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생선회를 알아?

접사를 시작하면서

by 홍단근

같은 회라도 일본 사람은 선어회를 좋아하고, 우리나라 사람은 활어회를 좋아합니다. 선어회와 활어회는 생선을 사용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선어회는 바로 먹는 게 아니라 회 조직을 숙성시킵니다. 생선이 사후 경직되어 단단해질 때 먹습니다. 그러나 활어회는 바로 먹습니다. 그래서 신선도가 뛰어나지요. 이처럼 활어회 맛과 선어회 맛은 다릅니다. 선어회는 즉석에서 팔팔한 회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 성질과 맞지 않습니다.


접사에 밑밥을 깔아봅니다. 우리말은 토박이 접사가 있습니다. 보기를 들면 개, 막, 꾼, 치레 따위 하면 개꿈, 막춤, 농사꾼, 병치레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건, 냉, 남, 노 따위와 같은 한자 계통도 나름대로 쏠쏠합니다. 한자 접사로 건가자미, 냉국, 남동생, 노마님으로 만들 수 있지요. 하지만 우리말은 한자 접사를 교환해줄 고유어 접사가 많이 없습니다. 최형용 주석 1)씨는 일부 접사가 고유어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접두사로는 건구역/헛구역, 공걸음/헛걸음, 대사리/한사리, 생감자/날감자, 장조카/맏조카 따위가 대체가 가능합니다. 접미사로는 조력자/조력꾼, 시계사/시계장이, 옹기장/옹기장이, 등대수/등대지기 따위가 서로 받아 줄 수 있습니다. 좀 더 발굴해보니 독신/홑몸, 독자/외아들, 반소/맞소, 진면목/참모습, 호적수/맞적수, 공언/헛말 따위도 있으나 여전히 로또복권 당첨만큼 드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한자 접사를 일본어와 같이 사용합니다. 윤영민 주석 2) 씨는 한자 접사 중에서 접두사 21개와 접미사 53개는 일본어와 비슷하다고 말하였습니다. 마치 선어회와 활어회처럼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일본어의 한자 계통 접사를 답습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우리말 띄어쓰기에 혼란이 발생합니다. 띄어쓰기가 뭔지 모르는 일본어 한자 접사에 몸을 빌리다 보니 우리말까지 혼란해졌습니다. 우리말은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다./아버지 가방에 들어가다."와 같이 띄어쓰기로 말을 구별하나 띄어쓰기가 없는 일본어는 "어머니 이가 좋다(はははははいい。/母は歯はいい。)처럼 한자가 단어를 구별합니다. 그런데도 마구 일본어 접사를 따라 하니 이빨 빠진 칼처럼 들쭉날쭉 붙이기도 하고 띄우기도 합니다. 민법을 비롯한 법률 조문을 보면 엉터리 띄어쓰기가 많이 있는 것은 일본법을 털도 안 뽑고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이지요. 더 풀어보면 우리말 관형사는 원칙으로 띄어야 합니다. 보기를 들면 관형사 양(兩)은 띄어 써야 하는데도 실제로 '양자, 양족'은 붙입니다. 또한 양다리는 한자가 아닌데도 붙여 사용합니다. 2글자로 된 한자나 관용표현이므로 붙여쓰기를 한다고 하기에는 일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그 속내를 알고 보면 일본어는 양을 접두사, 관형사로 모두 사용합니다. 그러나 우리말은 관형사로만 풀이해버립니다.


둘째 반쪽 자리 진실이라는 겁니다. 접사도 일본어를 대충 가져오다 보니 사용하기는 하나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보기를 들면 직접 거래를 받아주는 직거래, 우리 회사를 뜻하는 폐사 따위가 있습니다. 낱말을 사용하면서도 접두사 직(直), 폐(獘) 따위를 사전에 등재조차 못하였습니다. 접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다운 맛을 나타내는 인간미, 마침표를 뜻하는 종지부를 사용합니다. 그런데도 접미사 미(味), 부(符) 따위를 사전에 눈 씻고 봐도 없습니다. 가져오려면 제대로 가져와야 하니 건성으로 숙제하듯 대충 가져오니 혼란만 가중합니다.


셋째 술 취한 사람처럼 했던 말을 반복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한자 각(各)은 별(別)과 비슷한 뜻이 있습니다. 그 속을 뒤집어 보면 일본어 투 형식 명사가 범인이기도 하지요. '각 부서별 상비약을 비치하다. "는 "부서마다 상비약을 비치하다."라고 하면 됩니다. 여기서 한자 각, 별은 우리말 '마다'로 해석되는 형식 명사 '다비(たび)'의 대용품입니다.


넷째 여러 가지로 해석해야 합니다. 보기를 들면 본(本)은 그, 이, 바로 그것 따위, 우리, 자기 따위, 본디, 처음 따위, 정규, 정식 따위로 4가지로 고쳐야 합니다. 본 영업소, 본인, 본죽, 본 계약 따위는 모두 같은 본을 사용하지만 의미를 구별해야 합니다.


생선회 맛을 보았으니 마무리를 해보겠습니다. 우리말은 고유어 접사가 부족하여 일본어 접사를 마구 가져오나 띄어쓰기, 불완전한 해설, 중언부언, 여러 가지 해석하기와 같은 숙제를 내어 줍니다.



주석 1) 최형용, "한자 접사와 고유어 접사의 대등 양상에 대하여," 한중인문학연구(한중인문학회) 제19권, (2006): 354-358쪽, http://www.riss.kr/link?id=A35494841.


주석 2) 윤영민, "현대 한·일어 접사의 비교 연구" (박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서울, 2011), 79-81쪽, http://www.riss.kr/link?id=T12519747, (2021. 4. 8.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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