.
만약 접미사 화 다음에 하다, 되다가 붙지 않는다면 ‘기, 음’ 따위와 활용하여 고칠 수도 있습니다. 고립화는 따돌림으로, 고령화는 늙어가기로, 조직화는 조직 만들기, 합법화는 법과 일치함, 활성화는 생명 불어넣기 따위로 받아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교과서다운 풀이하였습니다. 그러나 사견으로는 말에 그림을 그려줘야 읽는 사람이 편안합니다.
계급화되다는 피라미드가 되다, 카스트가 되다 따위로, 규모화하다는 덩치를 키우다로, 조직화하다는 조직 근육을 키우다로 새로운 스케치를 해 주십시오.
가속화되다는 불타는 데 휘발유를 붓다로, 가시화되다는 안구에 보이다로, 고도화되다는 명품이 되다로, 고령화되다는 늙은이가 되다로, 고립화되다는 세상에 홀로 되다로, 고착화되다, 영구화되다 따위는 콘크리트처럼 굳어지다로, 구체화하다는 뼈대를 갖추다, 기둥과 지붕을 만들다 따위로 글쓴이가 자유로운 덧칠을 할 수 있습니다.
노골화되다는 얼굴에 철판을 두르다로, 노후화되다는 수명이 다하다, 목숨이 다하다 따위로, 대중화되다, 보편화되다 따위는 동네 개도 다 안다, 꼬맹이도 안다 따위로, 사문화되다는 화석이 되다로, 장기화되다는 장마처럼 길어지다로, 쟁점화되다는 방아쇠를 당기다로, 폐허화되다, 피폐화되다, 황폐화되다 따위는 재만 남다로, 형해화되다는 뼈대만 남다, 해골만 남다 따위로 틀을 갈아주십시오. 이것은 예시이니 글쓴이가 더 다양한 말을 만드는 생산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접미사 화를 다른 접미사와 달리 방 한 칸 세를 내어 따로 설명한 것은 접미사 적처럼 활발하게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접미사 적은 나름대로 다른 말로 고치는 것을 꽤 발굴하였으나, 접미사 화는 접미사 적보다는 아직까지 많이 채굴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음 주부터는 조사 ‘의’를 설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