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권력자의 칼잽이가 된 적

여러 가지로 해석해야 하는 적

by 홍단근

접미사 적(的)은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글쓴이 감정을 숨길 수 있죠. 지식인을 비롯한 언어 권력자는 대중에게 적이라는 칼을 휘두릅니다. 칼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음식을 살리기도 합니다. 곧 부정과 긍정이 선악과처럼 공존하지요. 권위적 대통령 문화는 권위만 내세운다는 교묘하게 돌려 비판하지요. 그러나 권위적 국제기관이라고 하면 없던 권위도 만들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둘러대기가 좋습니다. 말과 글은 종이도 가르는 칼처럼 날이 서야 합니다. 그런데도 제조업자인 일본인이 접미사 적을 만들면서 바늘허리에 실을 맨 것처럼 대충 틀에 부어 제작하였습니다. 서양문물을 서둘러 받아들이다 보니 칼이 아닌 무딘 호미가 되었습니다. 그래 가지고는 무 하나도 제대로 자르지 못합니다. 보기를 들면 좋게 보는[rosy], 희망을 주는[hopeful], 밝은[bright] 따위는 모두 다른 의미인데도 희망적 하나로만 표기하였습니다. 이런 녹슨 호미와 같은 적으로 썩은 무라고 자르려면 어느 대장간에 가서 날을 세워야 하나요?


서양에서는 같은 말을 반복해서 안 쓰려고 유의어 사전을 활용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유의어 사전이 없습니다. 그나마 김광해 님이 쓴 『비슷한 말 반대말 사전』을 손꼽을 만합니다. 그러나 사전을 펼쳐보면 열광적은 광적과 비슷한 말이라고 설명하면서 ‘열광적’의 뜻풀이는 없었습니다. 주석 1) 비단 김광해 님뿐만 아니라 접미사 적을 풀이한 책이나 사전은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이오덕 님은 접미사 적을 고유어 따위로 고칠 수 있다고 해설하였습니다. 하지만 뒷말 따라 달리 해석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느낌이 오시죠.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적은 다음과 같이 고칩니다. 첫째 긍정 표현과 부정 표현으로 나누어 문장과 맞게 수정합니다. 둘째 다양한 동음이의어를 쪼개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처음 뜻과 파생된 뜻으로 분리해서 풀이해야 합니다. 특별히 처음과 파생된 뜻으로 가르마를 탄 적은 이름을 지어줍니다. 복합명사처럼 사용되므로 복합명사류 적이라고 이름을 짓고, 방 한 칸을 따로 내어 다음에 설명하겠습니다.


결론을 내리면 접미사 적 뒤에 어떤 말이 오느냐에 따라 사람을 사망하게 하는 칼이 되기도 하고 음식을 살리는 부엌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또한 같은 칼이라도 뒤에 나오는 재료마다 감자 칼, 빵칼, 회칼 따위로 다른 칼을 사용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장어 꼬리를 드시면 장어 한 마리를 다 드신 겁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붙임을 참조하시어 머릿속으로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이해하는데 편하도록 영어도 병기하였습니다.


주석 1) 김광해, 편, 비슷한 말 반대말 사전 (서울: 낱말, 2000), 수록 단어 “열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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